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올해 해넘이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생각 중이시죠? 해넘이를 위해 사무실에 2시간쯤 일찍 조퇴해서 가본 곳이 다대포해수욕장입니다. 꼭 12월 마지막 날이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온 한 해의 끝자락에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1. 1천4백리 달려온 낙동강이 몸을 푸는 다대포
부산의 서쪽 끝에 있으니 해넘이가 좋은 곳입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입니다. 부산 사하구 다대포는 강원도 태백시에서 출발한 낙동강이 525.15km를 달려와 지친 몸을 풀며 바다로 안겨드는 곳입니다. 그래서 토사가 퇴적되어 850m에 이르는 해안선을 가지게 된 곳이 다대포해수욕장입니다.
이곳은 부산 도심에서 떨어져 오기 불편했는데 이제 부산도시철도 1호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1호선 서쪽 종착역인 다대포해수욕장역에 내리면 남쪽으로 다대포해수욕장이 펼쳐집니다.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몰운대, 낙조분수, 포토존 같은 곳을 거닐어도 좋습니다. 강물처럼 한 해를 쉼없이 달려온 당신이라면 낙동강처럼 다대포에 이르러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쉬기에 좋습니다.
아래에 소개해 드리는 시 한 편을 가슴에 안고 우리 함께 다대포해수욕장으로 해넘이를 가볼까요?
2. '모두 빈몸이었다'
다대포 일몰
- 박진규
올들어 가장 춥다는 12월 마지막날
백사장에 촘촘하게 나란하게 승융차를 세워두고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린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거나 잡담을 하면서
승용차 안에서 서로 뭐하는지
다 보이면서 안 보이는 척 하면서
지난 일 년 우리 그렇게 달려왔다, 무심한 척!
오른 쪽 산타페 안 젊은 연인
조금 전 컵라면을 후루룩거리고 있었는데
오호라? 더운 김 때문인지 불투명 유리창이 됐다
그들이 기다린 건 일몰처럼 붉은 입술?
그 때 백사장 간이 축구골대 오른쪽 귀퉁이 안으로
은쟁반 같은 해가 천천히 굴러 들어갔다
왼쪽 승용차의 남자가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불 꺼!
그 소리에 누가 지구의 불을 끈 걸까
주위가 조금 어두워졌고
새들이 몰운대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모두 빈 몸이었다
- 박진규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에서 발췌
3. 묵은 시간들은 저 바다로
어떻습니까? 해넘이 기분이 좀 나시지요? 시인은 다대포 일몰을 보면서 지난 일년 사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서로 힘든 것이 '다 보이면서 안 보이는 척하면서' 달려온 건 아닌지 반성해보는 것 같습니다.
일몰이 시작되고 어두워지자 새들도 각자 자기 집을 찾아 날아갔습니다. 그 순간은 왠지 외로워질 것도 같습니다.
그 때 시인의 눈에 들어온 그 검은 새들은 모두 빈몸이었군요. 빈몸이라고 말한 시인은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을 듯합니다. 아둥바둥 살아온 묵은 시간, 이제 저 바다에 훨훨 흘려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니까요.
책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박진규의 시를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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