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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부산 맛집 - 연제구 한방장어구이

by 빗방울이네 2023.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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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맛집 '한방장어구이'로 갑니다. 국민보양식 장어, 그중에서도 서로 먹으려 은근 경쟁하는 장어꼬리 효능의 정체는 무얼까요? 함께 장어구이를 먹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봅시다.
 

1. 부산 연제구 '한방장어구이' 소개

 
국내산 토종장어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는 '한방장어구이'(부산 연제구 아시아드대로 8)에 왔습니다. 첫인상, 아주 깔끔하네요.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현대식으로 인테리어가 된 식당의 실내가 쾌적합니다. 식사에 집중할 수 있게 식탁 배치나 동선이 잘 배려되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빗방울이네 오늘 '계 탔습니다'. 오매불망, 장어구이를 다 먹어보다니요. 그동안 블로그에 하루 한 꼭지씩 포스팅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키기 위해 여간 힘이 들었어야지요. 이럴 때 '국민 보양식', 민물 장어처럼 반가운 게 또 있을까요? 
 
이 집의 특징은 주방에서 전문가들이 장어를 구워 식탁 위로 가져다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식탁 위에서 땀 흘리며 구울 필요가 없지요. 아침에 장어를 다듬어 숙성한 뒤 양념을 발라 구운 것이라네요. 세 줄이 기본(2인분)이네요. 장어 한 마리를 포로 뜨면 2줄이 나오니 2인분은 1마리 반인 셈입니다.
 
장어를 구울 때 바르는 양념에 한약재가 들어가서 상호가 '한방장어구이'입니다. 양념은 장어뼈를 기본으로 해서 당귀 등 한약재를 넣고 달여서 만든 것이라 합니다. 체력을 보존해주는 '에너지 뿜뿜 식품' 장어에다 한약재까지 겸했네요.
 
이 집 메뉴는 단촐합니다. 장어 한 판(기본 3줄, 42,000원), 장어 반 판(추가 2줄, 28,000원),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장어 먹은 후의 식사류로 가마솥 추어탕(6,000원), 누룽지탕(2,000원)이 있네요. 보신용 장어 중탕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네요. 1포 3,000원, 60포 180,000원. 
 

2. 장어 꼬리의 정체는 무얼까요?

 
실례지만, 먼저 먹겠습니다. 역시 맛있네요. 민물장어에서 나오는 흙냄새가 없고 숙성을 거친 탓인지 부드럽습니다. 비리거나 느끼하지 않고요. 짝지 풀잎은 상추에 양파절임과 함께 먹으니 맛있다고 하네요.
 
그런데요, 짝지 풀잎이 장어의 꼬리부위를 슬그머니 빗방울이네 쪽으로 밀어줍니다그려(풀잎님, 그러면서 실눈은 왜 뜨시나요?). 꼬리에 어떤 특별한 영양분이 있기에?
 
장어 요리집에 가면 유별나게 꼬리를 찾는 사람이 있으며,
남자들끼리는 서로 먹기 위하여 젓가락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장어꼬리가 정력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꼬리부위의 비타민 A 함량이 몸통보다 떨어질 뿐만 아니라
꼬리지느러미는 소화를 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영양가가 더 떨어진다.
꼬리가 많이 꿈틀거리고 힘이 세기 때문에 정력제로 착각하는 것이다. 

- 「생선횟감 바로 알기」(조영제 지음, 도서출판 한글) 중에서

 
그렇군요. 우리는 이렇게 이미지의 활력을 먹는 것만 같습니다. 그건 환상일테지만, 어떤 환상은 우리에게 힘이 되지 않던가요?
 
장어 한 마리를 떠올려 보셔요. 이이에게 이동수단이란 꼬리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머리 가까이 양쪽에 지느러미가 있지만 이는 방향전환에 겨우 도움이 되겠다 싶을 정도로 아주 작네요. 그러니까 장어는 오로지 꼬리를 휘저으며 몸을 흔들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꼬리에 의존해서 우리의 강에서 이역만리 필리핀해 깊고 깊은 해저산맥까지 가서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으러 강으로 찾아오는 연어와 반대네요.
 
