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라고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요? 타인을 사랑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나를 사랑하라는 말은 거의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철학자 김태길 교수님이 전해주시는 '나에 대한 사랑 비법'으로 독서목욕을 하며 저마다의 마음을 씻어봅시다.
1. 철학계 삼총사의 '황금 전언'
김형석 김태길 안병욱 교수님 등 세 분의 철학자들은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는 50년 지기로, 그동안 철학으로 우리네 마음을 씻어주고 고양시켜 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모두 1920년 출생으로 동갑인데 김태길 교수님은 2009년(향년 90세), 안병욱 교수님은 2013년(향년 94세) 돌아가시고, 올해 103세인 김형석 교수님은 활발한 저작 및 강연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오늘은 이 세 분의 글을 모은 「세 원로 철학자가 남겨준 인생의 열매들」이라는 책을 만납니다.
책의 서문에서 김형석 교수님은 "우리는 같은 해에 태어났고 동일한 분야의 학문을 전공했는가 하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같은 영역에서 활동했다. 김태길 교수는 우리 중에 학문적인 업적을 가장 많이 남겼고, 안병욱 교수는 우리 가운데 누구보다 폭넓은 사회활동을 한 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이 책에 소개된 김태길 교수님의 황금같은 전언(傳言)을 듣겠습니다.
충북 태생인 김태길 교수님(1920~2009)은 23년 간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규범 윤리와 메타 윤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계간지 「철학과 현실」을 발행하고, 시민들을 위한 철학 교양 강좌를 통해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좌표를 제시해 주며 성숙한 사회를 위해 힘썼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대로 세 분 가운데 학문적 업적을 가장 많이 남기셨다는 김태길 교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삶의 비의를 전하고 싶었을까요?
2. 김태길 교수님의 '나에 대한 사랑비법'은?
이 책 앞부분에서 세 원로 철학자들은 '사랑'을 주제로 각자의 알토란 같은 생각을 설파합니다. 이 가운데 김태길 교수님은 특별하게 '나에 대한 사랑 비법'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교수님, 어떻게 '나'를 사랑해야할까요?
첫째 원칙은 "내 생애 전체를 원대한 안목으로 꾸준히 성실하게 가꾸어라."이다. 오늘의 나만을 들여다보지 말고 내 생애 전체를 염두에 두되, 나의 생애가 하나의 아름답고 멋있는 작품이 되도록 슬기롭게 노력하라는 뜻이다.
둘째 원칙은 "나 가운데서 가장 값진 것은 나의 지위나 재산 따위의 외면적 성취가 아니라, 나의 인격과 나의 건강 또는 나의 예술이나 학문 같은 내면적 성취임을 명심하라."는 말로 요약된다.
셋째 원칙은 "'나'라는 것은 일정불변한 크기의 유형의 물질적 체계가 아니라 때에 따라서 나선형 모양으로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의식의 체계임을 인식하고 항상 소아보다 대아를 먼저 위하는 자세를 견지하라."는 것이다.
- 「세 원로 철학자가 남겨준 인생의 열매들」(김형석 김태길 안병욱 지음, 비전과리더십) 중에서
3. '나의 생애가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노력하라'
빗방울이네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김태길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어리둥절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좋은 일이나 불편한 일에 생길 때면, '나'는 항상 괜찮고, 그래서 좀 눌러두어도 되고 참아도 되고 양보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괜찮은 쪽, 눌림을 당하는 쪽, 참는 쪽, 양보당하는 쪽은 '나'이니까요. 그런데 김태길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그동안 나를 사랑하지 않고 너무 가벼이 여기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사랑하라고 다정히 말씀해주시는 어른이 계셨네요.
그런데 김태길 교수님은 나를 사랑하는 일에도 정도(正道)가 있다고 하셨네요. 그동안 나를 사랑하는 일마저 소홀히 했는데, 나를 사랑하는 일에도 올바른 길이 있었네요.
지금 이 순간에 매달리지 않고 나의 인생 전체를 멀리 내다보기, 외면보다 내면의 힘 키우기, '나'는 항상 변하는 의식체계라는 것을 자각하고 일희일비하지 않기!
수시로 이 세 가지를 떠올리며 살겠습니다, 김태길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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