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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곽노엽 동시 나팔꽃

by 빗방울이네 202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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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엽 시인님의 동시 '나팔꽃'을 만납니다. 읽다보면 해맑은 동심, 천진난만한 아이 마음이 되는 아름다운 동시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곽노엽 동시 '나팔꽃' 읽기

 

나팔꽃

 

곽노엽

 

우물가의 나팔꽃

곱기도 하지.

아침마다 첫인사

방긋 웃어요.

 

점심때에 우물가에

다시 와 보면

방긋방긋 반가와

놀다 가래요.

 

동무하고 놀다가

늦게 와 보니

노여워 입 다물고

말도 말재요.

 

▷「우리 마음의 동시」(김승규 엮음, 도서출판 아테나, 2011년) 중에서.

 

2. 아이 마음으로 나팔꽃의 생태를 전해주는 동시

 

나팔꽃의 영어 이름은 'morning gloy'이고, 일본 이름은 '조안(朝顔)'이라는 의미의 '아사카오(あさがお)'네요.

 

두 이름 모두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낮에 오므라드는 나팔꽃의 특성을 말해주네요.

 

나팔꽃의 중국 이름은 우리말 이름과 같은 '나팔(喇叭)', 그리고 '견우화(牽牛花)'라고도 하네요.

 

'견우(牽牛)'는 소(牛)를 끈다(牽)는 뜻일 텐데요, 아침부터 기세등등하게 뻗어가며 꽃을 피우는 덩굴성 식물인 나팔꽃의 성정이 느껴지네요. 그 기운이 소라도 끌고 갈 기세라는 의미가 들었까요?

 

곽노엽 시인님의 동시 '나팔꽃', 나팔꽃의 어떤 성정이 깃들어있는 동시일까요?

 

'우물가의 나팔꽃 / 곱기도 하지 / 아침마다 첫인사 / 방긋 웃어요'

 

'아침마다 첫인사'라고 했으니, 아이는 나팔꽃이 피어있는 우물가에 아침마다 가보았나 봅니다.

 

꽃이 나팔모양으로 생겨 나팔꽃이네요.

 

7~8월에 피는 나팔꽃은 분홍색도 붉은색도 있고요, 자주색도 흰색도 있어요.

 

줄기가 곧게 서지 않고 지면을 기거나 다른 물체에 붙어서 자라는 덩굴성 식물인데, 신기하게도 굳이 왼쪽으로 물체를 감는다고 하네요.

 

'점심때에 우물가에 / 다시 와 보면 / 방긋방긋 반가와 / 놀다 가래요'

 

아이는 점심때에도 우물가에 왔다고 하네요.

 

그때도 나팔꽃은 아이에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자기와 놀다 가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혼자서 피어있는 나팔꽃이 심심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아이 마음이 느껴지네요.

 

'동무하고 놀다가 / 늦게 와 보니 / 노여워 입 다물고 / 말도 말재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까요? 

 

'동무하고 놀다가 늦게 와 보니' 나팔꽃이 입을 꽉 다물고 있었네요.

 

서로 말도 하지 말자고 하면서요. 나팔꽃이 단단히 토라졌네요.

 

나팔꽃이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자기와 놀아주지 않아 화가 나서 그렇다고 아이는 생각합니다.

 

같이 놀자는 나팔꽃을 모른 체하고 친구들과 뛰어노는 데 정신이 팔렸던 아이는 나팔꽃에게 미안했던 거네요.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저녁 무렵 꽃잎을 다무는 나팔꽃의 생태를 잘 그린 동시입니다.

 

이렇게 시인님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나팔꽃이 어떤 꽃인지 동시를 통해 아이의 마음으로 가르쳐주고 있네요.

 

나팔꽃과 친구처럼 대화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고운 마음도 가르쳐주고 있네요.

 

이런 다정한 마음이라면 아이들은 나팔꽃을 함부로 꺾거나 헤치지 않고 아끼고 위해주는 마음을 갖게 되겠지요?

 

참으로 고마운 동시 '나팔꽃'이네요.

 

"노여워-입-다물고-말도-말재요"-곽노엽-동시-'나팔꽃'-중에서.
"노여워 입 다물고 말도 말재요" - 곽노엽 동시 '나팔꽃' 중에서.

 

 

3. 100년 전의 동시, 오늘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곽노엽 시인님의 동시 '나팔꽃'은 1927년 즈음의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지금(2024년)으로부터 무려 100년이 다 된 동시네요.

 

이렇게 정다운 동시를 우리에게 남겨주신 곽노엽 시인님은 누구일까요?

 

아무리 찾아보아도 곽노엽 시인님에 대한 약력 정보를 얻기가 어렵네요.

 

아주 희미한 정보만 있어요. 1927년 조선동요연구협회가 탄생했는데, 곽노엽 시인님은 이 협회에 홍난파 윤석중 이원수 박팔양 방정환 같은 쟁쟁한 작가와 함께 참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협회는 동요운동단체인데요, 1929년에는 '조선동요선집'을 발간했고요, 아이의 말로 시적 감흥을 표현하며 노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동요를 시인님들이 창작하고 아이들에게 널리 보급했다고 하고요.

 

동시 '나팔꽃'도 그렇게 아이 말, 아이 마음으로 지어진 동시네요.

 

이 시기는 암울한 일제강점기입니다. 삶이 힘들어지면 아이들에 대한 보살핌은 더욱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듬고 쓰다듬어준 것이 동시 '나팔꽃'이었네요.

 

이런 아름다운 동시를 우리에게 남겨주신 곽노엽 시인님이 고맙고 고마운 시간입니다.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아름다운 동요를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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