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명문장을 만나봅니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먼바다 위에서 '거대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장면들은 바로 우리가 저마다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벌이는 '사투'로 투영됩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씻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당신이라는 사람은 단 하나뿐'이라는 문장
훌륭한 낚시꾼도 많고 위대한 낚시꾼도 더러 있겠죠.
하지만 산티아고는 단 하나 뿐이지요.
▷「노인과 바다」(어네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홍택 옮김, 소담출판사, 2001년 22쇄) 중에서
위 문장을 헤밍웨이는 이렇게 썼네요.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There are many good fisherman and some great ones.
But there is only you.
▷「The old man and the sea」(Ernest Hemingway, Scribner classics, 1952)
이 문장은 늙은 어부 산티아고를 도와주는 소년 마놀린의 말입니다.
번역본에 따라서 'There is only you'를 '산티아고는 단 하나뿐이지요' 또는 '할아버지는 독보적이에요'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산티아고는 멕시코의 바다에서 작은 배로 혼자 고기를 잡습니다.
소년은 84일 동안 한 마리도 낚지 못한 할아버지가 안쓰럽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가 언젠가는 꼭 큰 물고기를 낚아 올릴 것을 믿고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소년의 입을 통해 '산티아고는 단 하나뿐'이라는 문장을 통해 이런 말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고요. 독보적인 존재 말입니다.
어떤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당신이라는 존재는 세상에서 유일하다고 말입니다.
이 말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요!
그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당신이 가졌다고 말하는 것만 같네요.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만 같네요. 다른 사람보다 위대할 필요도, 훌륭한 필요도 없이 말입니다.
2. '무슨 일이든 정확하게 준비하라'라고 주문하는 문장
하지만 난 정확하게 해 나가겠어.
그럼 운이 왔을 때 운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을 테니까.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위 문장의 영어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But I would rather be exact.
Then when luck comes you are ready.
▷위의 같은 원서 중에서
이 문장은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바다에 나가 낚싯줄을 드리우며 배 위에서 하는 혼잣말입니다.
'난 정확하게 해 나가겠어!'. 이 문장이 뒷덜미를 잡아끌며 삶을 돌아보게 하네요.
고기잡이 준비, 즉 바다에 낚싯줄을 드리우는 일을 정확하게 하겠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나에게는 운이 없다고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당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얼마나 정확한 준비를 해왔던가, 하고 있는가를 묻는 것만 같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도 정확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라고 헤밍웨이는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3. '오로지 말없이 해야 할 일을 하라'라고 주문하는 문장
그는 이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좋은 일이란 입 밖에 내어 말해 버리면 될 일도 안 되는 수가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의 같은 책 중에서
위 문장의 영어 원문은 이렇습니다.
He did not say that because he knew that if you said a good thing it might not happen.
▷위의 같은 원서 중에서
이 문장은 곧 사투를 벌이게 될 '거대한 물고기'가 노인의 낚싯밥에 입질을 해온 순간,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하는 말입니다.
입질만 해서는 '거대한 물고기'를 낚을 수 없습니다. '거대한 물고기'가 미끼에 숨은 낚시를 삼켜 목 깊숙이 낚시가 걸리면, 늙은 어부는 이 '거대한 물고기'를 다 잡은 거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에게 그것은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지요?
그래서 노인은 지금 입질을 해온 이 '거대한 물고기'가 미끼에 싸인 낚시를 '삼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헤밍웨이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좋은 일이란 이처럼 마음속에 쟁여두어야 한다고 하네요.
입 밖으로 내는 순간 김이 새어나가기 때문일까요?
그러면 그 좋은 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좋은 일'이란 깨어지기 쉬운 도자기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공력을 다해야 하겠네요.
그렇게 말하지 않고 속 깊이 쟁여둔 어떤 좋은 일이 그대에게 있는가요?
「노인과 바다」의 명문장 읽기는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우리를 일깨워주는 좋은 책 속의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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