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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중 동요 봄 나들이

by 빗방울이네 202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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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윤석중 님의 동요 '봄 나들이'를 만납니다. 자꾸 부르다 보면 아이 마음이 되는 아름다운 동요입니다. 아이가 되어 함께 부르며 음미하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윤석중 동요 '봄 나들이' 부르기

 

봄 나들이 

 

윤석중(1911~2003, 서울)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 나들이 갑니다.

 

▷「윤석중 전집 - 봄 나들이」(윤석중 지음, 웅진출판, 1988) 중에서

 

2. 정말 개나리를 입에 따다 물었을까요?

 

우리나라 '동요의 아버지' 윤석중 아동문학가님(1911~2003, 서울)의 동요 '봄 나들이'를 만납니다.

 

'나리 나리 개나리 / 입에 따다 물고요 / 병아리 떼 종종종 / 봄 나들이 갑니다'

 

노란 개나리꽃이 피어나는 환한 봄날에, 또한 노란 병아리들이 종종종 나들이를 하는 풍경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네요. 얼마나 귀엽겠는지요?

 

'입에 따다 물고요'

 

그런데요, 병아리가 정말 개나리꽃을 따서 자신의 입에 물고 다닌다고요? 이 동요가 실린 위 책의 지면에도 병아리들이 개나리꽃잎을 물고 다니는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그러나 그렇게 상상하는 일도 즐거움을 주지만, 개나리의 '노란 꽃잎'이 마치 병아리의 '노란 주둥이' 같이 생겼다는 상상이라면 얼마나 더 앙증맞겠는지요?

 

'병아리 주둥이 = 개나리꽃잎'.

 

그렇게 항상 개나리꽃잎을 입에 물고 다니는 귀여운 병아리들이네요. 

 

그래서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병아리들의 노란 주둥이가 자꾸 떠오르게 되고, 개나리를 보아도 병아리가, 또 병아리를 보아도 개나리가 생각나는 신비로운 동요입니다.

 

"나리-나리-개나리"-윤석중-동요-'봄-나들이'-중에서.
"나리 나리 개나리" - 윤석중 동요 '봄 나들이' 중에서.

 

3. 잠시 '어른'을 벗어버리게 하는 동요

 

'봄 나들이'는 1939년에 나온 「윤석중 동요선」에 실린 동요입니다. 지금(2024년)으로부터 85년 전에 태어난 동요네요.

 

사람으로 치면 85세의 어르신이네요.

 

85세의 동요이지만, 그런데 어디 동요가 늙던가요?

 

동요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네요. 그래서 85년 동안 새롭게 태어나는 수많은 아이들의 입으로 불려졌네요.

 

그 아이의 뇌리에 박혀서 자라서 청소년이 되어도, 장년이 되어도, 노년이 되어도 수시로 흥얼흥얼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게 되었네요.

 

이렇게 동요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네요.

 

그러니 '봄 나들이'는 유아 동요이지만, 아기부터 유치원생 즈음까지 많이 불리는 유아 동요이지만, 유아 때 부르고 마는 동요가 아니라는 말이네요.

 

그러므로, 자, 우리 잠시 '어른'을 벗습니다.

 

어른스럽게, 어른인 양 살고 있는 '어른의 마음'을 잠시 벗습니다. 권위와 체면, 책임과 의무···. 어른은 얼마나 무거운지!

 

그렇게 '어른'이라는 옷을 벗고 우리 잠시 아이가 됩시다. 아이 마음이 됩시다.

 

이렇게 아이가 된 우리 '봄 나들이'를 불러 봅니다. 

 

'나리 나리 개나리 / 입에 따다 물고요 / 병아리 떼 종종종 / 봄 나들이 갑니다'

 

아이 마음이 되어 이 동요를 한 열 번쯤 부르고 나니 이상한 현상이 생기네요.

 

아이처럼 자꾸 혀짤배기소리도 하게 되고요, 표정도 자꾸 귀여워지려 하고, 시선도 낮아지고요.

 

또 병아리 엉덩이가 눈앞에 얼른거리면서 병아리처럼 뒤뚱거리게도 되네요. 아예 병아리가 되어 종종종 걸어가는 것만 같고요.

 

또 한 가지, 입이 자꾸 앞으로 삐죽이 튀어나오는군요.

 

'입에 따다 물고요 / 병아리 떼 종종종'

 

이 두 구절요, '물고요'와 '종종종'. 여기서 병아리 주동이처럼 자꾸 입이 나와요.

 

그렇게 병아리 주동이가 되어도 우리 입은 개나리꽃잎 같진 않겠지만요.

 

어떻게 우리의 동심이 늙을 수 있겠는지요?

 

우리의 동심은 우리의 속 깊은 곳에 있었네요. 시간의 흐름을 타고 어른으로 도망가는 우리를 수시로 아이로 데려다주네요.

 

'나리 나리 개나리 / 입에 따다 물고요 / 병아리 떼 종종종 / 봄 나들이 갑니다'

 

아이 마음으로 '봄 나들이'를 여러 번 부르고 나니 속이 개운해지고 온몸이 가벼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동심은 정말 보약이네요.

 

이런 아이 모드라면 당분간은 무엇이든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요. 아이처럼요.

 

그대도 그대 속의 아이를 불러내 보시길, 그 아이가 되어 '나리 나리 개나리~'를 귀엽게 불러 보시길!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개나리꽃 연관 동시를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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