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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아이가 묻네요, “아빠, 나뭇잎 왜 떨어져?”

by 빗방울이네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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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떨어지는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나뭇잎이 떨어지는 이유를 통해 우리는 삶의 비기를 배우게 됩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메카니즘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1.낙엽의 이유는 떨켜 때문


낙엽(落葉)은 왜 떨어지나요? 앗, ‘낙엽’이란,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 또는 말라서 떨어진 나뭇잎을 말하니까, 낙엽은 왜 떨어지나요? 이것은 틀린 문장이네요. 바른 문장은 ‘나뭇잎은 왜 떨어질까요?’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나뭇잎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떨켜’ 때문입니다. 이 떨켜라는 낯선 용어가 이 계절, 나무의 키워드입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떨켜는 ‘낙엽이 질 무렵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떨켜는 ‘떨구다’와 ‘켜’가 합쳐진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떨구다’의 뜻은 ‘가지고 있던 물건을 빠뜨려 흘리다’입니다. ‘켜’는 ‘포개어진 물건의 하나하나의 층’을 의미합니다. ‘켜켜이 쌓다’는 말 아시지요? 그러니까 떨켜를 쉽게 풀이하면 ‘떨구는 켜’ ‘떨구는 층’이라는 뜻입니다. 나뭇잎을 떨구는 세포층!

그럼, 떨켜는 나뭇잎의 어느 부위에 생기는 걸까요? 나뭇잎은 잎몸과 잎자루로 이루어져 있지요? 잎자루 끝부분이 나뭇가지에 붙어 있고요.
잎자루 끝부분과 나뭇가지 사이에 떨켜가 생깁니다. 떨켜가 생기면서 나뭇잎이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

2. 떨켜가 생기는 이유


떨켜는 왜 생기는 걸까요? 여러 아티클을 공부하면서 제가 이해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무 안 물의 이동을 막는 데 있습니다. 떨켜가 생기면 뿌리에서 외부의 물이 나무속으로 원활하게 흡수될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나무 안에서 일어나는 물의 이동 과정을 알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땅속의 물은 삼투작용에 의해 뿌리를 통해 나무속으로 흡수됩니다. 이후 그 물은 모세 작용에 의해 줄기를 타고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 물은 양분을 만드는 데 쓰이고 증산작용에 의해 잎에서 나무의 밖으로 배출됩니다. ‘물이 흐르는 강’이 나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떨켜가 생기면, 나무 안에는 어떤 현상이 잇달아 벌어질까요? 우선 나뭇잎을 통해 나무 밖으로 나가던 물의 길이 떨켜에 막혀(!) 증산작용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증산작용(잎)이 일어나지 않으면 모세 작용(줄기)도 일어날 수 없겠지요. 모세 작용(줄기)이 일어나지 않으면 삼투 작용(뿌리)도 일어날 수 없겠지요. 이렇게 나무속에는 더 이상 물의 이동이 생기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하필이면, 왜 이 가을에 물의 길을 막는 장벽, 떨켜가 생길까요? 그것이 바로 나무의 생존 전략입니다. 보십시오.

물이 남은 채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줄기 속의 물관이 얼어 터질 수 있다.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잎과 자루 사이에 떨켜층(abscission zone)이라는 새 조직을 만드는 건 그래서다.
- <국제신문> 과학에세이 ‘단풍, 살아있는 것들의 가을 채비’(윤부현 교수•부산대 생명과학과)

정말 신비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후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이 떨켜는 잎에서 생성된 양분을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잎의 산성도를 증가시킨다.
산성화로 인해 잎의 엽록소는 파괴되고 안토시아닌과 같은 색소가 생성되어 단풍으로 물든다.
- <국제신문> 과학에세이 ‘아폽토시스와 적자생존’(박남규 교수•부경대 생물공학과)

그래서 결국 나뭇잎이 떨어지게 되겠군요. 그러나 아무 쓸모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이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은 아마 다음 문장에서 입을 크게 벌리게 될 겁니다.

땅 위에 내려앉은 낙엽이 언제 붉었는가 싶게 회갈색으로 바짝 마른다.
잎 위에 머물렀던 안토시아닌 성분이 모두 흙 속으로 스며든 것이다.
흙에 스며든 안토시아닌이 지어내는 붉은빛에는 겨울을 준비하려는 나무의 비밀이 담겨있다.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내는 물질로 해충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 <국제신문> 과학에세이 ‘단풍, 살아있는 것들의 가을 채비’(윤부현 교수•부산대 생명과학과)

가을이면떨어지는낙엽.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



3. 나무로부터 Minimalism을 배운다


나무여! 우리는 이 대목에 이르면 참으로 ‘나무여!’ 하고 반사적으로 불러보게 됩니다. 나무는 생존에 어려움이 닥치는 겨울에 대비하여 이렇게 떨켜라는 장벽을 만들어 밖으로 통하는 네트워크를 모두 닫습니다.

나무는 이제부터 내년 봄까지 최소화의 삶을 지향합니다. 지출도 줄이고, 생산활동도 줄이고 단식을 하며 추운 겨울을 견디는 나무입니다. 이제 겨울나무 보시면 속으로 응원해주시길 ㅡ 나무야, 힘내! 나뭇잎이 떨어지는 이유를 따라와 보니 나무로부터 이렇게 삶의 비기를 하나 얻게 됩니다.

Minim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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