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Gaslighting 뜻 유래, 연극 내용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는 '가스등(Gas Light)'이라는 영국 연극에서 유래됐습니다. <현대영미희곡선2>(이진수 번역, 동문선 발간)에 실린 이 연극의 극본을 읽고, 이 용어의 뜻과 유래를 정리합니다.

1. 가스라이팅(Gaslighting) 뜻

A가 B의 마음이나 상황을 교묘하게 지속적으로 꾸며서 B가 자신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또는 그렇다고 믿게 만드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말합니다. A는 그렇게 B를 통제하고 억압하면서 심리적 지배력을 강화하게 됩니다.

2. 연극 '가스등'의 주요 내용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말이 유래된 연극 '가스등(Gas Light)'은 살인범인 남편(55세)과 그의 부인(34세)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있고, 부인은 부자입니다. 배경은 이들이 사는 런던의 4층짜리 주택입니다. 주택은 부인의 돈으로 산 것입니다.

남편은 부인의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부인을 정신병자로 몰아갑니다. 남편은 집안의 물건을 몰래 숨기고 부인에게 그 물건을 찾아내라고 다그칩니다. 부인은 자신이 물건을 숨기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남편은 벽에 걸린 그림, 반지, 열쇠꾸러미 등을 차례로 숨기고 부인의 짓이라고, 그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며 부인을 몰아세웁니다. 이렇게요.

- 또 당신의 분열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해 놓고도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단 말이야.

급기야 아내는 자신이 정말로 정신병자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정신병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자기에게도 정신병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늘 마음을 졸이며 살아왔던 상황도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용어는 영국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됐다.

3. 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고 할까?

제목처럼 '가스등(Gas Light)'이 이 연극의 중요한 장치입니다. 부인을 정신병자로 몰아가면서 남편은 저녁마다 외출합니다. 그런데 부인은 남편 외출 때마다 자신이 있는 방의 가스등이 어두워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 건물은 다른 방에서 가스등을 더 켜면 집안 전체의 가스등이 어두워집니다. 그것은 남편이 '이 건물의 다른 방에 있다'는 증거가 되는 거죠.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건물은 남편이 15년 전에 보석을 훔치려고 살해했던 돈 많은 어떤 할머니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저녁마다, 당시 할머니가 살던 3층에 부인 몰래 들어가 가스등을 켜고 할머니의 보석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 집을 부인 돈으로 샀던 것입니다.

부인을 의도적으로 정신병자로 몰아간 남편의 학대행위, 과거 살인행위도 '가스등'이 모티브가 되어 밝혀집니다. 그래서 타인을 세뇌시켜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이 연극의 제목(가스등)에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영국 극작가 패트릭 헤밀톤(Patrick Hamiton 1904~1962)이 쓴 이 연극은 영국과 미국에서 크게 흥행을 한 작품입니다. <현대영미희곡선2>에 따르면, 이 연극은 194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3년 동안 1,295회 공연 대기록을 세웠고,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영화로도 제작된 불후의 명작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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