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오공법을 만납니다. 국선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가장 익히고 싶어 하고, 수시로 연마하며 몸과 마음 건강을 챙기는 대표적인 무예입니다. 함께 읽으며 몸과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내장을 튼튼히 해주는 운동이 있다!
독서를 하다가 이런 문장을 만나면 가슴이 다 콩닥거립니다.
기화오공법은 몸의 유연성과 손발의 외공 동작을 익히는 데 목적이 있으며
나아가 장부(臟腑)를 튼튼하게 해주는 두 가지 효과를 얻고자 한다.
- 「국선도무예교본」(박진후 지음, 나무와달, 2009년) 중에서
기화오공법(氣化五功法, 이하 오공법)이 몸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것만이 아니라 장부(臟腑)를 튼튼하게 해 준다고 합니다.
이때의 장부는 오장(五臟)과 육부(六腑)인 내장기관 즉 신장, 방광, 간, 담, 심장, 소장, 비장, 위장, 폐장, 대장을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 몸의 장부를 튼튼하게 해주는 건 어떤 보약이라고 생각하는데, 위 문장에서는 오공법이라는 국선도 무예가 장부를 튼튼하게 해 준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문장인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운동을 해서 장부가 튼튼해진다는 상상을 하지는 않습니다. 흔히 운동의 목적이라면 신체의 외형적인 부분, 즉 근육을 키우고 더 강하게 단련하는 것을 떠올리곤 합니다.
아령이나 역기나 턱걸이 같은 근력운동은 물론 수영,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도 막연히 신체를 튼튼히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턱걸이해서 나의 '대장'을 튼튼히 할 것이다, 우린 보통 이런 생각을 하진 않으니까요.
그러나 오공법이라는 '운동'이 우리 몸 속의 장부까지 튼튼하게 해 준다고 '콕' 찍어 말해주네요. 어떤 운동이 장부를 튼튼하게 해 준다는 문장을 이전에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국선도의 오공법은 어떻게 장부를 튼튼히 해준다는 걸까요?
2. 10가지 자세와 10가지 장부가 서로 연결된다
오공법(五功法)은 국선도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익히기를 원하는 아름다운 동작의 무예입니다. 팔과 다리를 부드럽게 또는 강하게 움직이며 전후좌우 사방으로 공격하기도 하고 방어하기도 하는 동작들이 유려하게 펼쳐집니다.
왜 '오공(五功)'일까요?
오공(五功)이니 '다섯'과 연관이 있겠네요. 오공법은 모두 10가지 자세가 있는데 이들은 2가지씩 다섯 묶음(오행; 수, 목, 화, 토, 금)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0가지 자세마다 동작이 다섯 가지씩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섯 '오(五)', 공부 또는 공력 '공(功)'이라는 글자를 써서 오공법이라 합니다.
오공법이 우리 몸 속의 장부를 튼튼히 해준다는 말은 오공법의 각 동작이 장부를 강화해 주는 효과가 있도록 짜여 있다는 말이겠습니다.
오공법의 10가지 자세는 1번 의세(意勢)부터 10번 당세(當勢)까지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1번부터 10번까지 자세마다 우리 몸속의 내장기관이 하나씩 연결되어 있습니다.
1번 의세(意勢) : 신장
2번 사세(思勢) : 방광
3번 선세(善勢) : 간장
4번 생세(生勢) : 담
5번 관세(觀勢) : 심장
6번 변세(辨勢) : 소장
7번 진세(眞勢) : 비장
8번 실세(實勢) : 위
9번 정세(正勢) : 폐장
10번 당세(當勢) : 대장
1번 의세는 신장을 단련해 주는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런 동작들은 어떻게 몸속 깊이 있는 내장을 단련해 준다는 걸까요?
3. 각 동작은 '각 장부를 강화하는 경락'을 자극한다
우리는 국선도 오공법의 동작이 장부를 단련해주는 원리를 찾을 수 있는 문장들을 만납니다.
경락(經絡)이라 함은 음양이기(陰陽二氣)가
체내외(體內外)를 통행하는 기운을 말한다···
경(經)은 종(縱)으로 통하고
낙(絡)은 횡(橫)으로 통하여 경(經)과 경(經) 간을 연락(連絡)한다는 뜻이며
신체 내외를 적지적소로 통로(通路)를 정하여
일종의 지층 위치(地層位置)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이 통로가 정해져 있는 경락은 혈액순환과 직접 감응(感應)되어 있다.
- 「국선도·3」(청산선사 지음, 도서출판 국선도, 1993년 1쇄, 2022년 12쇄) 중에서
1967년 하산하여 국선도를 처음으로 현대사회에 보급해 준 청산선사님의 문장입니다. 경락은 음양의 두 기운이 몸 안팎을 통행하는 기운인데, 그것이 우리 몸속의 혈액순환과 서로 직접 반응(감응)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청산선사님은 '경락과 장부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장부(臟腑)는 몸 안에서 생명의 근원이 되고
경락(經絡)은 전신 표리(全身表裏)에 벌려 있으며,
장부와 유기적인 관계에서 생리적(生理的)인 생활현상의 중추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삶이란 몸 안에 있는 각 기관과 기관에 근원을 두고
체표리(體表裏)를 주신(周身)하는 경락에서
기혈(氣血)이 영위(榮衛)하는 현상을 삶(生) 또는 존재라 말하는 것이다.
- 위 같은 책 「국선도·3」 중에서
위의 문장에서 우리는 우리의 질문 '오공법은 어떻게 몸속의 장부를 단련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서 우리는 오공법의 10가지 자세는 10가지 몸속 장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의 청산선사님의 문장으로 인해, 10가지 자세는 그 각각의 '장부와 유기적인 관계에서 생리적인 생활현상의 중추가 되는' 경락을 자극하는 동작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각 장부마다 어떤 경락이 연결되어 있을까요?
청산선사님은 위 책의 '인체경락도'를 논하는 페이지에서 10가지 장부를 강화하는 경락(14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체 그림 위에 경락 위치가 자세히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각 경락과 우리 몸속의 장부와 연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번 의세(신장)부터 10번 당세(대장) 순서입니다.
신장 :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
방광 :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
간장 :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
담 :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
심장 :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
소장 :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
비장 :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
위장 :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
폐장 :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
대장 :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
그러니까 국선도 오공법은 우리 몸 속의 장부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쓰담쓰담 어루만져주는 운동이네요.
모두 50가지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번 실시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하고 나면 온몸이 열기로 후끈해지는 것을 저절로 느낄 수 있습니다.
국선도는 수천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무병장수를 위한 심신수련법으로 수련해 왔습니다. 마음을 맑히고 몸을 단련해 주는 우리 민족 고유의 운동이 국선도네요.
장부를 튼튼하게 해주기 위해 스스로 지어먹는 돈 안 드는 보약, 오공법으로 심신의 건강을 함께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글 읽고 마음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국선도 유래'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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