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문장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를 만납니다. 친구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는 문장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유붕(有朋) 자원방래(自遠方來) 불역락호(不亦樂乎)' 뜻
有朋(유붕)이 自遠方來(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락호)아
-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인가를 묻는 논어」(윤재근 지음, 동학사, 2008년) 중에서.
有 : 있을 유
朋 : 벗 붕
自 : ~서부터 자
遠 : 멀 원
方 : 모 방
來 : 올 래
不 : 아닐 불
亦 : 또 역
樂 : 즐길 락
乎 : 어조사 호
2. '벗이 있는가'를 묻는 문장
'유붕(有朋) 자원방래(自遠方來) 불역락호(不亦樂乎)'는 「논어」를 펼치면 제1장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제1장에는 3가지 문장이 나오는데, 첫번째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에 이어 두번째 문장으로 '유붕(有朋) 자원방래(自遠方來) 불역락호(不亦樂乎)'가 등장합니다.
이처럼 공자님은 「논어」의 첫머리에 '배움'과 함께 나란히 '친구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네요.
한 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有朋'는 '벗이 있다'는 말입니다. '有' 없이 그냥 '朋'이라고 하지 않고 '有朋'이라고 해놓아서 '벗이 있다'는 데 자꾸 눈길이 가게 되네요. '벗이 있는가'라고 묻는 것만 같기도 합니다.
한자사전에 보니 '朋'은 '달(月)'과는 관계가 없고 조개와 관계가 있네요. '朋'은 원래 화폐로 썼던 조개를 엮어 두 갈래로 늘어트린 모양을 본 뜬 글자입니다. 서로 붙어 있는 조개의 모습에서 나란히 계속되는 소중한 관계라는 새김이 나옵니다. 그래서 '친구'라는 뜻으로 이어졌네요.
'自'는 '스스로, 자기, 저절로, 자연' 같은 뜻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부터'라는 뜻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自遠'은 '멀리서부터'가 되네요. '스스로 멀리서'라는 뜻이 아니고요.
같은 뜻(~서부터)으로 쓰인 '自'의 다른 용례를 한번 볼까요?
백석 시인님의 시 '월림장' 첫 구절은 '自是東北八0粁熙川의 標말이 선 곳'입니다. 이 구절의 첫단어가 '自是'이네요. 이는 '여기(是)서부터(自)'라는 뜻입니다. '自是東北八0粁熙川'의 뜻은 '여기서부터 동북쪽으로 80킬로미터가 희천'입니다. 도로표지판이네요. '粁'은 '킬로미터'의 뜻입니다.
'方來'는 '사방에서 온다'라는 의미로 새깁니다.
'方'은 '네모, 방위, 방향, 두루, 널리, 모두, 함께'의 뜻이 있는데, '方來'의 '方'은 '두루'의 의미가 들어있네요.
그러니 '自遠方來'는 '멀리서부터 두루 찾아온다'로 새겨지네요.
멀리서부터 두루 찾아오는 벗!
공자님은 이런 벗이 그대에게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만 같기도 합니다. 이 문장이 마음을 콕 찌르는 것만 같네요.
'不亦樂乎'에서 '不亦~乎'라는 구문은 '또한 ~하지 않는냐'의 뜻입니다.
그러니 '不亦樂乎'는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가 됩니다.
'樂'은 노래 '악', 즐길 '락(낙)', 좋아할 '요'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즐기다, 즐거워하다, 편안하다'의 의미로 쓰였네요.
이렇게 '樂'에는 '노래' 또는 '연주하다'와 '즐거워하다'와 '좋아하다'의 뜻이 다 들어있네요.
'樂'은 나무 '木(목)'에 실 '絲(사)'가 결합된 글자입니다. 거문고처럼 나무(木)로 된 악기와 줄(絲)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들으면 즐겁다는 뜻으로 연결되네요.
멀리서 친구가 두루 찾아오는 일이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의 즐거움 같은 즐거움일까요?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라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어루만져주는,아름답게 연주해주는 친구라면 얼마나 큰 즐거움일까요?
3. '좋은 벗되기' 공부를 하고 있는가?
책을 읽다가 만나는 이런 문장은 마음의 골짜기를 환하게 비추어 주는 것만 같습니다.
'좋은 벗을 사랑하고 좋은 벗되기를 스스로 공부하라'
▷「승무의 긴 여운 지조의 큰 울림 - 아버지 조지훈 삶과 문학의 정신」(조광렬 지음, 나남, 2007년)
'승무' '고풍의상' '풀잎단장' 등으로 우리와 친한 조지훈 시인님 이야기입니다.
위 책은 조지훈 시인님의 장남 조광렬 님이 쓴 책인데요, 위 문장은 평소 아버지(조지훈)가 자식들에게 강조하신 말씀이라고 책 속에 소개해두었네요.
이 문장 속에서 '좋은 벗되기를 스스로 공부하라'에 눈길이 자꾸 갑니다.
가만히 받기만 하는 우정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겠지요.
또한 저절로 좋은 벗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좋은 벗되기'를 '공부해야한다'고 합니다.
'유붕(有朋) 자원방래(自遠方來) 불역락호(不亦樂乎)'
「논어」 첫머리에 걸린 이 문장은 힘든 삶의 여정에서 친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동행인가를 말해주는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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