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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부산 맛집 - 해운대 강산식당 보리밥

by 빗방울이네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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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맛집으로 해운대 ‘강산식당’을 찾아갑니다. 재래시장에 있는 동네식당인데, 빗방울이네를 적셔주네요. 어떤 맛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함께 먹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봅시다.

1. 부산 맛집 해운대 '강산식당'소개


‘강산식당’(부산 해운대구 좌동로 91번 길 39)은 해운대 좌동재래시장에 있는 동네맛집입니다.

식당 간판에 ‘since 2014’라고 적혀있으니, 올해(2023년) 개업 10주년이네요. ‘순두부 참 잘하는 집’ ‘보리밥 순두부 전문점’이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자그마한 식당이지만 식사시간 ‘웨이팅’이 있는 집입니다. 줄을 서 있으면 우리는 더 궁금해지는 거죠. 얼마 전 우연히 이 집 앞을 지나다 그 더운 날씨 속에 양산을 받쳐든 할머님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보고 빗방울이네 도전 의지가 불타올랐지요.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모두 열댓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식탁이 있네요. 이 집의 깔끔하고 두툼한 원목재질의 식탁이 까닭 없이 좋습니다. 식탁이 풍기는 기운에 음식맛까지 좌우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식탁은 제2의 맛일까요?

이 듬직한 식탁에 앉아 좌우를 둘러보니 벽에 ‘보리밥 4가지 효능’이 적혀 있네요. 정체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겠죠?

보리밥 4가지 효능으로 콜레스테롤 저하, 다이어트, 당뇨병 예방, 노화 예방으로 간추려 두었네요.

보리에는 식이섬유가 쌀의 16배, 밀가루의 5배가 들어있답니다. 그래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좋고요.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 글루칸성분도 풍부해 포만감을 느끼게 해서 음식의 섭취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좋은 거죠. 또 이 성분은 소장 안에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해서 담즙산과 지질 흡수를 방지하고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해 당뇨병 예방에도 좋다네요. 항산화 식품이어서 노화예방에도 좋고요.

차림표를 볼까요?

열무보리밥(7,000), 강산순두부(7,000), 차돌박이순두부(8,000), 햄치즈순두부(8,000), 어묵순두부(8,000), 굴순두부(8,000), 바지락순두부(8,000), 열무국수(5,000), 전병(6,000).

주인님이 오시네요. 따듯한 숭늉 한 대접을 들고서요. 표정과 말씀과 행동이 빗방울이네를 편안하게 해 주네요. 음식이 더 맛있을 것만 같고요. 좋은 인상의 주인님, 저에게 '열무보리밥' 한 상 내려주십시오!

2. 열무김치에 이 집 맛이 다 들었네요!


주인님이 식탁 위에 살며시 놓고 간 숭늉을 한 모금합니다. 더운 날이었지만 더운 숭늉이 어쩐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엊그제 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생각나네요. 은행지점장으로 나오는 차승원 님이 분노한 고객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뜨거운 차를 마시게 하는 장면요. 후후 불면서 먹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격한 마음이 가라앉게 된다고 합니다.

궁금했던 보리밥이 왔습니다. 어떤 맛일까요?

대접에 보리밥이 들었고, 앗, 그 위에 계란프라이 하나가 올려져 있어요! 채식의 빈 곳을 채워주려는 주인님의 배려가 느껴지네요. 보리밥은 쌀 10% 미만의 보리밥인데요, 예상과 달리 매우 부드러운 식감이네요. 먹어보니 구수한 맛을 품은 야들한 캡슐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입니다.

열무김치, 무채나물, 콩나물, 참나물, 도라지나물이 보리밥의 분신처럼 총총 그 편안한 식탁 위에 도열했습니다. 아직 끓고 있는 강된장 뚝배기도요.  

본능을 자제해 봐요, 빗방울이네! 숨을 깊이 들이쉬고 편안히 영접하길. 손을 모은 뒤 젓가락을 집어 그 끝을 식탁에 톡 두드렸습니다. 그래도 보리밥에 풍덩 다이빙할 듯한 이 급한 성질, 부디 차분해졌으면요.

아니, 모르렵니다. 젓가락이 하는 일인걸요. 내버려 두니 저희가 알아서 하네요. 어찌 아는지, 5가지의 나물을 아주 알맞은 양으로 계량해 대접으로 나르더니, 순식간에 젓가락에서 숟가락으로 선수 교체해 뜨거운 강된장 국물을 푹푹 서너 번 퍼다 나릅니다. 이 엄숙하고 긴요한 일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지요.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 소중한 재료를 비비기 전에, 아까부터 빗방울이네 경계에 들어와 자꾸 얼씬거리던 초록 열무김치 한 조각을 먹어봅니다.

이럴 수가요! 이 집의 맛 비결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겠습니다. 아삭하고 알싸하고 매콤하고 시원합니다. 이 좋고 좋은 맛이 지쳐가던 오후의 몸과 마음을 깨워주네요.
 
너 열무김치란 녀석, 참 아름답구나!
이리 오렴!
네가 머금은 여름 땡볕의 에너지를 나누어다오!

그다음은 말해 뭐 하리오, 입니다. 빗방울이네의 존재는 이 멋진 보리밥의 위용에 서서히 빠져들어 어느새 완전히 지워져 버렸답니다.
 

강산식당의보리밥메뉴에나오는열무김치
부산 맛집 - 해운대 강산식당 보리밥에 나오는 열무김치.


 

3. 보리밥 도시락 숨겨먹던 친구 생각나는 식당


이 집은요, 숲 속에서 만난 샘 같달까요? 커다란 우물 말고 작은 옹달샘요. 낯선 도시의 숲 속을 헤매다 시공을 초월해 불쑥 찾아간 외갓집이랄까요? 높은 건물에 있는 근사한 식당도 좋지만, 이렇게 재래시장 한편에 수줍은 듯 자리한 제비꽃 같은 식당도 참 반갑네요.

오늘 빗방울이네는 평소 존경하는 분과 이 제비꽃 같은 식당에서 보리밥을 먹었습니다. 우리는, 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 모두 보리밥을 좋아하는 이들이어서 참 정답네요. 같은 입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친구 같고 어머니 아버지 같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이 분은 선생님이 도시락 검사하던 어린시절 추억을 꺼내주시네요. 혼식장려운동이라고 아시나요? 쌀과 보리쌀을 섞어서 균형 있게 영양을 섭취하자는 운동요. 쌀밥 도시락을 싸 오면 선생님의 대나무 자로 손등을 한 대씩 맞았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이의 도시락을 준비할 때, 쌀밥을 가득 담고 그 표면에 오동통한 보리쌀 밥알을 톡톡 박아서 보리밥인 것처럼 꾸미는 아트워크를 했다는 웃픈 이야기입니다. 온통 보리밥이어서 도시락 뚜껑을 활짝 열지 못했던 아이도 그 학급에 있었는데요. 그때 선생님은 쌀밥 보리밥을 서로 나누어 먹는지 ‘검사’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강산식당'을 나오면서, 그날 교실에서 도시락 뚜껑을 도시락에 반쯤 걸쳐서 보리밥을 숨겨먹던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지금 그 친구는 이 낯선 도시의 숲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 친구와 함께 이 옹달샘 같고 제비꽃 같은 식당에 와서 마음껏 보리밥을 비벼먹고 싶습니다. 두 그릇씩 먹고 싶습니다.

친구야, 지금 어딨노!

글 읽으며 가끔 소박한 음식도 먹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독서목욕'에서 부산 맛집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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