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편으로 부산 동래구 사직동 '남자초밥'을 먹습니다. 동네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늑한 초밥집에서 정성이 담긴 초밥을 먹으며 멀리 계신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삶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1. '남자초밥' 소개
어느 날 부산 사직동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우리 둘 뿐이었는데, 우리는 같은 아파트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죠. 이 큰 도시에서 같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무언가 다정한 기분이네요. 평소 낯가리는 빗방울이네였지만 그 다정함을 밑천으로 말을 걸었네요. 선생님은 어디 좋은 곳에 다녀오시는 길인가 봅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가 셔틀버스가 올 때까지 이어졌지요. 할아버지는 식도락가였어요. 우리 나이 되면요, 친구하고 맛있는 거 먹고, 하하 웃고 사는 것이 제일이에요. 빗방울이네는 귀가 솔깃했어요. 사직동엔 무엇이 맛있었는지요?
그렇게 물었더니 글쎄 식도락계의 백전노장 같은 이가 ‘남자초밥’을 꼽지 뭡니까? 그 깔끔히 차려입은 노신사님이 사직동 근처 맛집으로 꼽은 곳이 두 곳이었는데, 엊그제 포스팅한 ‘한방장어구이’와 이 ‘남자초밥’이었어요. 빗방울이네는 내심 놀랐답니다. ‘남자초밥’은 빗방울이네도 가끔 들리는 곳이었거든요. 이렇게 호평받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올해(2023년)로 11년째 초밥을 내는 집입니다. ‘남자초밥’(부산 동래구 사직북로 19번 길 31) 젊은 사장님은요, 흰 가운을 입었고요, 훤칠한 미남인데 착한 느낌이 폴폴 나는 사람입니다. 개업 당시에는 혼자 초밥집을 꾸려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직원도 한 사람 있고 아르바이트 청년도 두어 사람 있네요. 이런 풍경은 이 집 초밥이 좋다는 말입니다. 이 집은 뭐랄까요, 동네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늑하고 정다운 맛집이에요.
빗방울이네도 초밥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좋아하는 음식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초밥을 먹게 되는데요, 먹어보니 이 집 초밥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입니다. 아직 맛있는 초밥 못 먹어보셨네! 하실 분도 있겠지만요.
어떻게 좋을까요?
2. 도마 위 어느 초밥부터 드실래요?
주재료를 양상추로 토마토를 올린 이 집 샐러드도 좋습니다. 소스도 상큼해서 초밥이 나오기 전에 입맛을 돋워주네요. 무엇보다 양이 푸짐해서 먹을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바로 이것이 미소 된장국이다, 이런 맛을 가진 미소 된장국으로 샐러드가 고이 저려 밟고 간 입 안을 정리했습니다.
이제 초밥 영접 준비 완료입니다. 도마 위에 광어초밥 연어초밥 유부초밥 초새우초밥 생새우초밥 간장새우초밥 가리비초밥 광어뱃살초밥이 나란히 줄지어 앉았네요.
그대라면 가장 먼저 어떤 초밥을 원하나요? 빗방울이네는 광어뱃살초밥요. 너무 맛있어서 빨리 먹지 않으면 이 녀석 헤엄쳐 도망갈까 봐요.
광어뱃살초밥, 도마 위에 한 조각뿐인 이 귀한 녀석을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입 속에 넣어봅니다. 이 기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네요. 입안을 꽉 채워주는 맛이 잽싸게 마음까지 꽉 채워준달까요? 행복합니다. 뱃살의 기름기가 부드럽고 덜컨하고 고소하고 미끄럽네요. 광어님, 그대는 뱃살 관리 대체 어떻게 하였나요? 이리 고소히 기름져도 되나요!
그다음은 뭐 먹을 건데요? 빗방울이네는 광어초밥요. 이 집 광어 두껍습니다. 살도 두껍고요, 쌀도 두껍고요. 아마 빗방울이네가 이 문장을 읽는다면 그댄 무슨 소린지 대체로 못 알아들을 겁니다. 쌀인지, 살인지요. 둘 다 살로 들릴 걸요. 아무튼요.
간이 잘 된 밥이네요. 그 밥을 감싼 광어의 식감이 좋습니다. 살아있는 활어를 다듬은 뒤 숙성해서 초밥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부드럽고 신선한 맛이 납니다.
‘남자초밥’ 로고를 보면요, 남자의 ‘ㄴ’ 자가 알통이 볼록한 사나이 팔 그림입니다. 이렇게 힘이 난다는 ‘남자초밥’ 메뉴를 볼까요?
모둠초밥(활어초밥 4개, 오늘의 초밥 6개) 15,000원, 활광어초밥(10개) 17,000원, 생연어초밥(10개) 17,000원, 광어초밥(5개)+생연어초밥(5개) 17,000원, 남자초밥(15개) 19,000원, 간장새우(12개) 17,000원, 초새우/유부(12개) 15,000원, 생새우/가리비(12개) 15,000원이네요.
점심 특선 메뉴도 있네요. 남초점심특선(초밥 5개, 롤 2개, 가쓰오우동 1/2) 13,000원, 남초메밀특선(초밥 5개, 롤 2개, 냉메밀 1/2) 14,000원이네요.
그리고 국수류로는 가쓰오우동(7,000원), 냉메밀(8,000원), 롤 메뉴로는 캘리포니아롤(8,000원), 크런치(11,000원), T.N.T(13,000원), 필라델피아롤(13,000원)이 있네요.
3. 사랑하는 이와 자주자주 오고 싶은 집
오늘은 짝지 풀잎과 함께였답니다. 주문한 초밥이 식탁에 도착해 막 먹으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식탁을 지나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해달라고 하네요. 계산대를 향해 서 있는 할머니는 옅은 블루 청바지에 꽃무늬 블라우스, 그리고 아이보리 벙거지 모자를 쓰고 계시네요. 어깨에 메는 가방에서 지갑이 나왔는데 지갑도 가방도 아주 예뻤답니다. 배달도 해주나요? 그럼요, 사직동 온천동 거제동까지 배달이 됩니다.
할머니는 이날 첫손님이었네요. 가게문을 열자마자 입장하신 듯합니다. 식탁도 대여섯 개 밖에 안 되는 자그마한 집이라 혼자 식탁 하나를 차지하기 미안했던 걸까요?
아, 할머니는 혼자 오셨네요.
빗방울이네, 불현듯 아버님이 생각났습니다. 너무나 일찍 아내를 여읜 사람은 남은 긴 생을 어떻게 홀로 살 수 있었을까요? 아이들 날마다 해마다 갈아입을 옷들, 음식들, 입학식들, 졸업식들, 결혼식들. 어떻게 홀로 하셨을까요? 이렇게 홀로 식당에 오셔서 혼밥을 하셨을까요? 그 사람 함께 먹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면서요.
빗방울이네 짝지 풀잎도 이 집 초밥을 좋아합니다. 풀잎은 유난히 연어초밥을 좋아합니다. 연어초밥에 양파링과 소스를 얹은 다음 간장에 듬뿍 찍어 먹는데요, 고추냉이가 매워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맛이 그리 좋은가 봅니다. 앞에 앉은 이는 자기 아버지 생각에 마음 매워 죽을 지경이고요.
이렇게 우리 함께 환하고 아늑한 이 가게에서 맛난 초밥 자주자주 먹읍시다, 풀잎님!
글 읽다가 가끔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몸과 마음을 맑히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맛집 연관 글을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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