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근처 식당 '닭 한 마리 칼국수'에 갑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추억의 맛입니다. 그동안 서울역 근처를 자주 오가면서도 왜 이 집을 몰랐을까요? 함께 먹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봅시다.
1. 서울역 근처 식당 '닭 한 마리 칼국수' 소개
'닭 한 마리 칼국수'(서울 중구 청파로 457-1)에 왔습니다. 이 집은 '닭칼 원조집'으로도 불립니다. 서울역 근처 한국경제신문사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37년(2023년 기준) 동안 영업을 해온 전통 깊은 닭요리 전문식당이네요. 어떤 요리일까요?
입구 유리창에 '닭 한 마리 + 손만두 + 칼국수 사리 + 죽 전문'이라고 크게 붙여두었네요. 그러니까 '닭 한 마리'를 먹다가 그 국물에 손만두도 넣어 먹고 칼국수 사리도 넣어 먹고 나중엔 죽도 끓여 먹는 요리네요.
그런데요, '닭 한 마리'가 뭘까요? '닭 한 마리'는 요리이름입니다. 삼계탕, 닭곰탕, 닭백숙처럼 독립된 요리이름요. 국물이 맑은 닭 전골이랄까요? 대파 등과 함께 끓인 육수에 손질된 닭을 넣어 전골처럼 끓인 후 부드러운 닭고기를 겨자 양념장에 찍어먹는 요리네요. 이 육수에 칼국수나 만두를 넣어 먹고요. 서울 구도심에서 주로 먹던 음식이라 하네요.
왠지 음식 이름이 아니라 일반명사 같은 '닭 한 마리'를 주문했습니다. 잠시 후 커다란 냄비에 미리 고아놓은 '닭 한 마리'가 식탁 위에 도착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식탁 가스레인지에 불을 댕겼습니다. '닭 한 마리'가 든 냄비가 끓기 시작했습니다. 냄비 속을 보니 닭다리를 비롯 닭날개, 몸통 등 부위별로 손질된 닭고기가 들어있네요.
'닭 한 마리'가 끓는 동안 개인 접시에 겨자 양념장을 준비합니다. 식초 1스푼에 간장 1스푼, 겨자 반 스푼, 고추양념 반 스푼을 넣고 섞은 뒤 닭고기 한 점을 꺼내 찍어 먹어봅니다. 이럴수가! 예상을 뛰어넘는 맛입니다. 이 닭고기가 아주머니를 부릅니다. 소주 한 병 주세요! 아니, 두 병요.
부드러운 닭고기를 한참 즐기다가 손만두를 주문해 '닭 한 마리' 냄비에 투하합니다. 이 손만두, 정말 기가 막히네요. 부추를 주재료로 만든 만두는 처음 만나봅니다. 부추향이 닭 국물과 어울려 깊고 향긋한 맛을 냅니다.
그다음 선수는 칼국수입니다. 끓고 있는 '닭 한 마리' 국물에 칼국수 투하! 이 집이 왜 '닭칼 원조집'이라 불리는지 알겠네요. 닭 칼국수가 이 집의 대표선수네요.
이 목 넘김 좋은 면발을 받쳐주는 아주 별난 반찬이 하나 있네요. 배추 물김치! 식탁에 나온 유일한 반찬입니다. 이는 필시 시골 할머니표 배추 물김치입니다. 맛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편안하고 깊은 맛입니다.
죽도 아주 맛있어요! 주인 할머니가 다가와 그러시네요. 그런데요, 여기까지 오니 죽을 영접할 '여유 공간'이 없을 지경입니다. 오늘만 날인가요? 그 맛있다는 죽은 아껴두기로 했습니다.
식당 내부공간은 깨끗하고 넓습니다. 테이블마다 젊은이들이 '닭 한 마리'로 저녁 반주를 즐기고 있네요.
메뉴를 볼까요?
닭 한 마리(2인, 24,000원), 손만두(5,000원), 국수사리(2,000원), 떡사리(2,000원), 죽(2,000원), 감자(3,000원), 닭도리탕(2인, 28,000원), 닭무침(15,000원), 파전(15,000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네요.
2. 그리웠던 추억의 맑은 닭 전골 국물을 만났어요!
여행을 하다 서울역 근처를 지나면 뭘 먹을까 고민이 됩니다. 이 집이 그런 고민을 해결해 주네요.
'닭 한 마리' 국물!
이 집 '닭 한 마리' 국물 첫술을 목으로 넘기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이 그리운 맛을 잊고 살았네요.
이 맛은 갑자기 빗방울이네 어린 시절로 데려가주네요. 여름날 식구들의 허한 몸을 살펴야겠고요, 큰맘 먹고 닭을 잡았네요. 식구는 많고요, 닭은 한 마리고요. 그래서 어머니는 할 수 없이 그랬을 겁니다. 아주 국물이 많은 닭 전골! 한여름 마루에 둘러앉아 황금빛 닭 기름이 동동 뜬 맑은 국물을 달게 먹던 식구들의 행복한 얼굴들이 떠오르네요.
어릴 때 먹은 이 맛은 기억 속에 각인이 되어 있었네요. 맑은 국물이었으나 얼마나 귀한 맛이었을까요? 이렇게 서울역 근처 식당에서 불쑥 되살아난 기억으로 가슴이 뭉클해져서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네요. 어떤 음식은 이렇게 느닷없이 타임머신을 태우네요.
3. 이 집 맛의 비결은 다정함 그리고 고요함
이 집 맛의 숨은 비결은 뭘까요?
빗방울이네는 이 집주인 할머니의 인상이나 말씨, 움직임에 아주 호감을 느꼈답니다. 고우신 할머니는 식당 안에서 늘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많아도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고요히 주변 정세(?)를 관찰 분석하면서 테이블에 뭐가 부족한 게 있는지 살피시네요.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말씀도 얼마나 다정한지요.
식당 홀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더 계시네요. 이 분이 음식을 식탁까지 날라다 주시는데요, 역시 다정합니다. 행동, 말씨, 눈빛요. 손님들의 반응에 크게 요동치지 않습니다. 미소로 모든 것을 응답하고요, 빗방울이네 서툰 농담도 튕기지 않고 잘 받아주는 여유가 있으시네요.
음식도 맛있었지만, 이렇게 포근하게 맞아주시는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있기에 더 맛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역 근처에 가면 다시 가고 싶은 집입니다. 할머니, 아주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잘 먹었습니다!
글 읽다가 가끔 맛있는 음식 먹으며 마음과 몸을 일으켜 세우는 '독서 목욕'에서 서울역 근처 식당을 더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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