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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최계락 동시 꼬까신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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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락 시인님의 동시 '꼬까신'을 읽습니다.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아래~'로 시작하는 동시인데, 동요로도 만들어진 동시여서 개나리가 피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입니다. 이 동시는 어떤 숨은 그림을 우리에게 보여줄까요? 함께 읽으며 노래하며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최계락 동시 '꼬까신' 읽기


꼬까신
 
- 최계락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 최계락 동시집 「꼬까신」(문학수첩) 중에서

 
아동문학가 최계락 시인님(1930~1970)은 경남 진양 출신으로 17세이던 1947년 「소학생」에 동시 '수양버들'이, 22세이던 1952년에는 「문예」에 시 '애가'로 등단했습니다. 경남일보 문화부장을 거쳐 국제신문 편집부국장 겸 정경부장, 사회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동시집 「꽃씨」(1959년), 「철둑길의 들꽃」(1966년)을 펴냈습니다. 부산시문화상(1963년), 소천아동문학상(1967년)을 수상했습니다.
 

2. 개나리꽃이 보이면 생각나는 동시


어제 짝지랑 차를 타고 가는데, 창밖 화단에 개나리가 화들짝 피어 있었습니다. 활짝이 아니라 화들짝요. 저 빗방울이네는 그렇게 놀라 개나리를 보고 있는데 짝지가 갑자기 동요를 흥얼거립니다. 이렇게요.

♪~ 개나리 노란 / 꽃그늘 아래 / 가즈런히 놓여있는 / 꼬까신 하나 ~♪~♪

- 최계락 동시 '꼬까신' 중에서


최계락 시인님의 동시 '꼬까신'에 손대업 작곡가님(1923~1980)님이 가락을 붙인 동요 '꼬까신'이었습니다. 빗방울이네는 불현듯 등장한 이 동요가 너무 반가워 풀꽃님(짝지의 별칭^^)에게 노래를 계속 청했습니다.(그리 크게 들을만한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풀꽃님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고무줄넘기 놀이를 하면서 이 '꼬까신'을 많이 불렀다고 하네요.

최계락 시인님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동시 '꼬까신'과 '꽃씨'로 잘 알려진 시인님입니다. 우리의 동시를 시적인 경지로 끌어올려 새로운 차원의 미적 승화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동시이면서도 시입니다. 아이의 말과 마음으로 빚은 빼어난 시입니다. 

그대는 이 동시 '꼬까신'을 읽고 어떤 그림을 떠올렸나요? 개나리가 활짝 핀 그늘에 가즈런히 놓여있는 아기의 꼬까신 한짝을 떠올렸는지요? 그런데 과연 그러면 그만일까요? 우리 함께 동시 '꼬까신'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우선 '노란 꽃그늘'이라는 구절이 참 좋네요. 그늘의 이미지는 어두운데, 최계락 시인님은 그늘이 노랗다고 합니다. 바로 그 바닥에 개나리꽃이 많이 떨어져 있었네요. 그래서 노란 그늘이 되었네요.

문제는 거기 '가즈런히 놓여있는 꼬까신'입니다. 이 꼬까신이 정말 '아기의 꼬까신'이라는 구체적 사물일까요? 개나리꽃이 피는 이 추위에 아기가 신발을 벗었다고요? 아기가 맨발로 나들이를 갔다고요? 아기가 한들한들?

그래서 이 꼬까신은 은유로 읽어야합니다. 오늘 <독서목욕>은 이 ‘꼬까신’을 ‘개나리꽃’이라고 읽겠습니다. 꼬까신은 꽃그늘에 가즈런히(여럿이 층이 나지 않고 고르게) 떨어져 있는 개나리꽃입니다. 오목한 모양의 개나리꽃에서 최계락 시인님은 신발을 떠올렸네요. 참 앙증맞은 신발이네요.

그러면 '꼬까신'(개나리꽃)을 벗어놓고 간, 신발의 주인 '아기'는 무얼 지칭할까요?
 
바로 나비입니다. 그것도 한들한들 나는 나비네요. 겨울엔 없다가 봄에 막 나온 '아기'네요. 개나리꽃은 아직은 화려한 색깔의 꽃이 없는 이른 봄에 샛노랗게 피어 나비를 부릅니다. 나비는 개나리꽃을 찾아와 달콤한 꿀을 빨아먹습니다. 꽃속 깊숙히 있는 꿀을 빨다보니 나비의 발은 온통 샛노란 꽃가루 투성이입니다. 나비가 꽃속을 들락거리다 보니 개나리꽃이 떨어질 수밖에요. 나비는 그렇게 신발(개나리꽃)을 벗었네요.  
 
아기는 사알짝 / 신 벗어 놓고 / 맨발로 한들한들 / 나들이 갔나

- 최계락 동시 '꼬까신' 중에서


이렇게 나비(아기)가 개나리꽃(꼬까신)을 '사알짝' 떨구어 놓고('벗어 놓고') '한들한들'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봄날의 내밀한 정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개나리꽃의 꿀을 빨면서 자신도 모르게 발에 묻힌 꽃가루로 개나리꽃을 수정시켜 이 세상에 개나리가 피어나는 일에 도움을 주는 나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따뜻한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최계락 시인님의 사랑이 담겨 있는 동시였네요.

 

최계락동시꼬까신전문
최계락 동시 '꼬까신'

 


3. 나비같은 시인이 남겨준 사랑의 동시


최계락 시인님과 같이 근무했던 김규태 시인님의 글에 따르면, 최계락 시인님은 일찍 결혼했는데(17세), 가난한 처지에 많은 자녀(6여1남)를 둬 여간 고생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는 가난의 티를 내색하지 않고 딱한 처지의 동료 후배들에게 많이 베풀었다고 합니다. 자기 월급으로도, 자신이 필요해 빌린 돈으로도 어려운 주위에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의 동갑내기 천상병 시인님의 '단골 용돈 조달창구'였다고 전해질 정도입니다.

최계락 시인님이 1970년 지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그동안 어려운 가계를 꾸려온, 자신의 부재로 인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가계를 떠맡게 된 부인에게 남긴 한마디는 이랬습니다. "당신에게 미안해."
 
그런 무욕의 삶을 살면서, 최계락 시인님은 동시 '꼬까신'을 '사알짝' 벗어놓고 겨우 40세의 나이에 나비처럼 맨발로 한들한들 날아서 먼곳으로 나들이 가셨네요. 요즘 화들짝 피어난 개나리꽃들을 보면서, 그의 아름다운 동시 '꼬까신'을 읽으니 그가 자꾸 그리워지는 봄밤입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최계락 시인님의 시를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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