부산 용호동 참가자미 쑥국을 맛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기운을 돋워주는 봄의 대표 음식입니다. 찰진 가자미의 영양과 쑥향이 가득한 참가자미 쑥국을 함께 먹으며 나른한 몸을 깨워보십시다.
1. 봄의 보양 음식, 참가자미 쑥국
80대 중순의 은사님이 계십니다. 전화로 "내일 점심 함께 먹을까?" 하고 물으십니다. 요즘 주로 집밥으로 지내실 은사님, 입이 궁금하고 세상 일이 궁금해 제자에게 점심을 청하는데 어찌 응하지 않겠는지요?
뭐가 좋을까요, 나른한 봄날의 몸을 돋워줄 무언가를 생각하다 퍼뜩 떠올린 음식이 '참가자미 쑥국'이었습니다. 이 특별한 음식을 잘하는 곳이 감포횟집(부산 남구 용호로 76번 길 11)입니다.
승용차를 몰고 해운대 은사님의 댁까지 가서 은사님을 모시고 식당으로 갔습니다. 벚꽃잎들이 폴폴 날아다니는 도심의 가로를 지나, 호수처럼 잔잔한 에메랄드빛 바다 위를 질주하는 요트처럼 우리는 광안대교 위를 달려 감포횟집에 도착했습니다. 동석하기로 했던, 문학평론을 하시는 N 교수님은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2. 15년 동안 참가자미만 요리하는 전문식당
감포횟집은 지난 2008년부터 15년째 참가자미 요리를 내는 집입니다. 참가자미만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드문 집입니다. 회가 주력인데, 조림과 물회, 회국수, 회덮밥, 미역국, 쑥국 등 다채로운 참가자미 요리를 내고 있습니다.
메뉴판을 보시던 은사님이 문득 "참가자미회 맛있겠다."라고 하십니다. 퍼득거리는 생선의 활력이 문득 생각나신 걸까요? 참가자미 쑥국 세 그릇을 주문해 둔 상태여서, 맛만 보기로 하고 참가자미 회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참가자미 회가 밥상으로 나왔을 때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세로로 저민 참가자미 회가 가지런히 길게 대나무 접시 위에 놓인 독특한 모양새였습니다. 세 사람은 일제히 침을 삼키며 식탁 위에서 톡, 젓가락 길이를 맞추었습니다.
참가자미 회와 하나가 되는 한동안의 정적 후, 회가 어떠노? 하고 은사님이 물으시네요. 내가 회 먹자고 한 거 잘 했제? 그 말씀이었네요. 최근 먹어본 회 중에서 제일이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향이 거제인 N교수님은 고급 횟감인 참가자미 회를 오랫만에 만나 맛있게 먹었다고 반색했습니다. 가자미 특유의 찰지고 부드러운 식감,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 나오는 회였습니다.
3. 아, 봄이다! 절로 탄성이
드디어 참가자미 쑥국이 나왔습니다. 뚝배기에 참가자미와 초록색 쑥이 넉넉히 들어 있었습니다. 가자미가 우러난 뜨거운 국물에서 쑥향이 물씬 올라왔습니다. 그 순간, 아, 봄이다! 속으로 저절로 이 문장이 터졌습니다. 우리네 선조들은 겨우내 불그스름한 묵은 김치만 먹다가 겨울 땅을 뚫고 올라온 초록 쑥을 가자미와 함께 끓여 봄을 맛보며 기운을 차렸던 것일까요?
세 사람은 뚝배기를 축으로 밥과 반찬을 번갈아 섭렵하고, 세상 이야기를 두서없이 툭툭 던지기도 하면서 저마다 참가자미 쑥국의 향연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참가자미 쑥국은 뭐랄까요, 자꾸 고마운 느낌이 드는 맛이랄까요. 요리에 들어간 갖가지 식재료에게도, 요리를 해준 주방장님에게도, 함께 식사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고마운 느낌이 들었답니다. 찰진 가자미와 그윽한 쑥향의 기운은 몸에 점점 차오르고요, 다 먹고 나니 아래위 입술이 쩍쩍 들러붙었습니다.
세 사람은 오늘 선택된 음식의 훌륭함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상찬 하며 상대방의 밥그릇 국그릇을 점검하듯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은사님의 쑥국 뚝배기에 참가자미 한 토막과 쑥이 약간 남아 있었습니다. N교수님이 그것을 발견하고 은사님의 뚝배기를 자기 앞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는 그 뚝배기의 남은 참가자미와 쑥을 건져 자신의 뚝배기로 옮긴 뒤 "이 귀한 걸 남기시면 ······" 하면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간에도 어려운 일인데요, 자신이 먹다 남긴 음식을 아무 거리낌 없이 가져다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은사님은 그 장면을 보면서 연방 "허어, 허어" 하면서, 참으로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봄날의 참가자미 쑥국은 뜨겁고 향긋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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