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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최계락 동시 꽃씨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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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한 동시 한 편을 읽으며 마음목욕을 하려 합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동시 중에서 참으로 별처럼 빛나는 동시 중 하나입니다. 최계락 시인님의 '꽃씨'입니다. 과연 이 짧은 동시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생각하면서 함께 읽어보시죠.

1. 별처럼 빛나는 동시 '꽃씨'


꽃씨

- 최계락

꽃씨 속에는
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

꽃씨 속에는
빠알가니 꽃도 피어 있고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떼도 숨어 있다

이 시를 쓰신 최계락 시인님(1930~1970)은 경남 진양 출신으로 국제신문 문화부장 등을 역임했고, 주로 부산에서 활동한 시인입니다.
17세에 동시로 데뷔했고 22세 때 시로 등단한 분입니다. 그를 대표하는 '꽃씨'는 동시집 「꽃씨」(1959년)에 실려 있습니다. 부산시문화상(1963), 소천아동문학상(1967) 등을 수상했습니다. 그를 기리는 최계락문학상이 2001년부터 해마다 수여되고 있습니다.

2. '꽃씨'에 숨은 뜻은?


얼마 전에 부산 금강공원을 산책하면서 공원에 있는 최계락 시비를 만났습니다. 그 둥그스름한 돌비에 '꽃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았던 저는 아주 천천히 6줄짜리 '꽃씨'를 읽었습니다.

이 시는 동시이면서 시입니다. 아니, 시이면서 한 권의 책인 것만 같습니다. 시인은 아주 작은 꽃씨를 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파아란 잎'과 빠알간 '꽃'과 '노오란 나비떼'를 보셨네요.

최계락 시인님은 이 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저는 이 시를 읽으며 원인과 결과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꽃씨가 원인이라면 잎과 꽃과 나비떼가 결과가 되겠네요. 그런데 지금의 원인이 나중에 결과를 산출할까요? 저는 원인과 결과는 한시도 외따로이 떨어지지 않고 지금 함께 서로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최 시인님도 꽃씨 속에 '이미' 하늘거리는 잎이, 꽃씨 속에 '이미' 피어있는 빠알간 꽃이, 꽃씨 속에 '이미' 숨어있는 노란 나비떼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들이 '이미' 들어있다고 하시네요. 지금 나의 삶의 모습에 '이미' 미래가 들어있듯이요. 내가 지은 수많은 원인이 나중의 나의 모습이 되는 진실을 시 '꽃씨'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곱씹어봅니다.

꽃씨속에는노오란나비떼도숨어있다최계락시꽃씨중에서
꽃씨 속에는 노오란 나비떼도 숨어있다 - 최계락 시 꽃씨 중에서

 

 


3. "인생과 시에 대해 야망이나 야심을 가진 적이 없다"


이렇게 멋진 시 '꽃씨'를 썼던 최계락 시인님은 과연 어떤 성정을 가진 인물이었을까요?

"나는 나의 인생과 시에 대해 야망이나 야심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이 문장은 최계락 시인님의 말씀입니다. 최 시인님이 37세 때 소천아동문학상을 수상하고 답사로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이 충격적인 문장을 만났을 때 불현듯 무한한 자유를 느꼈습니다. 최 시인님은 야망이나 야심이 없었으므로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도 없었을 것이며, 행여나 이루어진 그것을 남에게 뺏길까 하는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선생님은 한없이 자유로웠겠네요. 그러므로 이렇게 아름다운 시 '꽃씨'도 태어났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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