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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천 동시 호박꽃 초롱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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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천 시인님의 동시 '호박꽃 초롱'을 만납니다. 샛노란 호박꽃에서 무엇을 떠올렸을까요? 아이 같은 시인님이 건네주는 천진난만으로 마음을 맑히며 독서 목욕을 하십시다.
 

1. 강소천 동시 '호박꽃 초롱' 읽기

 
호박꽃 초롱
 
- 강소천(1915~1963 함남 고원)
 
호박꽃을 따서는
무얼 만드나?
무얼 만드나?
 
우리 애기 조그만
초롱 만들지.
초롱 만들지.
 
반딧불이를 잡아선
무엇에 쓰나?
무엇에 쓰나?
 
우리 애기 초롱에
촛불 켜 주지.
촛불 켜 주지.
 

- 강소천문학전집(1) 동시·동요편 「보슬비의 속삭임」(김동리·박목월·윤석중·최태호 엮음, 문음사, 1981년) 중에서

 

2. '호박꽃 초롱'이 실린 첫 시집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우리 모두 사랑하는 동시 '닭'입니다.
 
한국 동시의 대표작이라 꼽히는 이 '닭'은 강소천 시인님의 작품입니다.
 
동시 '닭'은 1941년 발간된 강소천 님의 첫 동요시집 「호박꽃 초롱」에 실려있습니다.
 
우리에게 동시 '닭'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동요시집에는 '호박꽃 초롱'도 있습니다. '호박꽃 초롱'이 이 시집의 제목이 되었네요. 그만큼 시인님이 시집 속의 '선수' 중에서 발탁한 '대표선수'라는 말이네요. 
 
동요시집 「호박꽃 초롱」에는 '닭'이 첫 번째 동시이고, '호박꽃 초롱'이 세 번째 동시로 실려있습니다. 이 시집에는 모두 33편의 동시와 2편의 동화가 실려있네요. 이 시집은 백석 시인님의 서시 '호박꽃 초롱 서시'가 맨 앞에 실려있는 동시집으로도 유명합니다.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려 연못으로 갈 테야'라고 시작되는 '보슬비의 속삭임'은 두 번째 동시로 실려있네요. 「호박꽃 초롱」은 이렇게 우리 모두의 아이 마음을 보듬어준 보물 같은 동요시집이었네요.
 
「호박꽃 초롱」은 일제가 일본어 상용화와 조선어 과목 폐지(1937년),
도서 통제(1938년), 창씨개명(1939년) 등의 민족말살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한글 문학의 발표가 불가능해진 시기에 발간된 한글 문학작품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강소천 평전」 (박덕규 지음, 교학사, 2015년)중에서

 
우리말로 된 동시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 했던 시인님의 뜨거운 사랑이 느껴지는 시집이네요.
 

강소천동시호박꽃초롱중에서
강소천 동시 '호박꽃 초롱' 중에서.

 

 

3. '천진난만'을 사랑하기 위해 '천진난만'이 쓴 시

 
동시 '호박꽃 초롱'은 강소천 시인님 20세 때인 1935년 조선중앙일보를 통해 세상에 발표됐습니다. 그 뒤 1941년 시인님은 자신의 처음이자 생전의 유일한 것이 된 동요시집을 내면서 그 책 이름을 「호박꽃 초롱」이라 붙였으니 시인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동시네요.
 
호박꽃을 따서는 / 무얼 만드나? / 무얼 만드나?
우리 애기 조그만 / 초롱 만들지 / 초롱 만들지

- 강소천 동시 '호박꽃 초롱' 중에서

 
호박꽃의 생김새에서 초롱을 떠올렸네요. '초롱'은 촛불이 바람에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촛불 둘레에 천을 두른 등불을 말합니다. 청사초롱 아시지요? 파란색 천과 빨간색 천으로 상하단을 두른 초롱인데 전통혼례식 때 사용했던 그 초롱요. 
 
호박꽃이 초롱 등불과 닮았다고, 그래서 호박꽃이 조그만 초롱이라고 생각하는 아이 같은 시인님을 생각합니다. 얼마나 천진(天眞)한지요? 
 
반딧불이를 잡아선 / 무엇에 쓰나? / 무엇에 쓰나?
우리 애기 초롱에 / 촛불 켜 주지 / 촛불 켜 주지

- 강소천 동시 '호박꽃 초롱' 중에서

 
그 호박꽃 속에 반딧불이를 넣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른바 호박꽃 초롱이 탄생했네요. 그 호박꽃 초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만히 생각하니 마음속에 동심이 충전되는 기분이네요. 환하게요.
 
시인님의 호박 사랑은 대단합니다. 이렇게 샛노란 호박꽃을 피우기 위해 과연 호박은 무슨 일을 벌였을까요? 시인님의 동시 '호박줄'을 만나봅니다.
 
호박줄이 바알발 / 수수깡 울타리를 / 기어 올라간다
아무도 모르게 / 조금씩 조금씩 / 기어 올라간다

- 강소천 동시 '호박줄' 전문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기어' 올라갔기에 호박꽃도 호박도 맺었겠네요. '바알발'. 몸을 바닥에 가까이 대고 작은 동작으로 기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 '발발'의 시인님 어투네요. 천천히 뻗어가는 호박줄의 생태를 곰곰 생각했을 시인님을 곰곰 생각합니다.
 
호박은 벌거벗고도 / 부끄러운 줄도 몰라
배꼽을 내놓고도 / 부끄러운 줄도 몰라

- 강소천 동시 '호박' 전문

 
그렇게 영근 둥그런 호박은 부끄러움이 없다고 합니다. 배꼽을 내놓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고요. 호박 모양새가 한눈에 들어오는 구절이네요. 이 동시를 읽다가 배꼽 내놓은 아이는 재빨리 배꼽을 가리겠네요. 
 
강소천 시인님의 동시 3편 '호박꽃 초롱', '호박줄', '호박'.
 
이 동시들은 아이로부터 나온 것이네요. 아이의 눈이 되어 보고 아이의 마음이 되어 본 마음이네요. 얼마나 천진난만(天眞爛漫)한지요?
 
천진난만한 시인님 덕분에 우리도 수북수북 동심이 차오르네요. 시인님, 우리를 이렇게 어리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강소천 시인님의 동시 '보슬비의 속삭임'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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