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의 한 복판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단 말일까요?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요?
1. 박진규 시인의 추모시 '눈물안경'
오늘은 추모시 한 편을 공유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추모하며’라는 부제가 붙은 시입니다.
박진규 시인의 ‘눈물안경’입니다.
2.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추모하며
눈물안경
-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추모하며
박진규
안경알이 흘러내릴까봐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
어린 네가 쓰러진 어둠 너머도 환하게 보인다
그렁그렁해서야 또렷하게 보인다
차 조심해라 할 때의 아빠 마음
한 숟가락만 더 먹어 할 때의 엄마 마음
어른들이 그 그렁그렁한 마음으로
세상을 어루만져 주었더라면!
미움 분노 질투 비웃음 거만 …
서로를 가로막는 일방의 욕망 건너편
그렁그렁했다면 모두 다 보였을 텐데
모든 게 슬픔이라는 것이 다 보였을 텐데
혼잡한 길에 줄을 쳐주며 바른 길을 알려주었을 텐데
그 그렁그렁한 마음이야
길을 가는 공벌레 피해주는 마음
가만히 무릎 꿇고 달개비 파랑을 바라보는 마음
아무 것도 아닌 듯 작디작은 듯 한없는 마음!
하얀 국화 놓고 돌아서는 사람들 너머
아깝고 아까운 우리 아이
우리 피톨 우리 살 우리 혼 바로 우리인 너
타인을 위해 잘 울지 않는 우리에게 주고 갔구나
그 그렁그렁한 마음으로 바라보라는 눈물안경
세상의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뜨거운 눈물안경
⁕ 박진규 시인 : 시집 <문탠로드를 빠져나오며>, 제18회 최계락문학상 수상
3. 눈물안경을 자주 꺼내 쓰십니까?
여러분은 눈물안경을 자주 꺼내 쓰시는지요?
그날 밤, 수도 서울의 힙 플레이스라는 이태원에서,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쓰러져간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책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박진규의 시를 더 읽어보세요.
'읽고 쓰고 스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가 묻네요, “아빠, 나뭇잎 왜 떨어져?” (12) | 2022.11.11 |
---|---|
부산 맛집 - 거제동 김현주 보리밥 (9) | 2022.11.05 |
부산 명소 - 금정산 미륵사 (0) | 2022.10.28 |
tvN 인기 드라마 '슈룹' 뜻 (0) | 2022.10.27 |
촉법소년 뜻, '촉'에 힌트 (5) | 2022.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