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산에서 가장 물 좋은 곳을 소개해드립니다. 신라시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에 원효 큰스님이 계시면서 경전을 연구하신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1. 부산에서 가장 물 좋은 곳은 어디?
부산시도 최고라고 인정하는 물, 바로 부산 금정산 미륵사에서 샘솟는 석간수입니다.
지난 주말 미륵사에 다녀왔는데, 이 절집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이 물이 얼마나 좋은가 하면요, 부산시에서 국제행사 할 때 담아가는 물이에요. 그러면 말 다했지요.”
“담아가서 어디에 쓴답디까?”
“너무 자세한 건 묻지 마세요.”
“…”
포털사이트에 찾아보니, 미륵사 소개에 ‘아시안 게임 등 각종 국제행사 때 정화수로 쓰이는 석간수가 샘솟는 천년의 신비를 머금은 사찰’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얼마나 물이 좋기에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고 있을까요? 부산에 다른 좋은 약수가 아주 많을 텐데 말이지요.
미륵사는 언제나 부산에서 가장 높은 산 금정산(801m)에 있는 절입니다. 이 금정산이 품고 있는 수많은 절과 암자 가운데 가장 높은 곳(700m)에 있는 절이 바로 미륵사이죠. 그러니까 가장 높은 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절이라서 위쪽에 오염원이 없다는 말입니다.
2. 금정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절
그만큼 여기 미륵사에서 나는 물이 깨끗한 물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미륵사 석간수는 미륵사 대웅전(염화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암봉(바위 봉우리)에서 솟는 물이랍니다. 바위 바닥의 틈에서 위로 퐁퐁 솟아나는 석간수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낮에 석간수를 가지러 오는 사람은 많고, 물은 조금씩 솟아나 물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했다고 하네요.
절집의 처사님이 그랬어요. 지금은 석간수가 나오는 바위를 둘러싸고 수조를 만들고 펌프를 설치해 사람들이 언제나 시원한 물맛을 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고요.
저도 미륵사 석간수를 맛보았어요. 수도꼭지를 트니까 석간수가 쏴아- 하고 쏟아져 나왔는데, 그 물에서는 짠맛이나 단맛 같은 이런저런 맛이 안 나는, 아주 담백한 맛이었답니다.
이곳 미륵사는 678년에 원효 큰스님이 창건하고 주석하시면서 경을 집필한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경을 연구하시던 원효 큰스님도 가끔 절 방에서 나와 기지개를 켜고 맨손 운동을 하면서 이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차도 끓여 드셨겠지요?
여기까지 왔으니 원효 큰스님이 집필하신 <금강삼매경론>을 해석한 책에서 읽은 글을 떠올리며 천천히 마음 목욕을 해봅니다.
- 모든 유무형의 것들을 분류하고 지시하는 개념그릇인 언어세계 안에는 그 어떤 고유의 본질적 실체도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확연히 알아, 언어와 개념으로 지시되는 존재들이 '상호 격리와 배제'가 아니라 '상호 개방과 포섭'으로 만나고 있는 지평을 고스란히 대면하는 마음이, '하나로 보는 마음지리/하나가 된 마음지평'이다. 이 마음자리에서 본 세계는 '창 열린 존재들의 상호 삼투와 통섭적 만남의 무한현현이다. -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읽기> (박태원 지음, 세창미디어)
3.미륵사 가는 길은?
미륵사에 가는 길도 아주 쉽답니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맞은편에 홈플러스가 있는데, 그 앞에 버스정류장에서 203번 직행버스를 타면 됩니다.
203번은 금정산 산성마을로 가는 버스인데, 이 버스를 타고 30분쯤 가서 종점 죽전마을에 내려 등산을 하면 되지요. 죽전마을에서 미륵사 소요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가량. 부담 없이 다녀오는 산행이 될 것입니다.
부산 금정산에 가신다면 꼭 미륵사에 들러보세요. 1,400여 년 전에 원효 큰스님이 마시던 미륵사 석간수 한 모금 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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