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영화 <영웅>이 개봉됩니다. <두사부일체> <해운대> <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의 신작입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소재 영화 <영웅> 개봉을 앞두고, 오늘은 안중근이 남긴 휘호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1. 단지 자국 선명한 안중근의 휘호
안중근(1879~1910, 아명 안응칠). 그는 1909년 10월 26일 지금의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중국 대련 여순(뤼순)감옥에서 사형집행으로 사망하기까지 옥중에서 여러 편의 유묵을 남깁니다.
그 때 그는 30세였습니다. 조선 침략 원흉을 처단하겠다는 비장한 결의로 행한 네번째 손가락 단지와 그 어김없는 실천, 그리고 사형을 앞두고 있던 그였습니다. 그런 그가 내면의 응축된 에너지로 쓴 휘호 한 편을 공유합니다.
-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휘호입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생긴다고 했을까요? 독서와 가시의 연관성은 무엇일까요?
2. 혓바늘이 뜻하는 것
박진규 시인의 <혓바늘>이라는 시를 읽으며 생각을 넓혀 보겠습니다.
혓바늘
- 박진규
혀 가운데가 아프다
거기에 바늘 하나가 든 것처럼 욱신거린다
그 상처가 바늘의 형상으로 아프다
바늘이라니
거울을 들여다보니 오히려 파였다
어떤 말이 날아간 빈 자리다
이 시는 혓바늘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혓바늘이 날아간 곳에 빈 자리가 생기면서 혀가 움푹 패였다고 합니다.
날아간 혓바늘이란 무엇일까요? 혀에서 날아갔으니 '어떤 말'이겠지요? 그 말이 날아가 꽂힌 곳은 상대방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바늘같다고 했으니, 혓바늘이란 바로 아픈 말입니다. 남을 아프게 한 말, 가시 돋힌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시 속의 '혓바늘'과 영웅 안중근 휘호 속의 나무가시를 뜻하는 '형극(荊棘)'의 의미가 연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혓바늘이 생기는 이유
그런데 이 시인에게 왜 '혓바늘'이 생겼을까요? 욕심이 지나쳤던 탓입니다. 그래서 내면과 외연이 부조화로 삐걱거리면서 불만과 갈등이 생기고 망신과 비난도 당했을 것입니다. 그때 이랬으면 하는 후회, 그 놈은 왜 나를 못살게 굴까 하는 원망으로 잠도 설쳤을 것입니다. 그 삶의 좌충우돌, 그것이 혓바늘로 나타나고, 그 혓바늘이 다시 상대방에게 날아가는 악순환이 생겼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혓바늘은 마음을 돌보라는 '알람' 같은 것이겠습니다. 부디 자중하세요. 무조건 달리지 말고 쉬어가세요. 내면을 살펴보세요.
이제 영웅 안중근이 쓴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의 뜻이 명확해졌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남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 같은 말을 함부로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내면을 살찌우는 일을 게을리하면, 실상이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눈이 감기고, 자신을 제어하는 힘을 잃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상대방과 겨루게 되고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어지고 지치고 힘들어져 혓바늘이 생길 수밖에 없겠습니다.
영웅의 휘호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아, 이런 분이셨구나, 그의 정신과 조금이라도 닿기를 소망하면서 영화 <영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박진규의 시를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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