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의 뜻을 알아봅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인데, 이 문장이 나온 배경과 뜻을 보다 자세히 헤아려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과유불급(過猶不及)' 자세히 읽기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10년 3쇄) 중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지날 '과(過)', 오히려 '유(猶)', 아니 '불(不)', 미칠 '급(及)'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글자 '과(過)'와 '불급(不及)' 사이에 '유(猶)'가 있는 모양새입니다.
'과(過)'는 지날 '과', 또는 재앙 '화'로 쓰입니다. '과'로 쓰일 때는 '지나다, 지나가다, 들르다, 방문하다, 꾸짖다, 이르다, 도달하다, 건너다, 지나치다, 넘치다' 등의 뜻이 있네요. 어떤 정도를 넘어선다는 함의가 들어있는 글자네요.
'급(及)'은 '미치다, 닿다, 미치게 하다, 끼치게 하다, 이르다' 등의 뜻이 있고요. 어떠한 지점에 도달하다는 뜻이 담겨있네요.
'불급(不及)'은 '급(及)'을 부정하여 '미치지 못함', 그래서 '모자람'의 뜻이 되었습니다.
'과(過)'와 '불급(不及)' 사이에 있는 '유(猶)'의 역할을 뭘까요?
'유(猶)'는 오히려 '유', 원숭이 '유', 움직일 '요'로 쓰이는데, '유'로 쓰일 때는 '오히려, 가히, 다만, 이미, 같다, 똑같다' 같은 다양한 뜻을 가지네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라는 해석에서 '유(猶)'의 쓰임새는 '같다'는 의미입니다.
'유(猶)'의 뜻인 '같다'와 '오히려, 가히, 다만' 중에서 '오히려'에 방점을 두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어떤 해석이 될까요?
'오히려'는 '일반적인 기준이나 예상, 짐작, 기대와는 전혀 반대가 되거나 다르게'라는 뜻을 가진 부사입니다.
그러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넘친다(過)는 것이 다 좋을까, 그건 오히려(猶) 모자람(不及)이나 마찬가지 아닐까'라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문장이네요.
'과유불급(過猶不及)', 일반적으로 많은 것이 좋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를 가진 문장입니다.
2. '과유불급'은 어디에서 나온 문장인가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입니다
子貢曰(자공왈) 師與商也(사여상야) 孰賢(숙현)이니이꼬
子曰(자왈) 師也過(사야과)하고 商也不及(상야불급)이니라
曰(왈) 然則師愈與(연즉사유여)이꼬
子曰(자왈) 過猶不及(과유불급)이니라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10년 3쇄) 중에서.
공자의 애제자로 알려진 자공이 스승에게 물었네요.
- 스승님, '사(師)'와 '상(商)' 중에서 누가 더 현명합니까? : '師與商也(사여상야) 孰賢(숙현)이니이꼬'
'사'와 '상'은 공자의 제자들로 '사'는 자장(子張), '상'은 자하(子夏)를 말합니다. '孰'은 누구 '숙'입니다. '賢'은 어질 '현'이고요. 여기서는 '현명'이라는 의미로 새깁니다. 누가 더 현명한지, 누가 더 훌륭한지 물었네요.
스승이 답합니다.
- '사(師)'는 재주가 넘치고 상(商)은 재주가 모자란다 : '師也過(사야과)하고 商也不及(상야불급)이니라'
자공으로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을까요? 자공이 이렇게 되묻네요.
- 그렇다면 사(師)가 더 낫다는 것인가요? : '然則師愈與(연즉사유여)이꼬'
자공은 스승이 '사(師)가 재주가 넘치고 상(商)은 재주가 모자란다'라고 답하니, 재주가 넘치는 사가 더 낫다는 말입니까?라고 물은 것이네요. 재주가 많으면 좋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제자의 두번째 질문에 스승 공자는 이렇게 답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유(猶)'의 쓰임새('같다, 오히려, 다만'의 의미)를 떠올리면서 해석해봅니다.
- 재주가 넘치는 것(지나침)이 좋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겠지 : '過猶不及(과유불급)이니라'
3. 현명함이라해도 그 정도가 넘치면 좋을까요?
빗방울이네는 그동안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뜻을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의미로 알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 문장의 속뜻을 '지나침을 경계하라'로 새겨왔답니다. 온전한 뜻이 아니라 반만 이해하고 있었네요.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대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문장 그대로의 의미는 '지나침과 모자람은 같다'이지만, 공자와 자공의 질의응답의 전후 문맥으로 보아 그 속에 지나친 것, 넘치는 것에 대한 경계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질문은 누가 더 현명합니까? 누가 더 훌륭합니까?였습니다. 너무 현명한 것, 너무 훌륭한 것이 일반적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자는 모자람과 같다고 하셨네요. 너무 현명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네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정도(程度), 즉 알맞은 한도를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의미의 이 문장은 결국 '중용(中庸)'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새겨집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뜻을 헤아리면서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은,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라는 '중용(中庸)'의 뜻도 함께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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