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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법정스님 수필집 스스로 행복하라

by 빗방울이네 202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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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수필집 「스스로 행복하라」에서 몇 문장을 만납니다. 나의 얼굴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얼굴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글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법정스님 수필 '스스로 행복하라' 읽기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나면 우리는 무심결에 양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내 얼굴이 '많은 세월을 두고 형성된 것'이라니! 하고 놀라면서요.
 
얼굴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많은 세월을 두고 그렇게 형성된 것입니다.
▷법정스님 수필집 「스스로 행복하라」(법정스님 지음, 샘터사, 2021년) 중에서
 
법정스님(1932~2010. 전남 해남)은 1956년 효봉선사를 은사로 출가해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송광사 수련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1994년부터 시민운동 단체 '맑고 향기롭게'를 이끌었고, 1995년 백석 시인의 연인인 김영한 님(자야)으로부터 서울 대원각을 시주받아 길상사로 고쳐 회주로 부임했습니다. 수필집 「무소유」를 비롯 「오두막 편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인도기행」 「홀로 사는 즐거움」 등이 있고, 역서로 「숫타니파타」 「불타 석가모니」 「인연 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습니다.
 
위에 소개된, 볼드체로 된 2개의 문장을 다시 읽습니다.
 
이 문장은  법정스님의 대표 수필 29편이 수록된 수필집 「스스로 행복하라」의 맨 앞장에서 만나는 문장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책 서문 '스스로 행복하라'에서 입니다.
 
이 글에서 스님은 우리의 얼굴은 타고나거나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네요. 
 
오늘의 이 얼굴이 되도록 많은 세월 동안 조금씩 변화하며 '형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얼굴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스님의 문장은 한편으로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더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스님,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얼굴을 가질 수 있겠는지요?
 

2.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는 방법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기 위해 먼저 '얼굴의 정의'를 알아야 하겠네요.
 
얼굴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얼의 꼴', 즉 우리 정신의 탈입니다.
자기가 신체적인 행동이나 말씨, 생각으로 순간순간 익혀 온 업(業)이 밖으로 드러난 모습입니다.
▷위의 같은 책 「스스로 행복하라」 중에서
 
앞 문장에서 스님은 얼굴이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 아니라 나중에 형성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저마다의 업(業)'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하네요.
 
국어사전에 업(業)이란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정스님의 문장은 그 사람이 그동안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에 따라 얼굴이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의 총화(總和)'가 그 사람의 얼굴이라는 말씀입니다. 무서운 문장이네요.
 
문득 황동규 시인님의 시 '미소 알맞게 짓고 있는 해골'이 떠오릅니다.
 
미소 알맞게 짓고 있는 해골 하나 만들기 위해 
쉰다섯 여름과 겨울
그 헐렁한 길을
맨머리에 눈비 맞으며 헤매 다녔노니
이마를 땅바닥에 찧기도 했노니
▷황동규 시 '미소 알맞게 짓고 있는 해골' 중에서
 
황동규 시인님이 쉰다섯에 쓴 시입니다. 쉰다섯 해를 사는 동안 얼마나 숱한 삶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했겠는지요?
 
맨머리에 눈비 맞으며 헤매 다녔다고 하고요, 이마를 땅바닥에 찧기도 했다고 하네요.
 
'미소 알맞게 짓고 있는 해골 하나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 시는 그 사람의 행동과 말과 생각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법정스님의 문장과 서로 연결되어 있네요. 
 
이 즈음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얼굴을 쓰다듬어보게 됩니다.
 
아름다운 얼굴을 한 사람은 좋은 업(業)을 지으며 살아왔다는 말이고, 아름답지 못한 얼굴은 나쁜 업(業)을 더 많이 지으며 살아왔다는 말을 음미하면서요.
 

"아름다운-얼굴-되는-법"-법정스님-수필-'스스로-행복하라'-중에서.
"아름다운 얼굴 되는 법" - 법정스님 수필 '스스로 행복하라' 연관 글 중에서.

 

 

 

3. 아름답고 착하게 살면 그 아름다움이 얼굴에 배어 나온다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얼굴은 다 예쁩니다. 예쁘지 않은 아이 얼굴이란 없습니다.
 
그 천진난만한 아이 얼굴은 하늘로부터 받은 원래의 얼굴입니다.
 
그 원래의 아름다운 얼굴이 살아가면서 세상의 때가 묻어서 '형성된 것(!)'이 지금의 얼굴이라는 말입니다. 행동과 말과 마음씀에 의해서요.
 
그러므로 아름다운 얼굴을 갖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는 자명해졌습니다.
 
그러면 스님,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아름다운 얼굴이 되는지요?
 
안으로 아름답고 착하게 살면, 그의 모습으로 그 아름다움이 배어 나오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얼굴이 어떻게 생겼든지 간에 아름답게, 착하게 살 때 저절로 피어나는 꽃입니다.
▷위의 같은 책 「스스로 행복하라」 중에서
 
아름다운 얼굴 만들기 프로젝트의 정답은 '안으로 아름답고 착하게 사는 것'이네요.
 
안으로 아름답고 착하게 살면 그 착하고 아름다운 것이 얼굴에 배어 나온다고 합니다. 이 또한 얼마나 무서운 문장인지요?
 
행동과 말과 마음을 아름답고 착하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변택주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작가님은 12년간 법정스님의 길상사 법회 사회를 맡으며 법정스님을 가까이 모신 분입니다. 
 
작가님은 그 인터뷰에서 법정스님이 평소 좋은 삶을 위해 강조하신 세 가지를 이렇게 추렸습니다.
  
'나누며 살기' '함께 살기' '제 빛깔과 향기를 내뿜기'
 
이렇게 세 가지를 실천하며 아름답고 착하게 살면 우리 모두 아름다운 얼굴이 되겠지요?
 
세 가지 다 소중한 것이지만 빗방울이네는 마지막 '제 빛깔과 향기를 내뿜기'가 가슴으로 쑥 들어오네요.
 
그대는 어떤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이 글에 인용된 황동규 시인님의 시 '미소 알맞게 짓고 있는 해골'을 만나 보세요.

 

황동규 시 미소 알맞게 짓고 있는 해골

황동규 시인님의 시 '미소 알맞게 짓고 있는 해골'을 만납니다. 해골, 으스스하네요. 이 시에는 과연 어떤 보석같은 전언이 들어있을까요? 우리 함께 독서목욕탕에서 저마다의 '해골'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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