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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김해 맛집 - 대동할매국수

by 빗방울이네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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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맛집 대동할매국수를 찾아갑니다. 이 특별한 음식엔 어떤 삶의 향기가 스며 있을까요? 국수 한 그릇을 함께 먹으며 마음과 몸을 씻고 돋우어봅시다.
 

1. 60년 넘게 국수 내는 대동할매국수

 
식당 간판에 '1959 대동할매국수'라고 적혀있습니다. 1959년부터 64년 동안 국수를 내고 있는 '대동할매국수'(경남 김해시 대동면 동남로 45번 길 8)를 다녀왔습니다.
 
한 그릇 5,000원 하는 국수를 먹으려고 오전 11시도 안 됐는데, 사람들이 벌써 출입구에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낙동강 옆, 이 외진 곳까지 찾아와서 말입니다.
 
그 까닭은 무얼까요? 바로 육수입니다. 국수에 들어가는 육수를 이 집에서는 '멸치 곰국'이라고 부릅니다. 빗방울이네는 처음 이 육수를 접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전에 이런 '희한한' 국수 육수를 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국수가 나오기 전에 이 멸치 곰국이 자그마한 양은주전자에 담겨 나옵니다. 아주 뜨겁습니다. 국수를 기다리며 이 뜨거운 멸치 곰국을 보온이 되는 두꺼운 스텐컵에 따라 마십니다.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해 봅니다. 멸치 몇 박스 정도를 한꺼번에 가마솥에 넣고 밤새 곤 것 같은 맛입니다. 마치 고기나 뼈를 고듯이 말입니다. 첫맛은 비릿하고 씁쓰레한데 목으로 넘어간 뒤 멸치 특유의 깊은 맛이 둥글게 올라옵니다. 몸에 기운을 주는 좋은 느낌입니다. 청량초도 이 집의 특별한 소재의 하나인데 칼칼한 맛이 좋은 사람은 다진 청량초를 멸치 곰국에 넣어 먹어도, 국수에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그렇게 육수를 보약처럼 또는 차처럼 홀짝이다 보니, 우리의 본론인 국수 대접이 식탁 위로 왔습니다. 잘 삶긴 국수가락 위에 초록 부추나물, 채 썬 노란 단무지, 까만 김, 흰 깨소금이 고명으로 앉았습니다. 국수 단골 고명인 계란 지단이 없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 국수를 그대로 비벼먹든 멸치 곰국을 넣어 물국수로 먹든 우리의 자유인데, 어떻게 먹으려고 계획을 세울 틈도 없이 잠시 후면 어느샌가 국수를 다 먹고 만 우리일 것입니다.
 

2. 보약 같은 국수를 개발하신 주동금 할머니

 
주동금 할머니입니다. 우리에게 보약 같은 국수를 내주시는 분입니다. 1959년부터 하셨다고 하니, 그 오랜 시간 사이 일어났을 일들을 짐작해 보니, 무언가 짠 한 것이 마음 바닥에서 올라옵니다. 
 
빗방울이네는 이 집 20여 년 단골입니다. 처음 이 집은 지금의 장소 뒤편 아주 외진 골목에 있었습니다. 김해대동중학교 건너편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었습니다. 그 골목의 허름하고 작은 구석집에서 할머니는 국수를 팔았던 것입니다. 그 국수를 팔아 가정을 꾸려 자식들 공부 다 시키셨겠네요. 그 첫 집에는 가게 간판도 없었습니다. 그때도 사람들은 김해의 그 외진 골목까지 찾아와 길게 줄을 서서 할머니의 국수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앉을 자리 없어도 아무 불평 없이요.
 
저는 주동금 할머니가 한송이 산유화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주 깊은 산속에 핀 꽃 말입니다. 누가 보지도 않는데 활짝 피어 있던 꽃 말입니다. 어느 날 누군가 그 꽃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마을로 내려가 이렇게 외친 것만 같습니다. 저 산속에 예쁜 꽃이 있어요!
 

대동할매국수의비법멸치곰국
김해 대동할매국수의 특별한 ‘멸치 곰국’

3. 나의 아름다운 산유화,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하여 몇 해 전 대로변으로 오게된 이 가게는 브랜딩 작업을 통해 신식 식당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저의 산유화 주동금 할머니는 오늘 주방에 안 계셨습니다. 할머니가 일구고 가꾸어놓은 이 아담한 궁전에서 가족들과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국수를 만들고 식탁으로 나르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뵈었을 때, 나의 산유화는 연보라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인 채 주방에서 총지휘를 하는 몸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어머니 - 사랑합니다! 하고 손가락 하트를 날려드렸더니, '와 이래쌓노, 부끄럽구로!'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그때 부끄러워하시던 할머니 사진을 핸드폰에서 꺼내 봅니다. 세상의 후미진 골목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멸치 곰국을 발명하신 나의 산유화, 사람들의 환호 속에 이제 환한 대로변으로 나온 아름답고 정다운 산유화가 자꾸 생각나던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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