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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성철 큰스님과 서정주 시인님 대화 - 금욕

by 빗방울이네 2023.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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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소설가님의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속의 문장을 만납니다. 서정주 시인님이 성철 큰스님을 만나 어떻게 하면 금욕을 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성철 큰스님은 뭐라 하셨을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정찬주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의 문장 읽기


서정주가 오체투지로 공순히 절을 하고 나서, 처음 질문을 이렇게 했던 것이다.
“저는 육십이 멀지 않은 나이인데도 예쁘게 보이는 여자를 만나면 연연한 마음이 생기는 걸 아직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떠신지요?”
이때 서정주는 성철이 자신을 나무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성철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보시오. 서정주 씨.”
“네, 큰스님.”
“서정주 씨는 큰 시인이라고 듣고 있었는데, 그것도 아직 모르오?”
“뭘 말입니까?”
“아, 그러니까 젊은 중들은 날이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부처님께 예불하고, 불경도 배워 읽고, 참선도 하고, 마음을 닦으며 지내는 것 아니오.”
“젊은 스님들이 목탁을 치는 이유가 그러기도 하는군요.”
“하하하. 큰 시인이라고 하기에 그만한 일은 다 알아차려 사시는 줄 알았더니.”
자신의 심정을 화통하게 꺼내었던 서정주는 이때 성철의 넉넉한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하였다고 한다.


- 정찬주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열림원, 2007년)중에서

 

2. 큰스님, 어떻게 해야 욕망을 참을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위의 장면은 잘 읽어보셨는지요? 함께 이 장면 속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님이 하루는 경남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 찾아왔습니다. 성철 큰스님을 뵈려고요. 그리고 오체투지로 인사를 했다고 하네요. 오체투지(五體投地)는 다섯 가지 신체(머리와 팔다리)를 바닥(地)에 닿도록(投) 절하는 불교 예법입니다. 두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바닥에 댄 다음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하는 절입니다.

 

'가야산 호랑이'로 불리는 엄하기로 소문난 성철 큰스님께 그렇게 정중하고 엄숙하게 절을 한 후 나온 첫 질문이 금욕에 대한 질문이네요. 참말로 서정주 시인님의 호기심도 배포도 대단하네요.

 

60세를 앞둔 서정주 시인님의 당시 가장 큰 고민은 금욕이었네요. 성욕은 삶의 동력이라고도 하지만 시인님은 이를 극복하고 더 큰 힘을 얻고 싶었을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금욕을 할 수 있는지, 절에서 수도하시는 큰스님의 몸과 마음살림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던 거네요. 

 

그 대답으로 성철 큰스님은 젊은 스님들의 수행을 보라고 합니다.

 

아, 그러니까 젊은 중들은 날이 날마다 부처님께 예불하고, 불경도 배워 읽고, 참선도 하고, 마음을 닦으며 지내는 것 아니오.

- 정찬주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중에서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 스님들은 밤낮없이 수행 정진하여 저마다의 욕망을 갈무리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성철 큰스님은 서정주 시인님을 향해 이렇게 파안대소하시네요.

 

하하하. 큰 시인이라고 하기에 그만한 일은 다 알아차려 사시는 줄 알았더니.

- 정찬주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중에서

 

천개의눈이나를지켜본다는마음
'천 개의 눈이 나를 지켜본다는 마음' - 천수천안관세음보살 그리고 신독의 길.

 

 

3. 천 개의 눈이 24시간 나를 지켜본다는 마음

 

그런데요, 빗방울이네는 '마음을 닦으며 지내는 것'이 금욕의 길이라는 성철 큰스님의 대답이 명쾌하게 와닿지를 않았습니다. 마음을 닦은 상태에서는 욕망을 제어할 수 있을지라도 마음을 닦는 과정에서는 욕망의 문제를 어떻게 간수하는가에 대한 디테일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빗방울이네가 평소 존경하는 분께 이 장면에 대해 물었습니다. 성철 큰스님과 서정주 시인님과의 이 대화 속에 혹시라도 숨겨진 어떤 장면이 있는가 해서요.

 

이 분은 '천수천안(千手千眼)'을 말씀하시네요. 천수천안관세음보살 말입니다.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으로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고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보살입니다.

 

부처님의 천 개의 눈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지켜본다는 믿음 속에 있는 분들이 바로 스님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 속에서 어떻게 애욕이 솟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중용」의 '신독(愼獨)'에 대해서도 말씀하시고요. 홀로 있을 때에도(獨)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언행을 삼간다(愼)는 말입니다.

 

이 '신독'은 우리 '독서목욕'에서 이기동 교수님(성균관대학교)의 책 「진리란 무엇인가」를 읽을 때 이미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이기동 교수님은 우리 본성의 소리, '하늘마음'이 24시간 작동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군자는 혼자 있어도 경계하고 조심하고 두려워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하늘마음'은 앞의 '천수천안'과 연결되고 있네요. 

 

그런데 이 길이 얼마나 험난하겠는지요? 그런데 그렇게 험난한 길이 한없이 이어지기만 할까요? 

 

내 마음을 참으로 높은 데 두면 감각은 쉽게 이겨진다는 말이다.

마음이 몸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악은 감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 나를 찾으려 하지 않는 마음에 있다.

그러므로 헤매는 마음을 그대로 두고 선을 행하려고 감각을 억지로 구속하고 강제하여도 소용이 없고,

반대로 마음을 올바른 길(道)에 놓기만 하면 감각은 자동적으로 거기에 따라 참(眞理)에 이르게 된다.

- 「바가바드 기타」 (함석헌 주석, 한길사, 1996년 1쇄, 2021년 16쇄) 중에서

 

'마음을 올바른 길에 놓기만 하면 감각은 자동적으로 거기에 따라 참에 이르게 된다'는 문장은 얼마나 높고 맑고 밝은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성철 큰스님이 건네주시는 삶의 팁을 더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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