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돼지고기, 이슬람, 그리고 8체질

돼지고기를 좋아하십니까? 요즘처럼 추운 저녁에는 친구들과 따뜻한 불판 주위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우면서 차가운 소주를 나누는 시간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돼지고기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봅니다.

 

1. 젤리에 돼지고기가?

최근에 우연히 젤리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오리온에서 나온 '꼬물탱'이라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젤리봉지 뒷면에 쓰여진 제품 표시사항에 '돼지고기 함유'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주 눈에 띄게 노란색 바탕에 큰 글씨로 적혀있었어요. 이 새콤달콤한 젤리에 돼지고기가 들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답니다.

다시 젤리봉지 뒷면을 자세히 보니, 젤리를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에 젤라틴이 있네요. 젤리의 식감을 내는 젤라틴, 이 젤라틴의 재료가 돼지고기입니다. 돼지고기 껍질은 젤라틴 덩어리입니다. 그런데 왜 젤리 봉지에 사람들이 금방 알아볼 수 있게 '돼지고기 함유'라고 크게 표시해두었을까요?

2.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또는 싫어하고

그 이유는 돼지고기를 먹으면 안 되거나 몸에 좋지 않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교가 떠오르시죠? 이 금기사항을 고리로, 최근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현장 근처에 돼지머리를 갖다두고, 또 거기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행위를 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이슬람이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정화를 목표로 하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돼지가 사는 곳, 먹는 것 등의 생태가 비위생적이고 탐욕적이라는 점 등이 식용으로 부적합한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과 건전한 정신으로 깨끗한 영혼과 건강한 신체에 자양분을 주기 위해서 음식물에 각별하게 유의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주위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저는 직장 상사가 돼지국밥을 안 먹는다고 했을 때 속으로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을 배려한다고 한 때 점심메뉴로 돼지국밥은 금기였어요. 그 분은 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을까요?

젤리 봉지 뒷면에는 '돼지고기 함유'라고 적혀 있다.

 

3. 돼지고기는 차가운 성질

바로 체질 때문입니다. 한의학은 우리의 체질을 8체질로 나눕니다. 8체질 가운데 금양인과 금음인들은 모든 육류가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수양인 수음인들은 유독 돼지고기가 해롭습니다. 오래 전에 저는 짝지와 함께 한의원에서 체질검사를 했습니다. 저는 수음인, 아내는 토양인이었습니다. 한의원 원장님은 저에게 돼지고기를 평생 먹으면 나중에 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셨습니다. 짝지에게는 남편 신경쓰지 말고 돼지고기를 마음껏 즐기라고 하셨고요. 식탁이 한반도처럼 양분되는 순간이었네요.

한의학에서 돼지고기는 찬 성질의 음식으로 분류합니다. 수음인은 차가운 체질의 몸이기 때문에 따뜻한 성질의 음식으로 몸을 데워줘야 건강에 이롭다는 것입니다.

자, 젤리 봉지에 왜 '돼지고기 함유'라는 문구가 눈에 띄게 표시되어 있는지 이제 명확히 알겠군요. 혹시 주위에 돼지고기 안 먹는 사람 있나요? 너무 눈총주기 없기예요. 저마다 사정이 다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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