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맛집 ‘백두삼계탕’을 먹습니다. 그대가 만약 경남 양산시에 간다면, 그 근처를 지나는 길이라면, 이 집에 가면 좋겠습니다. ‘백두산만큼 높고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소중한 삼계탕이라는 주인의 정성과 자부심이 든 음식입니다. 함께 먹고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 봅시다.
1. 양산 맛집 '백두삼계탕' 사연은?
빗방울이네는 이 보양식을 먹기도 전에 벌써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마음이 환해지니 가벼워진 몸이 공중으로 뜨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에 이런 뜨거운 사연이 함께 끓고 있는 삼계탕이 어디 있겠는지요?
13년 전(2011년)의 일이었는데요, 아들이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했다 합니다. 그래서 아들도 그 아버지도 조마조마한 시간이었답니다. 그래서 그녀가 나서게 됐다 합니다. 간을 70%나 떼어준 아들의 어머니, 아들의 간을 받아 살아난 사람의 아내, 오늘의 주인공, '백두삼계탕'(경남 양산시 삼성 5길 21-29)의 주인 이승희 님(59세) 사연입니다.
그런 청천벽력 같은 시간이라면, 연약한 그이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이는 약초꾼이 되었습니다! 약초 공부를 하고 멀리 강원도까지 방방곡곡 심심산천을 오르내리며 귀한 약초를 찾아다녔습니다. 그이가 직접 캔 약초를 아들과 남편에게 달여먹였습니다. 그이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던 걸까요? 지금 아들은 서울의 한 방송국에서 꿈을 펼치고 있고, 남편은 주방에서 특별한 삼계탕을 끓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삼계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승희 님이 온 산천을 헤매며 직접 캔 귀한 약초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삼계탕의 육수는요, 아들과 남편의 건강을 북돋아준 한방 육수입니다. 황기 등 10 여가지 약재가 든, 13년 경력의 심마니 이승희 님의 레시피인 것입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하늘이 내려준 레시피로 가게 문을 딱 열었는데요, 2020년 1월 개업했는데요, 코로나가 터졌네요. 그이는 어떻게 했을까요? 주저앉아 있었을까요? 전국을 찾아다녔습니다. 특별한 삼계닭을 찾으러요. 6개월여 노력 끝에 만났습니다.
한방 육수에 이어 이 집 삼계탕의 두 번째 비기인 ‘웅추(雄雛)’와 조우한 것입니다. 이 웅추는요, 경기도 닭인데요, 넓은 닭 우리에서 50일 정도 방목 사육된 수탉입니다. 청정지역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자란 닭이네요. 그래서 면역력이 강해 항생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건강한 닭이라고 하네요.
이 삼계탕은 지금 양산의 ‘백두삼계탕’ 집에서 끓고 있습니다. 아들과 남편을 지켜낸 한 여인의 뜨거운 사랑이 끓고 있네요.
2. 능이백두삼계탕의 2가지 비기는?
‘백두삼계탕’ 집 벽에 붙은 메뉴판을 봅니다.
능이백두삼계탕(21,000원), 옻백두삼계탕(21,000원), 백두삼계탕(17,000원), 능이옻백두삼계탕(25,000원), 능이오리백숙/능이토종닭백숙(각 78,000원), 옻오리백숙/옻토종닭백숙(각 68,000원), 능이옻백숙(88,000원), 능이닭볶음탕(48,000원)이 있습니다.
맛은 어떨까요? 빗방울이네는 이날 ‘능이백두삼계탕’을 주문했습니다. 메뉴판 맨 앞자리에 있으니 이 집 ‘대표 선수’겠지요? 어떤 맛일까요?
‘능이백두삼계탕’이 식탁 위에 도착했습니다. 뚝배기 속 능이버섯 서너 송이가 웅추 배꼽 위에 올라가 있네요. 턱 아래로부터 능이버섯 특유의 깊고 그윽한 향이 물씬 올라옵니다. 좋군요.
이 집주인인 약초꾼 이승희 님은 자신이 직접 캐 삼계탕에 넣은 능이버섯에 대해 할 말이 많았습니다.
그이 말을 듣고 보니 능이는 정말 귀한 약재입니다. 능이는 송이버섯과 더불어 인공재배가 안 되는 까다로운 버섯이어서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송이는 소나무 아래서 나고, 능이는 참나무 등 활엽수림에서 자라는 점이 다를 뿐, 송이 능이 둘 다 귀하신 몸이라고 하네요. 한방에서 능이는 혈액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약재로 쓰이고요.
맛은 어떨까요? 이 음식의 명칭이 ‘능이백두삼계탕’이니 능이부터 맛봅니다. 쫄깃하네요. 코로 전해지던 향이 입속에서 물컹하고 터집니다. 몸과 마음에 이로움을 주는 특별한 맛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다음은 국물요. 13년 경력의 심마니 이승희표 한방 레시피로 끓여낸 국물입니다. ‘능이백두삼계탕’ 이미지 좀 보셔요. 동동 떠 있는 기름 보이지요? 깊고 그윽합니다. 깔끔하고 깊은 맛인데, 지금까지 먹어본 삼계탕의 맛들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먹는 이의 입맛에 맞추려 하지 않는 우뚝한 고집을 가지고 있달까요?
찹쌀을 품고 웅크리고 있는 웅추를 조심스레 풀어주었습니다. 다리 부위의 살점을 조금 떼 맛봅니다. 네가 넓은 닭 우리를 뛰어다녔다며? 운동량이 많아 그래서인지 육질이 쫄깃하고(웅추 미안!) 육즙이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맛있습니다. 지금부터는 빗방울이네에게도 설명 대신 먹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주시길!(잠잠~)
3. '길이 가까이 계셔 주십시오'
오늘 빗방울이네는 모처럼 양산에 가서 평소 존경하는 선배와 함께 능이백두삼계탕을 먹었습니다. 참 좋은 분입니다. 한 35년 정도 교우한 사인데요, 먹는 일이나 생각하는 일, 행동하는 일에 별 욕심이 없는 이입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남을 나쁘게 말하지 않습니다. 말수가 적고 속은 깊습니다.
평소 소식에 소박한 식사를 즐기는 그는 능이백두삼계탕을 자신에게 넘치는 음식이라 여긴다는 것을 빗방울이네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귀한 음식을 이렇게 한 번은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부산 온천장에 있는 이주홍문학관 2층 전시실에서 본 편지 한 장이 생각나네요. '고향의 봄'을 쓴 이원수 아동문학가님이 생전에 정말 좋아했다는 이주홍 아동문학가님에게 보낸 육필 편지였는데요, 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습니다.
- 아무쪼록 길이 가까이 계셔 주십시오. 1976. 9.20
이 말 말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지요? 아무쪼록 오래도록 가까이 있으면서 서로 힘이 되어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강원도 심심산천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능이백두삼계탕’ 한 그릇 가끔씩 나누면서 힘을 북돋운다면요. 아, 맛있다! 맛있지요? 하면서 천천히 함께 먹는다면요.
그리고 능이백두삼계탕을 개발한 이승희 님, '아무쪼록 길이 가까이 계셔 주십시오' 기원하면서, 남편과 아들의 건강을 위해 약초를 찾아 심심사천을 헤매었을 경남 양산의 곱디고운 심마니님, 사랑하는 가족과 오래도록 행복하길 기원드립니다. 잘 먹었습니다!
글 읽고 가끔 맛난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에서 맛집 연관 글을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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