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새난슬 정태춘 가수님의 노래 '들 가운데서'를 만납니다. 아버지 정태춘 님과 딸 정새난슬 님의 감동 콜라보입니다. 함께 읽으며 흥얼거리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정새난슬 정태춘 노래 '들 가운데서' 읽고 부르기
들 가운데서
- 작사·작곡 : 정태춘
- 노래 : 정새난슬·정태춘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저 들가에, 저 들가에 눈 내리기 전에
그 외딴집 굴뚝 위로 흰 연기 오르니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그 아이네 집 하늘로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저 먼 산에, 저 먼 산에 달 떠오르기 전에
아이는 자전거 타고 산 쪽으로 가는데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저 어스름 동산으로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저 하늘 끝, 저 하늘 끝 가보고 싶은 땅
얼레는 끝없이 돌고, 또 돌아도 그 자리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들판 건너 산을 넘어
-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념 앨범 「사람들 2019」(삶의문화, 2019년) 중에서
2. 정태춘 박은옥 가수님 목소리 타고난 딸은 목소리는?
오늘 만나는 노래 '들 가운데서'는 1985년 부부 합작 앨범 「'85 정태춘 박은옥」에 실려 발표된 곡입니다. 이때 함께 발표된 노래가 우리에게 많이 사랑받는 '북한강에서'를 비롯, '봉숭아' '서해에서' '애고도솔천아' 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입니다. 모두 10곡이 실렸는데 '들 가운데서'는 맨 마지막 10번째 곡으로 실려있네요.
그런데 '들가운데서'가 2019년 정태춘 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사람들 2019」에 실려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34년 만이네요.
1985년 앨범에는 정태춘 가수님이 불렀습니다. 그런데요, 2019년 앨범에서는 누가 불렀을까요? 정태춘 가수님이 따님과 함께 불렀네요. 바로 정새난슬 님입니다.
그런데 따님이 메인입니다. 아버지는 몇 소절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네요.
「사람들 2019」에는 모두 8곡이 실려있는데 아버지와 딸이 둘이서 노래한 것은 '들 가운데서' 뿐입니다. '이런 밤'은 정태춘 박은옥 정새난슬 님이 함께 노래했고요.
딸과 아버지가 함께 부르는 '들 가운데서'는 어떤 느낌일까요?
아버지 정태춘, 어머니 박은옥 님의 목소리를 함께 가진 딸입니다. 새로 태어난 슬기로운 아이라 해서 '새난슬'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를 받은 목소리는 청아합니다.
3.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전주는 아버지의 기타입니다. 딸 정새난슬 님 특유의 영롱한 목소리가 아버지의 아름다운 기타 선율을 타기 시작하네요.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 저 들가에, 저 들가에 눈 내리기 전에
그 외딴집 굴뚝 위로 흰 연기 오르니 /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그 아이네 집 하늘로
- 정새난슬 정태춘 '들 가운데서' 중에서
이 1절은 정새난슬 님이 모두 노래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버지 정태춘 님의 묵직한 저음에 스며있는 어떤 칼칼함과 어머니 박은옥 님의 맑고 고운 색깔을 합쳐놓은 것입니다.
첫 느낌은 청아합니다. 잘 부르려 하지 않는, 꾸밈없는 무심함도 좋습니다. 노래 가사와 음률만을 따라가는 목소리라고 할까요? 우리는 자연스럽게 노래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 저 먼 산에, 저 먼 산에 달 떠오르기 전에
아이는 자전거 타고 산 쪽으로 가는데 /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저 어스름 동산으로
- 정새난슬 정태춘 '들 가운데서' 중에서
1절부터 자신의 연을 날려줄 바람을 애타게 찾고 있는 딸의 목소리 너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나타나 뒤를 이어줍니다. 2절의 두 번째 소절, '저 먼 산에~ '를 정태춘 님이 혼자 부릅니다. 세 번째 소절, '아이는 자전거 타고~'에서는 부녀가 함께 화음을 맞춥니다.
네 번째 소절(바람아 내 연을~ )에서 아버지는 다시 딸 뒤로 빠집니다. 이 정다운 녹음실 풍경이 다 보이는 것 같습니다.
노래하는 음유시인인 정태춘 님, 그리고 2016년 「다 큰 여자」라는 제목의 정규 앨범으로 가수로 활동해온 정새난슬 님. 아버지와 따님의 드물고 감동적인 콜라보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 저 하늘 끝, 저 하늘 끝 가보고 싶은 땅
얼레는 끝없이 돌고, 또 돌아도 그 자리 /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들판 건너 산을 넘어
- 정새난슬 정태춘 '들 가운데서' 중에서
3절에서는 세 번째 네 번째 소절을 부녀가 함께 부릅니다.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따님이 간절히 바람을 부르면 아버지가 바람처럼 무심히 등장해서 딸의 노래를, 연을 띄워주는 형상이랄까요? 이렇게 가끔 나타나 딸의 연을 날려주는 바람, 자상한 아버지입니다.
노래를 다 듣고 나니 몸과 마음이 연처럼 창공을 나는 것 같습니다. 물없이 개운하게 목욕한 느낌입니다. 마음 목욕요.
누구에게나 이처럼 문득 문득 나타나 연을 날려주는 고마운 이가 있겠지요? 그대의 연을 날려주는 바람은 누구인지요? 또 그대는 누구의 연을 날려주는 바람인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정태춘 가수님의 노래를 더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