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 '곰내연밭식당'에서 수제비를 먹습니다.
여행 중에 부산 철마 근처를 지나게 되면 들릴 만한 맛집입니다.
함께 먹으며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부산 맛집 '곰내연밭식당' 소개
여행 중이었고, 비가 왔습니다. 부산 철마 근처를 지나고 있었고요. 보슬거리는 봄비 때문이었을까요? 수제비가 생각났어요.
이 집이 수제비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네요.
'곰내연밭식당'(부산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221-4).
부산 정관으로 들어가는 곰내터널을 지나 다시 고불고불하고 높은 곰내재(곰내고개)를 지나 '곰내연밭식당'으로 갔습니다.
곰내터널, 곰내재, 곰내연밭식당···. 온통 곰이네요.
이 식당이 있는 마을이름도 웅천리(熊川里), 바로 곰내마을이네요.
이 마을의 시냇가에 곰들이 내려와 물을 먹고 가곤 했다 합니다. 예전에요. 그래서 곰내와 웅천이라는 이름이 나왔겠네요.
그 마을의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곰내연밭식당'이 있었는데요, 놀랍게도 비닐하우스였습니다.
둥근 지붕의 커다란 비닐하우스를 짙은 초록의 천으로 감싼 이색적인 풍경의 식당이었어요.
커다란 초록 곰 한 마리가 언덕에 앉아있다고 할까요? 과연 거기엔 어떤 맛이 웅크리고 있을까요?
점심시간, 사람들이 기다랗게 줄을 지어 서 있었어요. 저마다 우산을 쓰고요.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이 20여 개 있었는데, 생각보다 내부가 밝고 넓었습니다.
차림표를 볼까요?
연수제비(7,000원), 연부침개(9,000원), 한우소고기국밥(9,000원), 두부(주말 한정 5,000원).
어떤 맛이기에 시내버스도 안 보이는 이 외진 곳에 사람들이 저마다 자동차를 몰고 찾아오는 걸까요?
2. 쫄깃한 '연수제비' 한 그릇 하십시다
계단식 연밭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어요.
연꽃공원이 있고요, 여름이면 초록 연잎이 가득 덮인다는 연밭마다 지금 물이 가득 차 있네요.
저 연밭에서 자란 푸르른 연잎을 곧 먹게 된다는 거네요.
이 '곰내연밭식당'의 대표 선수, '연수제비'가 식탁 위에 도착했습니다.
아, 삼색 수제비네요. 녹색, 노란색, 흰색 수제비가 들었네요.
녹색 수제비가 연잎 든 수제비, 노란색은 단호박, 흰색은 맨 수제비고요.
수제비의 식감이 아주 쫄깃했지요. 이 탄수화물이 목으로 넘어갈 때는 왜 눈은 스르르 감기는지!
부추와 양파가 넉넉하게 들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이 부추와 양파가 단조로운 수제비의 식감에 기분 좋은 변화를 주는 역할을 하네요.
국물에 땡고추가 들었는지 방심하면 기침이 날 정도로 약간 매운맛입니다.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곁들여졌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지요? 밖에는 비가 오는데요.
연잎의 푸른 기상을 온몸으로 영접하는 시간입니다.
3. 왜 '수제비'라고 이름 지었을까요?
그런데 왜 수제비라고 했을까요?
국어사전을 보니 수제비의 옛말은 '슈져비'라 합니다.
17세기 문헌에서부터 '슈져비'가 나온다는데, '슈졉이'로 변했다가 오늘의 수제비로 정착했네요.
'슈져비'는 무슨 뜻이었을까요?
여러 설이 있지만, 바로 이것이다 싶은 어원을 찾기 어렵네요.
그래서 '곰내연밭식당'의 연수제비를 먹으면서 ‘독서목욕’의 상상력을 펼쳐봅니다.
혹시, 수제비는 제비와 연관된 건 아닐까 하고요.
옛말 '저비'가 제비를 말하거든요.
그러면 수제비는 '손-제비'가 될 텐데요, 제비가 물을 박차고 갈 때 파문이 일듯, 손으로 뜯은 밀가루 반죽을 끓는 물에 던졌을 때 파문이 이는 것을 보고 수제비라고 했을까요?
그러니까 '물수제비'라는 말도 떠오르네요. 둥글고 얄팍한 돌을 물 위로 던져 튕길 때 수면에 생기는 물결모양을 말합니다.
'물수제비를 뜬다'라는 말에는 어쩐지 수제비 반죽을 끓는 물에 던지는 어머니의 모습이 들어있는 것만 같네요.
그러고 보니 수제비와 제비와의 연관성은 점점 흥미롭기만 하네요.
수제비를 먹고 있으니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며 말없이 밀가루 반죽을 뜯어 물속으로 던지셨을까요?
제비새끼처럼 입을 벌려 맛있게 수제비를 먹을 자식들을 생각하셨겠지요?
'곰내연밭식당' 근처에는요, 부산 기장 8경의 하나인 홍연폭포도 있고요, 홍류동 소류지(저수지), 아홉산 숲도 있어요. 수제비 먹고 소화시키기 좋은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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