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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조병화 시 해마다 봄이 되면

by 빗방울이네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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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시인님의 시 '해마다 봄이 되면'을 만납니다. 행복한 삶을 위한 팁 3가지가 담긴 시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조병화 시 '해마다 봄이 되면' 읽기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1921~2003년, 경기도 안성)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은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조병화 시 전집 3」(조병화문집간행위원회, 국학자료원, 2013년) 중에서

 

2. 행복한 삶을 위한 팁 3가지는 무엇?

 
시 '해마다 봄이 되면'은 1973년에 출간된 조병화 시인님의 제21시집 「어머니」에 실린 시입니다.
 
1973년이면 시인님 53세 즈음입니다.
 
이 시에는 행복한 삶을 위한 팁 3가지가 들어있네요.
 
시인님은 평생 163권의 책을 내고 시집도 53권을 출간했습니다.
 
그런 분이 53세 즈음에 생각했던, 행복한 삶을 위한 3가지 팁은 무엇이었을까요?
 
'해마다 봄이 되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 공중에서 /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가 그 첫 번째 팁이네요.
 
시인님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3가지 팁 중에서 첫 번째가 바로 '부지런해라'입니다.
 
부지런해라! 우리는 얼마나 이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아왔는지요?
 
부지런해라! 이 말처럼 퇴색해 버린 말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이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시인님은 '봄처럼 부지런해라'라고 했네요.
 
'부지런해라'와 '봄처럼 부지런해라'는 얼마나 다른 지요.
 
보셔요, 저 부지런한 봄을요.
 
겨우내 앙상했던 백양나무가 코딱지만 한 연두 촉들을 속속 내밀었던 것이 엊그제였습니다.
 
이 봄날 백양나무는 그 이파리의 면적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네요.
 
가지마다 아주 작은 촛불처럼 켜졌던 그 촉들이 며칠 사이 아가야 손바닥 만하게 넓어졌네요. 
 
빗방울이네는 창밖에 서 있는 백양나무의 연초록 이파리들을 보면서 줄넘기를 했습니다.
 
백양나무는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냥 넓혀가는 거지 뭐.
 
부지런히 말이야. 
 
이 봄날 이파리 넓히는 일 외에 할 일이 뭐가 있겠어!
 
빗방울이네는 더 빠른 속도로 줄넘기를 했습니다.
 
그래, 이 봄날 더 빠른 속도로 줄넘기를 하는 일 외에 할 일이 뭐가 있겠어!
 

"봄처럼!" - 조병화 시 '해마다 봄이 되면' 중에서.

 

 

3. 봄처럼! 봄처럼! 봄처럼!

 
'해마다 봄이 되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 보이지 않는 곳에서 /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행복한 삶을 위한 시인님의 두 번째 팁, '꿈을 지녀라'네요.
 
그런 말은 너무 고루(固陋)하다고요?
 
그래서요, 그냥 '꿈을 지녀라'가 아니고요, '봄처럼 꿈을 지녀라'입니다.
 
'봄처럼 꿈을 지녀라'. 이렇게 '봄처럼'을 넣으니 밍밍하기 그지없었던 '꿈을 지녀라'라는 문장에 연초록 물이 찰랑거리는 것만 같네요.
 
보셔요, 저 초록의 생명들을 키우고 있는 봄을요.
 
봄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운다고 합니다.
 
시인님은 우리에게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만 같네요.
 
나의 생명을 생명답게, 타인의 생명을 생명답게, 사람 아닌 생명이라도 생명답게!
 
그 생명들이 생명답게 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그 생명들이 자신의 삶의 길을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거들어주는 일, 시인님은 그런 일을 꿈으로 지녀보라고 하네요.
 
봄이 그렇게 하고 있듯이요. 봄처럼요.
 
'오, 해마다 봄이 되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 솟은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행복한 삶을 위한 시인님의 세 번째 팁은 '새로워라'입니다.
 
이 역시 '봄처럼 새로워라'입니다.
 
저 밖의 봄을 봅니다.
 
봄은 있는 걸 다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없던 것을 처음으로 내보이고 있네요.
 
봄은 나무들에게 새로운 옷을 입혀주고 있네요.
 
봄은 제비꽃을 새롭게 피워내고 있네요.
 
모두 지난 시간과 다른 물상(物象)입니다.
 
시인님은 묻고 있습니다.
 
날마다 같은 길로만 다니고 있는가요?
 
매양 먹는 음식만 선택하고 있는가요?
 
자신의 방식만 옳다고 생각하는가요?
 
고정된 패턴을 버리고 새롭게 시도하라고 합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라고 하네요.
 
봄처럼요.
 
봄처럼 부지런해라, 봄처럼 꿈을 지녀라, 봄처럼 새로워라!
 
시인님은 이 3가지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을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로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네요.
 
그동안 살면서 선지자들의 말씀도 공부해 보고 직접 겪어도 보니, 행복한 삶을 위한 팁은 이 3가지였다고요.
 
시인님 감사합니다, '봄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조병화 시인님의 시를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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