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님의 수필 '종달새'를 만납니다. 종달새의 본성에 대한 글인데, 저마다의 성정(性情)을 생각하게 되는 글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피천득 수필 '종달새' 문장 읽기
책을 읽다가 만나는 이런 문장은 우리 정신의 골짜기를 환하게 비춰주는 것만 같습니다.
아침 햇빛이 조롱에 비치면 그는 착각을 하고 문득 날려다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쓰러지기도 한다.
설사 그것이 새장 속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들을 모르는 종다리라 하더라도,
그의 핏속에는 선조 대대의 자유를 희구하는 정신과 위로 위로 지향하는 강한 본능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피천득 수필집 「인연」(민음사, 2018년) 중에서
수필가이자 영문학자인 피천득 님(호 금아, 1910~2007년, 서울)은 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대수필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수필' '인연' 등을 비롯한 그의 수필은 섬세하고 간결한 언어로 엮어진 명상적 수필의 대명사로 불리며 한국 수필 문학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집 「생명」 「삶의 노래」 등이, 수필집 「인연」 등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수 등으로 재직했고, 인촌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습니다.
2. 새장에 갇히면 종달새는 어떻게 할까요?
위에 소개된 글은 피천득 님의 수필집 「인연」에 실린 수필 '종달새'에 나오는 두 문장입니다.
이 수필 '종달새'에서 피천득 님은 공작과 앵무새, 종달새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세 종류의 새가 새장에 갇히면 어떤 행동을 할까요?
공작은 새장에 갇히면 '거친 산야보다 아늑한 우리 안이 낫다는 듯이 안일하게 살아간다.'라고 합니다.
앵무새도 새장에 갇히게 되면 '자유를 망각하고 감금 생활에 적응한다.'라고 하네요.
그러나 종달새는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종달새는 다르다고 합니다.
종달새의 몸에는 '자유를 희구하는 정신, 위로 위로 지향하는 강한 본능'이 흐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장에 갇혀 있다고 할지라도 잠에서 깨어나면 거기가 넓은 들판인 줄 알고 날아오르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새장에 부딪혀 종달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쓰러지기도 한다'라는 말은 얼마나 놀라운 말인지요?
3. 종달새의 본성은 땅에서 하늘로 수직 상승하는 것!
종달새는 종다리 또는 노고지리라고도 합니다.
이 새의 중국 명칭은 '운작(雲雀)'입니다. 구름 '雲(운)'에 참새 '雀(작)'이네요. 구름 속의 참새라는 말이네요.
이 '운작'이라는 명칭은 종달새의 생태를 잘 함축하고 있네요.
종달새의 생태를 볼까요?
날개를 완만하게 펄럭여 날고 지저귀면서 영역에서 수직으로 상승하며
다 올라가면 날개를 심하게 펄럭여서 한 곳에 정지하다가
다 지저귀고 나면 곧바로 영역 내로 날아 내린다.
▷「한반도의 조류」(원병호 김화정 지음, 아카데미서적, 2012년) 중에서
정말 신기한 녀석이지요?
외모가 참새처럼 생긴 녀석이 수직 상승한다고 합니다. 구름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아주 높이 높이요.
그러니 '운작'이라는 이름도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4. 나만의 빛깔을 찾아가자, 종달새처럼!
위로 위로 지향하며 수직으로 상승하는 종달새의 본성을 접하면서 '성정(性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 사람의 타고난 성질과 심정 말입니다. 그리고 '독창성(獨創性)'이라는 단어도요.
우리는 저마다 얼마나 다른지요. 얼마나 독특한지요.
종달새가 수직으로 상승하듯 우리도 저마다 독특한 성정을 가진 존재입니다.
얼마 전에 TV를 보다가 어느 무명 가수의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경연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무명 가수가 부른 노래는 김광석 가수님의 '기대어 앉은 오후에는'였어요.
그런데요, 이 무명 가수는 이 노래를 김광석 스타일이 아니라 완전히 자신의 스타일로 불렀습니다.
그 독창성은 오래되어 익숙한 그 노래를 전혀 새로운 노래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래서 그 무명 가수는 경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이 오랜 무명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했던 것입니다.
그 무명 가수가 바로 소수빈 님입니다.
사람들은 이 무명 가수의 빛나는 등장을 보고 저마다 많은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빗방울이네도 그랬습니다.
얼마나 나의 독특함을 모르고 살아왔던 것인지.
얼마나 앞서가는 사람의 흉내를 내려했던지.
얼마나 남에게 잘 보이려 꾸몄던지.
얼마나 남보다 잘 나려 애썼던지.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겠지요? 나만의 독특한 성정이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겠지요?
새장 안에 갇힌 종달새도 잠에서 깨어 들판인 줄 착각하고 날개를 퍼덕일 정도로 본성은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그 본성은 또 누가 뺏어가지도 못하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니 불현듯 강한 모험심이 일어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나만의 빛깔을 지니자, 종달새처럼!
나만의 독특한 성정을 추구하자, 수직 상승하는 종달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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