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문장 '교언영색(巧言令色)'을 만납니다. 그 뜻은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를 말하는데, 이렇게 교언영색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교언영색(巧言令色)' 자세히 읽기
교언영색(巧言令色): 아름답게 꾸며 아부하는 말솜씨와 곱게 꾸며 아부하려는 얼굴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08년 2쇄) 중에서
교언영색(巧言令色)은 공교할 교(巧), 말씀 언(言), 하여금 영(令), 빛 색(色)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첫 글자 교(巧)는 공교(工巧)하다, 즉 솜씨나 꾀 따위가 재치가 있고 교묘하다는 뜻입니다. 솜씨가 있다, 예쁘다, 아름답다, 약삭빠르다, 재주, 책략, 작은 꾀 등의 뜻도 있습니다.
언(言)은 말입니다.
그러니 교언(巧言)은 솜씨나 꾀 따위를 교묘하고 재치 있게 꾸며대는 말이라는 의미로 새깁니다.
영(令)의 뜻은 하여금, 가령, 이를테면, 법령, 규칙, 벼슬, 남을 높이는 말, 장관, 방울 소리, 철(계절), 하게 하다, 명령하다, 포고하다, 아름답다, 좋다, 착하다, 부리다, 일을 시키다 등이 있네요.
색(色)은 빛, 빛깔 외에도 낯, 얼굴빛, 기색, 모양, 상태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색(令色)은 얼굴빛이나 태도를 자연적인 상태가 아니라 인위적이게 꾸민다는 기본적인 의미에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아첨하는 낯빛이나 기색, 또는 태도'라는 의미로 새깁니다.
국어사전에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의 뜻을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라고 소개합니다.
예문으로 '그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교언영색을 마다하지 않는다' 등으로 사용될 수 있겠습니다.
교언영색의 유사어로 재미있는 단어가 있네요. '따리'입니다. '따리'는 알랑거리면서 남의 비위를 맞추는 짓이나 말이라고 하네요.
'따리'는 '따리 붙이다'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남의 마음을 사려고 아첨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가 아부하면서 알랑거린다면 '제발 따리 붙이며 친한 척하지 마시오'라고 단호히 말하면 되겠네요.
교언영색의 유사어로 따리와 함께 우리가 잘 아는 알랑방귀, 아양, 아부, 아첨 등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2. 교언영색(巧言令色)은 어디에서 나온 문장인가요?
교언영색(巧言令色)은 「논어」 '학이'편에 나옵니다. 원문을 읽습니다.
子曰(자왈), 巧言令色(교언영색)이 鮮矣仁(선의인)이니라.
공자께서 말했다. "듣기 좋은 말이나 보기 좋게 꾸민 얼굴(巧言令色)은 분명 어짊이 적다(鮮矣仁).
▷위 같은 책 중에서
원문에는 이렇게 교언영색(巧言令色)과 선의인(鮮矣仁)이 붙어 있었네요.
선의인(鮮矣仁)에서 선(鮮)은 곱다, 생선, 빛나다, 선명하다, 깨끗하다, 새롭다, 싱싱하다, 좋다의 뜻 외에도 적다, 드물다의 뜻이 있네요.
여기서는 적다, 드물다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왜 이렇게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뜻들이 한 글자에 모여 있을까요? 아마 곱거나 빛나거나 선명하거나 깨끗하거나 새롭거나 싱싱한 것은 일반적으로 적고 드물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드물 선(鮮), 어조사 의(矣), 어질 인(矣)으로 구성된 선의인(鮮矣仁)은 '어짊이 적다'로 새깁니다. 어조사 '矣'로 인해 매우 단정적인 어감을 풍기네요.
인(仁)은 어질다, 자애롭다, 인자하다, 사랑하다, 불쌍히 여기다, 어진 이, 현자(賢者), 어진 마음, 박애(博愛)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어질다는 의미는 뭘까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은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교언영색(巧言令色) 선의인(鮮矣仁)'은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는 어짊이 적다, 또는 어진 사람 중에는 아첨하고 알랑거리는 사람이 드물다는 의미로 새겨봅니다.
3. 교언영색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하는 사람, 아첨하는 사람은 어질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말할까요?
아첨에 가장 많이 사로잡히는 사람은 제1인자가 되길 바라면서도 그렇지 못한 오만한 사람이다.
▷「에티카」(스피노자 지음, 황태연 옮김, 비홍출판사, 2015년) 중에서
결론적으로 '오만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태도가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한 사람이네요.
어떻게 오만한 사람일까요?
자신이 '제1인자가 되길 바라면서도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교언영색하는 사람은 제1인자가 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네요.
자신의 이익, 즉 어떤 가치나 사회적 지위/명예를 얻으려고 나에게 알랑방귀를 끼는 거네요. 뜬금없이 '따리' 붙이는 거네요.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칭찬을 하거나 영혼 없는 멘트를 날리면서 나의 비위를 맞추려는 사람이 주위에 있나요?
이제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 감추고 있는 숨은 뜻을 쉽게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대는 어떤가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상대와의 대화를 원만히 하기 위해 교언영색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언영색은 꾸미는 일, 결국 거짓말하는 일이니, 가급적 교언영색을 하지 않고 솔직하고 담백한 언행 습관을 들여가는 것이 마음 건강에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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