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우물가에~'로 시작되는 가요 '개나리 처녀'를 만납니다. 봄바람 든 이팔청춘의 솔직 발랄하고 저돌적인 사랑노래입니다. 함께 읽고 부르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최숙자 노래 '개나리 처녀' 읽고 부르기
개나리 처녀
노래 최숙자, 작사 천지엽, 작곡 김화영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종달새가 울어 울어 이팔청춘 봄이 가네
어허야 얼씨구 타는 가슴 요놈의 봄바람아
늘어진 버들가지 잡고서 탄식해도
낭군님 아니 오고 서산에 해 지네
석양을 바라보며 한숨 짓는 개나리 처녀
소쩍새가 울어 울어 내 얼굴에 주름지네
어허야 얼씨구 무정코나 지는 해 말 좀 해라
성황당 고개 넘어 소 모는 저 목동아
가는 길 멀다해도 내 품에 쉬려마
2. 봄바람 든 이의 속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개나리 처녀'의 노랫말은 참 야릇하고 짓궂습니다.
봄바람 든 심정,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고 저돌적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 노랫말을 흥얼거리면 솔직하고 저돌적인 이팔청춘 모드가 되어버립니다.
이 노래가 점잖음의 빗장을 치고 있던 마음을 순식간에 열어버리는 마법을 부리나 싶습니다.
어떻게 얄궂을까요?
그 야릇하고 짓궂은 노래 속으로 함께 들어갑니다.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 종달새가 울어 울어 이팔청춘 봄이 가네'
'개나리 우물가'. 마을의 공동 우물가에 개나리 꽃이 한창인 봄이네요.
우물가는 만남의 장(場)이었지요. 우물물을 긷는 아낙들이 이곳에서 어울려 온갖 '새실'을 다 떨던 곳이었네요.
지나가는 잘 생긴 나그네가 물 한 모금을 청하면 버드나무 잎을 바가지 물 위에 띄워주고 서로 눈이 맞아서 ···.
이런 류의 '우물가 사랑'의 서사는 익숙하네요.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도 지나가는 목 마른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개나리 처녀'는 이렇게 봄바람 노랗게 든 이팔청춘이네요.
이팔청춘은 16세 즈음입니다. 이 화창한 봄날에 어찌 마음이 싱숭생숭하지 않겠는지요?
그래도요, 아무리 그래도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찾는 개나리 처녀'라는 문장은 좀 노골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허야 얼씨구 타는 가슴 요놈의 봄바람아'
여기서 웃음이 쿡 하고 터집니다.
'타는 가슴'인데요, 자기가 생각해도 '어허야 얼씨구' 어찌할 수 없이 마구 들떠 날뛰는 가슴이 어처구니없네요.
'요놈의 봄바람아'. 생뚱맞게 봄바람이 혼나네요.
바람은 자기가 나 놓고선 웬 봄바람 핑계!
이 당차고 솔직한 이팔청춘을 어찌해야 할까요?
'늘어진 버들가지 잡고서 탄식해도 / 낭군님 아니 오고 서산에 해 지네'
'늘어진 버들가지 잡고서 탄식해도'. '타는 가슴'을 앙감질 하며 '버들가지' 같은 몸을 비비꼬고 있는 '개나리 처녀'네요.
우물가에 나오면 만날 줄 알았는데, 잘 생기고 키 크고 목마른 나그네가 통 지나가지 않네요.
서산에 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 봄바람의 서사는 어찌 진행될까요?
3. 얄궂음의 절정은 과연 어느 구절일까요?
'석양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개나리 처녀 / 소쩍새가 울어 울어 내 얼굴에 주름지네'
이 '개나리 처녀'의 봄바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집에 안 가고 석양이 지도록 '개나리 우물가'네요.
그런 처지를 비웃듯 소쩍새는 울어쌓고요, 그때마다 소쩍새에게 눈을 흘기고 있는 '개나리 처녀'네요.
얼굴 주름 지게 눈은 자기가 흘겨놓고 소쩍새 탓이네요.
암튼, 고운 얼굴 주름지는 일은 고래로 근심거리네요. 참말로요.
'어허야 얼씨구 무정코나 지는 해 말 좀 해라'
'무정(無情)'은 남의 사정에 아랑곳없다는 말입니다.
우물가를 지나가는 키 크고 잘 생긴 나그네를 '타는 가슴'으로 기다리고 있는 '개나리 처녀'입니다.
그런 '개나리 처녀'의 사정은 그녀의 사정이고 해에게는 해의 사정이 있을 텐데요,
해가 진다고 또 투정입니다.
그러니까요. 해에게라도 한 소리 하지 않으면 이 봄바람 든 '타는 가슴' 어찌하겠는지요.
'성황당 고개 넘어 소 모는 저 목동아 / 가는 길 멀다 해도 내 품에 쉬려마'
이 구절은 얄궂음의 절정입니다.
이젠 목동에게 눈짓하네요.
소를 몰고 집으로 가려고 성황당 고개를 넘어가는 목동에게요.
'가는 길 멀다 해도' 잠시 쉬어가면 안 되겠느냐고요.
그것도 '내 품에 쉬려마' 하고요.
수위가 좀 높은 구절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리가 이 노래를 사랑하는 까닭은 이렇게 아슬아슬한 기분에 있으니까요.
가슴에 꽁꽁 쟁여둔 연정(戀情)을 이처럼 속 시원하게 팡 터뜨릴 수 있으니까요.
이 노래가 나온 때가 1958년입니다.
최숙자 가수님(1941~2012)이 17세 때 발표해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은 노래입니다.
그 사랑의 비결은 '솔직' '담백' '저돌' '발랄'이었네요.
사람들은 이 노랫말에 기대어 차마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속마음을 분출했겠네요.
노래니까요.
'목동아, 가는 길 멀다 해도 내 품에 쉬려마'
이런 속 시원한 멘트를 어찌 직접 날릴 수 있었겠는지요, 노래가 아니라면요.
가슴에 쟁여놓은 것이 많은 우리는 가끔 이런 류의 얄궂음이 필요하지 않은가요?
이 노랫말에 따라 '둠칫둠칫' 어깨춤이라도 추다 보면 마음이 후련지지 않겠는지요.
좋은 이에게 속마음도 은근히 전해 보면서요.
그러나 진지하게는 말고, 아이처럼 개구지게요.
개나리 노란 봄바람 가득 가슴에 넣고요, 구성지게, 애절하게, 당돌하게, 발랄하게 시작!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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