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님(철학과)은 나이가 겨우 3세라고 합니다. 비행기를 탈 때, 티케팅 과정에서 컴퓨터가 나이를 나타내는 칸에 세 자리를 표시하지 못해서 3세라고 나온다고 합니다. 그는 올해 103세입니다. 오늘은 그의 삶의 비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1. 김형석 교수의 '거리두기'
앞에 소개해드린 '3세' 에피소드는 지난 7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그날 그는 "106세가 되면 초등학교 입학하라는 통지서가 나온다고 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컴퓨터가 6세로 인식하니까, 그에게 통지서가 온다는 말입니다.
그는 1920년생입니다. 책꽂이에서 그의 수필집 <백년을 살아보니>(Denstory 발간)를 펼쳤는데, 이 구절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 지금도 신문이나 월간지 같은 곳에 소개되는 내 이력을 보면 초라한 편이다. 감투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철학계 1세대 교육자입니다. 그런데 그의 네이버 인물 정보를 보면, 연세대 교수, 학생상담소장 등을 제외하면 외부활동으로는 제1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이 전부입니다.
그의 손주사위되는 문유석 작가(판사)는 어느 칼럼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김형석 교수의 건강비결로 '부지런함'과 함께 '거리두기'를 꼽았습니다. 그가 어떻게 '거리두기'를 했는지 손주사위의 컬럼을 함께 읽겠습니다.
- (김형석 교수는) 총장이니 장관이니 남들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탐내는 자리들에 한 점 관심조차 보인 적이 없다. 자식들 일도 그들이 묻기 전에는 먼저 말씀하시지 않는다. 여기서 들은 이야기 저기에 전하지도 않는다.
2. 이주홍 교수의 '못난 체 하고 사는 맛'
아동문학가 향파 이주홍 교수님(1906~1987)이 생각납니다. 그와 김형석 교수는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합니다. 그도 부산수산대 교수와 부산아동문학회 초대회장을 맡은 것 말고 대외직함이 없습니다. 그런 향파가 남긴 말을 함께 읽어보시죠.
- 제 잘난 맛으로 산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못난 체 하고 사는 일 이상 최상의 맛은 없다.
어떻게 사셨을까요? 향파는 동시 동화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창작활동으로 한국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분입니다. 서울에서 내려와 부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고향의 봄' 작가이자 절친인 이원수 선생님이 내려와 서울로 가자고 졸라도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명예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창작에만 전념하신 분입니다. 부산시문화상, 경상남도문화상, 부산시학술공로상, 대한민국예술원상, 한국불교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화훈장, 대한민국문학상본상. 명예를 구하지 않아도 이주홍 교수님에게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명예가 따라왔습니다.
3. 성철 큰스님의 '버려진 나무막대 되기'
성철 큰스님도 생각납니다. 성철 큰스님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정찬주 지음, 민음사 펴냄)에서 성철 큰스님은 수행을 제대로 하려면 이렇게 하라고 하십니다.
- 나뭇꾼도 쳐다보지 않는 부러진 나무막대가 되어라.
김형석 교수님, 이주홍 교수님, 성철 큰스님까지, 제대로 어딘가에 집중하면서 살아가려면 욕망을 다 내려놓아야한다는 것을 자신들의 삶으로써 온전히 보여주신 분들입니다. 그 삶의 아름다운 결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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