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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영천 맛집 - 편대장 영화식당 육회 비빔밥

by 빗방울이네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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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맛집 '편대장 영화식당'의 육회 비빔밥을 먹습니다. 만일 그대가 경북 영천에 간다면, 그 근처를 간다면 이 식당 육회 비빔밥을 먹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맛있는 한우 육회 비빔밥으로 몸과 마음을 맑혀봅시다.
 

1. 경북 영천 맛집 '편대장 영화식당' 소개

 
경북 영천 맛집 '편대장 영화식당'(경북 영천시 강변로 50-15). 식당 명함을 보니 '60년 한우육회 전문점'이라고 적혀있네요. 60년 이어온 맛은 어떤 맛일까요?
 
영천시외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있답니다. 이 집 육회가 워낙 맛있어서 전국 대도시의 유명 백화점 등에 분점도 생겼는데 바로 이곳이 본점입니다. 
 
식당에 들어서니 왼쪽 구석에서 두 분이 육회를 썰고 있네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분께 물었어요. “그런데 왜 '편대장 영화식당'인가요?” "사장 성(姓)이 '편'가입니다." "그런데 왜 대장인가요?" "아, 골목대장요." 
 
바로 이 분이 골목대장, 대표님이었습니다. 2020년에 '백년가게'로 선정돼 벽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이 분이 2대 대표 편철주 님이네요. 1962년 어머니(장옥주 님)가 창업해 운영하던 식당을 물려받은 아들입니다. 식당 대기줄이 깁니다.
 
"하늘 아래 최고의 육회 바로 여기다!! - 30년 단골 뽀빠이 이상용"
 
식당 벽에서 발견한 이상용 님의 사인입니다. 글씨도 예쁘네요.
 
메뉴를 볼까요? 육회 비빔밥(19,000), 특육회비빔밥(29,000), 육회(1인분 180g 23,000), 한우불고기(15,000), 소고기찌개(9,000) 등이 있습니다.
 

2. 한우 볼기살만 사용하는 60년 전통의 육회

 
대기시간 20분, '육회 비빔밥'의 행차가 식탁 위로 펼쳐집니다.
 
먼저 반찬이 도열합니다. 배추김치, 콩나물무침(아삭한 식감이 좋음), 찐 고추무침(귀한 반찬), 마늘장아찌(입속을 깨워주는 새콤함), 풋고추와 된장입니다. 
 
그다음, 오늘의 주인공, 60년 한길 고집으로 이어져온 맛이라고 자랑하는 '육회 비빔밥'이 모습을 드러냈네요.
 
처음 보시면, 속으로 '어라, 이거 뭐지?' 하실지도 모를 비주얼입니다. 한 움큼 정도(양이 이것뿐?)의, 양념된 붉은 살덩이가 둥그런 스테인리스 대접에 달랑 외롭게 놓여 있네요. 그런데요, 이 물건이 정말 물건이라는 건 시간이 알려줍니다.
 
이 붉은 살덩이가 바로 한우의 우둔살(소의 볼기 부위에 붙은 살)이라 합니다. 아까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썼던 편 대표님께 빗방울이네가 물었거던요. "하루에 소 몇 마리나···?" 좀 뜬금없었던 이 질문에 편 대표님이 이랬어요. "아, 소를 다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소 엉덩잇살만 씁니다. 우둔살요."
 
편 대표님에 따르면, 우둔살이 힘줄과 비계가 적은 부위라고 합니다. 그래도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 하루 정도 숙성시킨 우둔살에 끼어있는 지방과 소 힘줄을 제거합니다. 아까 식당 탁자 위에서 편 대표님이 쉴 새 없이 붉은 살코기를 썰고 있었는데 그 앞에 어떤 분이 손으로 일일이 지방과 힘줄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답니다. 과연 어떤 맛일까?
 

경북영천맛 편대장영화식당의육회비빔밥차림
경북 영천 '편대장 영화식당'의 육회 비빔밥 차림.

 

 

 

3.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육회의 매력

 
육회의 외양이 아주 심플합니다. 치장이 없네요. 흔히 소고기 육회에 들어 있기 마련인, 잘게 썬 배 조각이나 계란노른자 같은 장식물이 이 집 육회에는 없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로써 하늘을 먹는다는 문장을 떠올리며, 육회를 한 점 맛봅니다. 첫맛, 양념이 강하지 않네요. 양파와 마늘, 간장과 참기름을 기본 소스로 채 썬 생고기를 버무렸는데,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네요. 양파와 미나리도 들었는데, 이들의 흰색과 초록색이 생살코기의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붉은색을 누르며 입맛을 당깁니다. 양념된 육회에서 스며나오는 특유의 새콤한 맛은, 지금 먹고 있는 것이 육회라는 사실을 잊게해 주는 것 같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먼저, 육회만 달랑 들어있는 대접에 따로 나온 상추겉절이를 넉넉히 넣어 육회와 슥슥 비벼줍니다. 빗방울이네는 생선회 비빔밥을 먹을 때처럼, 뜨거운 밥을 바로 넣어 비비는 대신, 밥 반공기 정도 먹을 때까지 따로 먹으니 맛있습니다. 육회를 반찬처럼요. 
 
그다음은 미각이 명령하는 대로 따르면 되는 거죠. 미리 섬세한 손길로 다듬어진 살코기라서 그런지 정말 연합니다. 육회를 씹을 때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입니다. 치아 사이 끼는 것 없이 넘어갑니다. 무르고 연하기만 할까요? 함께 들어간 겉절이 상추는 특유의 아삭함과 향으로 부드러운 육회의 새로운 맛을 창출해줍니다.

 
아시다시피 육회는 익히지 않은 생소고기입니다. 그래서 못 먹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요, 이 집 육회는 도전할 만합니다. 빗방울이네 짝지 풀잎도 여기서 아주 성공적으로 육회에 입문한 경우입니다.
 
한참 먹다가 후반전의 후반쯤, 문득 생각나 옆을 보니 탁자 한쪽 구석에서 된장찌개가 저 혼자 보글보글 끓고 있네요. 아, 자네 거기 있었군. 이 된장찌개도 별미네요. 양송이와 두부와 대파를 주재료로, 육수 전담 멸치 선수가 이따금 출몰하는 된장찌개인데, 처음엔 이게 무슨 심심한 맛인가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자꾸 숟가락이 저 혼자 가서 퍼서 입으로 옵니다. 좀 비릴 수도 있는 육회의 뒷맛을 된장맛이 잘 눌러주네요. 속이 편안합니다.
 
다 먹고 나니 누군가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는, 위로받는 기분을 주는 육회 비빔밥이네요. 편 대장님, 아니, 편 골목대장님,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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