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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김소월 시 산유화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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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인님의 시 '산유화'를 읽으려 합니다. 이 시는 어떤 향기를 우리에게 전해줄까요? 김소월 시인님이 피워놓은 아주 특별한 산유화 향기로 마음을 씻으며 함께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김소월 시 '산유화' 읽기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김소월 시집 「소월의 명시」(한림출판사) 중에서

 
김소월 시인님(1902~1934)은 평북 구성 출생으로 정주 오산학교에서 스승 김억으로부터 시를 배웠습니다. 18세이던 1920년 「창조」 3월호에 '낭인(浪人)의 봄' 등으로 등단, 1925년 첫시집 「진달래꽃」을 출간했습니다. 배재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도쿄대학 상과에 입학했지만 관동대지진으로 중퇴한 뒤 귀국해 할아버지의 광산일을 돕고, 평북 구성군에서 동아일보 지국을 경영했습니다. 1934년에 요절했습니다.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에 선정됐으며, 1981년 예술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2. 산에서 꽃을 만나면 생각나는 시

 
김소월 시인님의 '산유화'는 등산을 하다가 산에서 꽃을 만나면 생각나는 시입니다. 그 산꽃을 보면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 하는 시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옵니다. 
 
김소월 시인님은 '산유화'를 통해 우리에게 '바로 당신이 한 떨기 산유화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목을 '산꽃'이라고 하지 않고 왜 '산유화'라고 했을까요? '산새'를 '산유조'라고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산유화(山有花)라는 단어는 '꽃이 다른 곳이 아니라 산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해 줍니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요?
 
다른 곳이 아닌 '깊은 산속'에서 꽃을 만나면, 평소 잘 하지 않던 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요.
 
- 이토록 예쁜 꽃이 아무도 안 보는 산속에 피어있다니. 이토록 무심히 피어나 그윽한 향기로 새를 불러 자손을 퍼뜨리고 또 무심히 지다니.
 
김소월 시인님은 이렇게 자유로운 무욕의 삶에 대해 생각하다 '산유화'라는 시를 쓰게 되었을까요? 저렇게 한 떨기 산유화처럼 살다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 욕심 없이, 아무 두려움 없이, 아무 슬픔이나 기쁨조차 없이!
 

김소월시산유화중에서
김소월 시 '산유화' 중에서

 

 

3.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서울의 지인이 오랜 언론사 생활을 끝내고 경기도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귀촌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집 뜰에 이 시 '산유화'가 둥근돌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 선배님, 왜 하필 '산유화'를 새기셨나요?
- 응, 그냥 시가 좋아서······ 
 
우리는 산유화 시비 옆에서 조용히 차를 마셨습니다. 기삿거리 찾기에, 글쓰기에, 마감시간에 늘 긴박하게 쫓겨야 했던 기자생활의 끝에서 그는 그만 큰 병을 얻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건강을 잃고 난 그에게,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삶의 어떤 길이 보였던 걸까요? 외진 산속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꽃이 아무 자랑 없이 마냥 피어나는, 그렇게 향기롭게 피고 또 아무렇지 않은 듯 지는 산유화가 무언으로 가르쳐주는 자족(自足)의 삶을 생각해낸 걸까요? 돌에 새길만큼 '산유화' 시를 좋아하게 된 까닭이 무엇이냐고 더 이상 묻지 못했습니다.
 
- 탐욕 없이, 속임 없이, 갈망 없이, 위선 없이, 혼탁과 미혹을 태워 버리고, 세상의 온갖 바람에서 벗어나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때 묻지 않는 연꽃같이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전재성 역주,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중에서

 
부처님의 문장과 김소월 시인님의 문장이 같은 뜻으로 들리네요. 탐욕없는 자유로운 삶 말입니다.
 
- 산에 / 산에 / 피는 꽃은 /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 김소월 시 '산유화' 중에서

 
우리는 언제나 외로운 존재여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습니다. 실망하고 힘들어하면서 반복합니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는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김소월 시인님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다'라고 합니다. 저만치 혼자서 핀 산유화를 보라고 합니다.
 
빗방울이네는 눈을 감고 깊고 어두운 산속에서 홀로 핀 이름모를 산유화를 떠올려봅니다. 한 떨기 산유화로 치환되어, 이 빽빽한 어둠과 외로움이 하나도 두렵지 않다는 산유화의 자세를 연습해 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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