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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알뜰한 그 맹세 뜻 봄날은 간다 가사

by 빗방울이네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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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 그 맹세'는 과연 무슨 뜻일까요? 노래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알뜰한 그 맹세’처럼 시대마다 다른 언어 관습 차이로 우리를 알쏭달쏭하게 하는 몇 가지 시어(詩語)를 만나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가요 '봄날은 간다'의 가사 '알뜰한 그 맹세' 뜻은?

 
우리 모두 사랑하는 가요 '봄날은 간다'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 봄날은 간다'
 
여기서 '알뜰한 그 맹세'는 그 뜻이 모호하고 아리송하기만 하네요.
 
'알뜰하다'의 뜻은 두 가지입니다. ①일이나 살림을 정성스럽고 규모 있게 하여 빈틈이 없다, ②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참되고 지극하다.
 
오늘날 우리는 ①의 뜻에 경도된 나머지 ②의 뜻을 쉽게 간과하고 있나 봅니다. 
 
이 가사는 손로원 작사가님이 1953년에 쓴 것입니다. 그 당시의 언어 관습으로 '알뜰한'은 ②의 뜻, 즉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참되고 지극하다는 뜻으로 많이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그러면 '알뜰한 그 맹세'의 뜻이 명확해집니다.
 
나를 아끼고 위하는 참되고 지극한 마음이 담긴 님의 맹세만 믿고 있었는데, 님은 오지 않고 봄날은 간다고 있다고 하네요.
 
참 서러워지네요.
 

2. 김달진 시 '체념'에서 '체념'의 뜻은?

 
김달진 시인님(1907~1989, 경남 창원)의 시 '체념(諦念)'도 오늘날로 보면 아리송한 시어(詩語)입니다.
 
이 시의 한 구절을 만납니다.
 
'견디기보다 큰 괴롬이면 /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지는 꽃잎을 주워 /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그런데 우리가 체념(諦念)의 뜻으로 알고 있는 ①'희망을 버리고 아주 단념함'이라는 뜻에 함몰된다면 이 시에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바로 체념에는 ②'도리를 깨닫는 마음'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입니다.
 
②의 뜻으로 보면, 위의 시 구절이 다정하게 가슴으로 안겨옵니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 현실에서 부닥치면 깊은 산속에 들어가 보자고 합니다. 
 
거기서 몰래 피었다 떨어지는 꽃잎을 주워 입술을 맞추자고 하네요.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도 보지 않는 깊고 깊은 산속에서도 꽃은 피었다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현실의 괴로움이 가벼워질 것이라는 말이네요.
 
바로 이 시 제목 '체념'의 뜻인 ②'도리를 깨닫는 마음'이라는 뜻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네요.
 

"알뜰한 맹세?" - 노래 '봄날은 간다' 가사 중에서.

 
 

 
 
 

 
 

3. 백석 시 '쓸쓸한 길'에서 '동풍이 설렌다'의 뜻은?

 
백석 시인님(1912~1995, 평북 정주)의 시 '쓸쓸한 길' 마지막 구절 '동풍이 설렌다'에서 '설렌다'는 무슨 의미일까요?
 
울어주는 사람 아무도 없는 외로운 장례식 풍경을 그린 시 '쓸쓸한 길' 속의 몇 구절을 만납니다.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東風)이 설렌다'
 
1930년대, 가족도 없는 외로운 주검이 거적에 둘둘 싸여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고 하네요. 수리취와 땅버들의 하얀 솜털이 소복 같아 보여서 서럽다고요. 
 
그러면서 '동풍이 설렌다'라고 합니다.
 
이 외로운 슬픈 장례식에 '설렌다'라는 말이 웬 말이겠는지요?
 
마음이 들떠서 마구 두근거린다고요?
 
'설레다'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봅니다.
 
①마음이 가라앉지 못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
②가만히 있지 아니하고 자꾸만 움직이다
③물 따위가 설설 끓거나 일렁거리다
 
우리가 자주 쓰는 '설레다'의 ①의 뜻에 경도된 나머지 ②의 뜻을 간과하면 이 시 '쓸쓸한 길'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고 멀리 도망가고 말 것입니다.
 
뜨물같이 뿌옇게 흐린 날이라고 하고요, 차갑고 세찬 동풍이 설렌다, 즉 가만히 있지 아니하고 종횡무진으로 불어대서 쓸쓸하고 어수선한 장례식 풍경을 고조시키네요. 
 

4. 정지용 시 '유리창 1'에서 '황홀'의 뜻은?

 
정지용 시인님(1902~1950)의 시 '유리창 1'에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시는 시인님이 어린 딸을 여의고 쓴 시(1929년 발표)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황홀한'은 무슨 뜻일까요?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국어사전에서 '황홀하다'의 뜻을 새겨봅니다.
 
①눈이 부시어 어릿어릿할 정도로 찬란하거나 화려하다
②어떤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뜬 상태이다
③미묘하여 헤아려 알기 어려운 상태다
④흐릿하여 분명하지 않다
 
'황홀'에는 기분이 좋은 긍정적인 면모만 있는 것이 아니네요.
 
'황홀(恍惚)'의 한자어에는 미묘하여 헤아려 알기 어려운 상태이다, 멍하다, 흐릿하다,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모양 등의 뜻이 들어 있었네요.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어린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간 딸이 혹시나 밖에 왔나 싶어 밤에 유리창을 닦고 또 닦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시인님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라고 했네요.
 
그래서 이 구절의 '황홀한'은 ①의 뜻이 아니라, ②③④의 뜻이 포함된 '정신이 멍하고 흐릿하여 사리 분별이 안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렇게 정신이 나간 상태는 어린 딸을 먼저 보낸 아비의 심정이네요. 상명지통(喪明之痛) 말입니다.
 
위에 소개된 4편의 시에 대한 자세한 감상이 '독서목욕'에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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