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명문장을 만나봅니다.
시집 크기만 한 작은 책이고, 93쪽짜리 적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슬기로운 삶을 위한 문장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그중 몇 문장을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Think of what you are doing!
「노인과 바다」는 84일 동안 물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한 늙은 어부가 혼자 고기잡이에 나선 이야기입니다.
드디어 한 마리가 그의 낚시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엄청난 물고기'여서 배 위로 1 인치도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배가 물고기에 끌려가 항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정오 무렵에 낚은 물고기인데 밤이 되도록 아직 눈으로 보지도 못한 녀석입니다.
먼 밤바다 위에서 홀로 배 위에서 물밑의 '엄청난 물고기'와 싸우고 있는 늙은 어부입니다.
지쳐 집중력이 떨어진 그는 스스로를 어떻게 다독였을까요?
그는 곧 지금 하고 있는 일만을, 그것만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어리석은 짓을 해선 안돼.
▷「노인과 바다」(어네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홍택 옮김, 소담출판사, 2001년 22쇄) 중에서.
이 문장의 원문은 아래와 같네요.
Then he thought, think of it always. Think of what you are doing. You must do nothing stupid.
▷「The old man and the sea」(Ernest Hemingway, Scriber classics, 1952)
헤밍웨이는 늙은 어부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말합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만을 항상 생각하라'고요.
'Think of it always. Think of what you are doing.'
이 문장은 종종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우리에게 집중력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줄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그 일에 대한 불안과 걱정, 그 일과 관계없는 잡념과 행동에 휩싸일 때가 많습니다.
집중해야만 할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 그러면서 완전히 그 '일'과 혼연일체가 되면 그것을 기필코 이루어낼 수 있겠지요?
2. You have only yourself!
늙은 어부는 밤을 지샜습니다. 낚시에 물린 채 배를 끌고 가는 물고기와 싸우며 홀로 바다 위에서요.
그다음 날 새벽입니다.
'엄청난 물고기'가 끌고 가는 낚시 말고도 다른 낚시에도 물고기가 걸렸습니다.
늙은 어부는 '엄청난 물고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가 드리워놓은 다른 낚싯줄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아직 어두운 바다 위에서 해야하는 그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늙은 어부는 말합니다.
지금 넌 너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 그러니까 넌 이제 얼른 마지막 낚싯줄을 처리해야 한다구. 어둡건 아니건 간에 말이야.
▷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이 문장의 원문은 이렇습니다.
You have only yourself and you had better work back to the last line now, in the dark or not in the dark.
▷ 위의 같은 원서 중에서
늙은 어부는 망망대해 어둠 속에 이렇게 혼자라는 사실을 자각했네요.
늘 자신을 도와주던 소년이 이 순간 옆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면서요.
그러나 지금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넌 너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 이 문장은 먼길을 가는 우리를 너무나 외롭게 하는 말이군요!
그렇지만 이 문장은 그 여정 속에서 종종 길을 헤매는 우리를 일깨워주기도 할 것입니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도전하겠지요?
그리하여 결국에는 그 일을 이뤄내겠지요?
3. No man was ever alone!
새벽이 지나 해가 떠올랐을 때에도 늙은 어부는 자신의 낚시를 물고 있는 '엄청난 물고기'에 계속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물고기가 갑자기 돌진하는 바람에 늙은 어부는 배 위에서 내동댕이쳐지기도 했습니다.
물고기가 물고 끌고가는 낚싯줄을 잡은 손은 피가 나고 쥐가 납니다. 소금도 없이 다랑어 생고기로 허기를 때워야 했습니다.
넓은 바다 위에서 홀로 팽팽한 낚싯줄을 잡고 가던 지친 어부가 주위를 둘러봅니다.
바다의 이곳저곳을 살펴본 그는, 그가 얼마나 홀로 있는가를 깨달았다.
He looked across the sea and knew how alone he was now.
▷ 위의 같은 책들 중에서
이 문장은 문득 우리 주위를 둘러보게 합니다.
망망대해 위에서 홀로 '엄청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늙은 어부처럼요.
우리도 실은 망망대해 위에서 홀로 크고 작은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중이지 않은가요? 날이면 날마다 말입니다.
나의 주위에는 누가 있는가요?
나에게 힘을 보태주고, 나의 기쁨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고, 나의 슬픔과 외로움을 진정으로 위로해 주는 사람, 누구인가요?
어쩌면 우리는 저마다 망망대해에 홀로인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요, 늙은 어부는 바다의 주위를 더 자세히 깊이 들여다봅니다.
물속에서 빛나는 분광들, 드리워진 낚싯줄, 바다의 일렁임들, 바람에 층을 쌓고 있는 구름들, 수면에서 오르내리는 물오리들 ···.
그리고 그는 생각합니다. 이렇게요.
그는 바다에서는 그 어떤 것도 결코 혼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He knew no man was ever alone on the sea.
▷ 위의 같은 책들 중에서
헤밍웨이는 이 문장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주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라고요. 거기에는 수많은 사물과 생명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원인이 되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로 이어져 나아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 속의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입니다.
얼마나 많은 인연 속에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요!
No man was ever alone on the sea.
이 문장이 우리의 어깨를 가만히 다독여주네요. 참 따스하네요.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명문장 읽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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