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동요 2편을 만납니다. 최계락 시인님의 '꼬까신', 윤석중 시인님의 '봄 나들이'입니다. 이 글은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띄우는 '독서목욕'의 봄 편지입니다. 그대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아이에게도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최계락 동요 '꼬까신' 읽기
사랑하는 아이야. 오늘 우리 산책길에 함께 보았지? 개나리꽃!
노랗고 자그마한 꽃들이 기다란 줄기에 '쪼롬이' 붙어있는 그 꽃 보았지?
이 개나리꽃을 노래한 동요 두 곡을 불러보자꾸나.
최계락 시인님의 '꼬까신'이라는 동요부터 만나보자.
개나리 노오란 / 꽃그늘 아래 / 가즈런히 놓여있는 /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사알짝 / 신 벗어 놓고 / 맨발로 한들한들 / 나들이 갔나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최계락 동시집 「꼬까신」(최계락 지음, 문학수첩) 중에서
우리는 이 동요를 부르면서 동요 속에 나오는 '아기'를 생각하게 된단다.
'꼬까신'은 예쁘게 만든 아기 신발이니까.
그 고운 신발을 '개나리 노오란 꽃그늘 아래'에 벗어놓고 아기는 어디로 갔을까?
개나리꽃 피는, 아직은 쌀쌀한 계절에, 그것도 맨발로 말이다.
그럼 엄마는 또 어디에 갔을까?
이렇게 꼬까신을 벗어놓고 간 아기 걱정, 엄마 걱정이 점점 부풀어 오르게 되겠네.
이 동요가 나온 그림책에도 보니, 개나리꽃 아래에 예쁜 아기의 신발, 꼬까신 한 짝이 놓인 그림이 있기도 하고.
그런데 사랑하는 아이야.
동요를 음미하면서 글자 그대로 읽으면 재미가 좀 없지.
과연 이 동요에서 나오는 아기 신발, '꼬까신'이 가리키는 것은 무얼까?
아이야, 우리는 그것을 '개나리꽃'이라고 상상해보자.
'꼬까신 = 개나리꽃'
담장 위에 개나리꽃이 한창 피어있고, 그 노란 꽃잎 몇 닢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구나.
시인님의 눈에는 바닥에 뒹구는 그 개나리꽃잎이 '아기'의 '꼬까신'으로 보였겠네.
샛노랗고 아주 작은 '꼬까신' 말이야.
그러면 어떤 어른들은 이렇게 묻겠지?
이렇게 작은 신발을 신는 아기가 세상에 어딨어욧!
그러나 너희 아이들은 금방 떠올릴 수 있겠지?
동화의 나라에서 노란 꼬까신을 신고 온 예쁜 아기공주님을.
아마 그 아기공주님이 너희 엄지 크기만 하다고 해도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니?
그렇게 작고 고운 엄지공주님이어서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를 갔겠구나.
자, 개나리꽃 그늘에 쭈그리고 앉은 시인님을 떠올려보자.
그 꽃 그늘에 떨어진 개나리꽃잎을 보면서 동화나라의 엄지공지를 생각하고 있는 시인님은 얼마나 아기 같은지!
우리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면서 동요 '꼬까신'을 신나게 불러보자.
2. 윤석중 동요 '봄 나들이' 읽기
개나리꽃을 보고 지은 동요, 윤석중 시인님의 '봄 나들이'도 불러보자.
나리 나리 개나리 /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 봄 나들이 갑니다
▷「윤석중 전집 - 봄 나들이」(윤석중 지음, 웅진출판) 중에서
사랑하는 아이야.
이 동요가 실린 책에도 그림이 있는데, 병아리들이 개나리꽃잎을 하나씩 입에 물고 봄 나들이를 가고 있네.
동요 가사대로 읽으면, 병아리들이 개나리를 잎에 따다 물고 봄 나들이를 간다고 하니, 그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그러나 아이야.
병아리가 어떻게 개나리꽃잎을 따서 입에 문다는 걸까?
그렇게 개나리꽃잎을 마구 딴다면 개나리꽃잎도 너무 아프지 않겠니?
그러지 말고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 보자.
'개나리꽃잎 = 병아리 주둥이'
개나리꽃잎은 꼭 병아리 주둥이처럼 생겼네.
색깔도 노랗고 생김새도 삐죽하고.
그래서 시인님은 병아리의 노랑 주둥이를 보고, '아, 병아리가 개나리꽃을 물고 가는 것만 같네!' 하면서 이 동요를 썼다고 상상해 보는 거야.
시인님은 '병아리 주둥이가 꼭 개나리꽃잎 같았어!' 라는 말을 우리에게 해주고 싶었다고.
'이런 발견은 얼마나 대단한 발견이라구!' 라고 자랑하면서 말이야.
병아리 주둥이를 관찰하느라 병아리 떼를 종종종 따라다니고 있는, 천진난만한, 앉은걸음의 시인님이 떠오르지 않니?
3.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마음
아이야.
우리는 오늘 개나리꽃을 소재로 한 동요 두 편을 만났구나.
동요의 가사대로 읽었을 때와 너만의 생각으로 읽었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달랐지?
맞아.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본다면 세상은 너무 심심할 거야.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세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단다.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면, 마음이 좁아지고 삭막해지지.
세상의 일은 자로 잴 수 없을 때가 더 많아.
자로 잴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마음으로 재는 것이지.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 바로 보이지 않는 세상, 은유의 세상이란다.
네가 항상 마음의 눈을 뜨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이 보이게 될 거야.
술빵처럼 부풀어 오르곤 하는 은유의 세상 말야.
그런 세상은 얼마나 맛있는 토핑이 가득한 피자 같을지를 생각해 보렴.
그럼, 안녕. 우리 아이야.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위에 소개된 동요 두 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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