지금까지 알려진 뱀장어의 산란장소는
뱀장어의 유생단계인 렙토세팔로스의 포획 위치로 추측하여 
대서양 서남부에 위치한 버뮤다해로 수심이 400m나 되는 깊은 곳,
그리고 동북아 뱀장어의 산란장은 3,000km나 떨어진
마리아나 열도와 필리핀 사이의 서북 태평양으로 추정하고 있다.

- 「생선횟감 바로 알기」(조영제 지음, 도서출판 한글) 중에서

 
이렇게 장어는 자신의 꼬리를 흔들며 필리핀해 해저산맥까지 가서 알을 낳고 그 알이 새끼로 부화해 다시 우리의 강으로 옵니다. 꼬리를 휘저으면서요. 그러니 이 꼬리는 우리에게 얼마나 특별한 환상의 에너지이겠는지요?
 
그렇게 먼 여행을 거쳐 우리 강에 도착한 실뱀장어, 바늘처럼 생긴 이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이겠는지요? 어부들이 이 실뱀장어를 한 마리씩 잡아서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 오늘 우리가 먹는 장어입니다. 
 
장어는요,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생물입니다. 다른 물고기는 성어에서 알을 받아 새끼로 부화해 양식장에서 키우는데, 아직 장어는 이게 안 되는 신비의 어종입니다. 양식장의 새끼들이 성장과정에 거의 폐사해 버립니다. 왜 잘 성장하지 못하고 폐사하는지, 그것이 먹이 때문인지, 연구자들이 그 베일을 벗기려 몰두하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서요, 짝지 풀잎이 건네준 장어꼬리를 입에 넣고 음미해봅니다. 먼 여행을 다녀온 그 힘을 상상하면서요. 그 먼 길을 오고 가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그런 장어의 힘을 빌어 우리가 사는 걸까요? 와, 힘이 불끈 나는 것만 같네요.
 

부산맛집연제구한방장어구이
부산 맛집 - 연제구 한방장어구이.

 

 

3. 다정한 처형, 내년 여름에도 부탁해요!

 
오늘 장어구이와의 만남은 빗방울이네 처형 덕분입니다. 이 분은 참 세상 다정한 이입니다. 처형 동생인 짝지는 맛있는 반찬을 수시로 챙기며 처가를 이모저모 보살피고, 빗방울이네도 장인어른 병원 갈 때 운전하거나, 여름 되면 선풍기 꺼내 청소하기 같은 집안일들도 거들게 되는데요, 집안의 장녀이자 공무로 바쁜 처형은 그게 그리 고마운가 봅니다. 
 
엊그제 장인어른이 발바닥에 습진이 생겨 병원에 모셔갔는데, 영 힘이 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빗방울이네가 짝지 풀잎의 옆구리를 찔렀지요. 장인어른 기력 보충해드려야겠네요. 아, 장어구이 괜찮겠네요. 육질이 부드러우니 치아가 약한 어르신 보양식으로 딱이겠네요.(이참에 빗방울이네도 좀 먹고 싶은 걸요.)
 
그랬더니 글쎄, 이를 처형한데 의논한 겁니다. 처형 카드를 장인어른이 가지고 있거든요. 처형은 왜 이제야 그 이야기를 했느냐 하면서 아주 흔쾌히 '카드 사용 허락 도장'을 쾅하고 찍어 주었답니다.(이건 빗방울이네의 큰 그림!)
 
이런 사연으로 빗방울이네와 짝지 풀잎, 장인어른과 처남. 이렇게 4인분의 한방장어구이가 소리소문 없이 각자의 시간 속으로 스며들답니다. 먼 여행을 다녀왔을 꼬리들도 말이에요.
 
'한방장어구이' 식탁에는 장어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옵니다. 빗방울이네는 거기에 서너 숟가락의 밥을 말아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그릇 했습니다. 먹는데, 자꾸 처형이 생각나대요. 다정한 처형의 목소리가 들리대요.
 
그 뜨거운 장어탕, 참 시원했습니다. 몸 깊은 곳에서, 또 마음 바닥에서 몽글몽글 샘물처럼 힘이 솟는 것만 같네요. 뜨거운 장어구이가 보약일까요? 처형의 더운 마음씀이 보약일까요?
 
책 읽고 가끔 책처럼 두꺼운 이야기가 있는 음식도 먹으며 몸과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에서 부산 맛집 연관 글을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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