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보리밥을 좋아하십니까? 야채나물과 된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 보리밥. 오늘은 부산에 있는 아주 특별한 보리밥집을 안내해드립니다. 몸에 좋은 보리밥 한 그릇하시죠.
1. 보리밥 애찬시 - 김현주 보리밥을 사랑하는 사람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맛 있는 시와 함께 하루를 열어봅니다.
김현주 보리밥을 사랑하는 사람들
- 박진규
무채나 콩나물이나 열무김치나 미역줄기 볶음처럼
지상의 낮은 곳에 사는 족속들과 누대로 친한 까닭에
대로변 높은 식당에 안 가고 이 좁은 골목에 밥 먹으러 온 사람들이다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된장 국물을 숟가락으로 퍼 나르며
풋풋하게 살아나는 상추 겉절이를 지그시 누르며
둥그런 대접에 세상사 둥글둥글 비빌 줄 알 것 같은 그런 사람들이다
어쩐지 그런 사람들 사는 방식은 매사 느릴 듯한데
쓱쓱 비비면서 다 비벼지기도 전에 목울대부터 출렁
저리 바삐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다
사는 곳이나 하는 일이나 꾸는 꿈 다 다르지만
세상에서 하나 뿐인 이 보리밥이 한없이 정다워
이 밥집 옆으로 이사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음직한 사람들이다
우리 다 같이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벌려서
볼이 미어터지도록 같은 추억을 넘기는 사이라서
입맛이 같으면 가족 아닌가, 불쑥 말을 걸어도 괜찮을 사람들
이 소박 한 그릇이면 일주일쯤은 큰 불만 없이 잠잠할 천상 비빔족이다
2. 5가지 나물의 비빔 향연
네. 어떠십니까? 이 시를 읽으니 보리밥 한 그릇 드시고 싶지요? 그래서 저도 어제 ‘김현주 보리밥집’(부산 거제동)을 다녀왔습니다. 오전 11시부터 딱 점심만 하는 집입니다. 토요일과 공휴일은 안 합니다. 가격은 5,000원.
음식 맛을 말로 해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함께 들어가 보시지요. 어서 먹고 싶은, 단골 애간장 녹이려고 골목 안쪽 깊숙이 있는 집입니다. ‘김현주 보리밥’!
간판을 보니 왠지 미인이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계실 것만 같습니다. 식탁에 앉으면 숭늉 한 그릇이 나옵니다. 마시기 알맞은 온도라서 더 구수한 느낌입니다. 이 숭늉은 위장에게, 잠시 후 대단한 녀석 들어간다! 하는 노크입니다.
비빔밥 나물 재료는 5가지. 열무김치, 미역줄기볶음, 콩나물무침, 무채, 상추 겉절이입니다. 이들은 부드럽거나(미역줄기볶음), 아삭하거나(콩나물무침), 상큼하거나(상추겉절이), 매콤하거나(무채), 짭조름하여(열무김치)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3. 된장찌개가 핵심 '일꾼'
김현주 보리밥의 핵심 일꾼은 된장찌개입니다. 한 술 떠넘기면 바로 다음 숟가락 공략을 하게 되는 맛입니다. 깊고 그윽하고 고소하고 간간하고 향기롭습니다. 재료들의 개성을 살리면서 조화롭게 이어줍니다.
쓱쓱 비볐습니다. 이렇게 서로 사랑합시다, 하면서요. 넓고 인자하신 자연의 품에 풍덩 안겨드는 이 기분, 아시나요? 다 비웠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둥글둥글한 맛, 모나지 않고, 얕지 않는 맛입니다. 짜거나 달거나 맵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잘 다듬어진 맛입니다. 저도 닮고 싶은 성격의 맛입니다.
그런 맛이 육체의 허기와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고 또 비워줍니다. 앞에 소개해드린 시처럼 ‘와, 옆집으로 이사 오고 싶다.’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시처럼 ‘일주일쯤은 큰 불만 없이 잠잠할 천상 비빔족’이 된 느낌입니다. 오늘 점심, 이 보리밥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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