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태화육개장'을 먹으러 갑니다. 60년이 넘는 시간이 끓여낸 이 집 육개장은 어떤 특별한 맛일까요? 우리 함께 육개장을 나눠 먹으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돋워 보십시다.
1. 1962년부터 육개장 끓인 집
오늘은 부산 맛집으로 서면 '태화육개장'(부산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18)을 찾아갑니다. 1962년부터 육개장을 끓여 내고 있는 집입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서면 영광도서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육개장은 쇠고기를 삶아서 알맞게 뜯어 넣고 갖은양념을 하여 얼큰하게 끓인 국을 말합니다. 61년 동안 대를 이어 끓이고 있다는 이 집 육개장은 어떤 맛일까요?
빗방울이네는 20여년 전부터 이 집 육개장을 먹고 있는데요, 그냥 수수한 맛이 매력이라면 가장 큰 매력이랄까요? 자극적이지 않고 맑고 개운한 맛의 육개장입니다.
육개장의 뚝배기 안을 볼까요? 숙주나물과 대파가 넉넉하게 들어있고, 소 가슴살인 손질된 양지머리, 소면이 들어있네요. 국물은 고추기름 대신 고춧가루를 쓰는지 맑습니다.
반찬은 꾸밈없이 소박하고, 가짓수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파김치, 배추김치, 깍두기, 그리고 오이고추와 된장이 나옵니다. 파김치는 자극적이지 않은 특별한 맛을 내는데 반찬에서 결코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 반찬 구성은 60년 넘게 육개장을 내면서, 육개장과 가장 알맞은 반찬이라는 결론에 이른 구성일 것입니다. 주인님의 절제와 고집이 느껴집니다.
2.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육개장
그런데요, 빗방울이네는 이 집 육개장을 먹을 때마다 '이 집 육개장은 왜 이렇게 미지근할까?' 하고 궁금했습니다. 식당에서 국 종류를 주문하면 보통은 펄펄 끓여 나오는데 이 집은 적당히 따뜻한 온도입니다. 식탁에 막 도착한 뚝배기에서 바로 첫술을 떠먹어도 국물이 그렇게 뜨겁지가 않습니다.
온도가 너무 뜨거우면 우리 혀가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뜨거운 국을 먹게 되면 대개의 경우 짜게 먹게 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집 육개장은 적당히 따뜻한 온도여서 맛이 투명하게 느껴집니다. 육개장을 먹으러 이 집 문을 들어서면 적당히 따뜻한 온도가 먼저 생각나고 그래서 덩달아 마음도 적당히 따뜻해진다고 할까요?
3. 변함없는 맛에 변함없는 단골들
이 집 홀에는요, 음식을 날라다 주는 아주머니들이 세 분 계십니다. 참 특별한 분들입니다. 빗방울이네가 느끼기엔 제가 이 집에 입문할 때부터 계시던 분들이 분명합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인데, 모두 서빙의 백전노장입니다.
이 분들은 홀 식탁의 상황을 일일이 챙겨보지 않고도 거의 육감적으로 머릿속에서 장악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멀찍이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도 손님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금방 간파해 냅니다. 국물 더 드릴까요? 파김치 더 드릴까요? 이런 말을 먼저 해주는 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집에서 육개장을 먹고 있으면 오랜 여행에서 돌아와 집밥을 먹고 있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항상 변함없는 온도, 항상 같은 반찬, 항상 친절한 집인데, 손님만(빗방울이네 포함) 자꾸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밥 먹다 둘러보면 손님 중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오랜 단골이 많다는 뜻일 것입니다. 소주 한 병씩 놓고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육개장을 드시고 있습니다. 식사하는 어르신들은 말씀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많아도 참 고요한 때가 많은 식당입니다. 그 점도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입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맛의 식당에서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육개장을 먹고 있으면 서로 잘 모르는 사이지만 서로 적당히 따뜻해지는 것만 같은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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