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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신중현 시 봄비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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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님의 노래 '봄비'를 시로 만납니다. 이 '봄비'에는 어떤 삶의 국면이 스며 있을까요? 함께 '봄비'라는 시를 읽으며, 또 노래도 부르며 마음을 씻고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신중현 시 '봄비' 읽기

 
봄비
 
- 신중현 작사·작곡
 
이슬비 나리는 길을 걸으며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며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고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나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
 

- 「신중현 작곡집 - 꽃잎·봄비·마음」 중에서

 
우리나라 '록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 님은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당대 최고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1938년 서울 출신인 신중현 님은 1955년 미 육군 제8군 쇼단으로 데뷔했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기타 실력으로 미 8군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며 '히키-신 기타 멜로디 경음악 선곡집'이라는 최초의 앨범을 냈습니다.
1962년 국내 최초 그룹인 '애드포(Add4)'라는 록그룹을 결성했으며, 그룹 'Donkeys' '더 맨' '신중현과 엽전들' '신중현과 뮤직파워' '신중현과 세 나그네' 등의 그룹을 결성해 활동했습니다. 장미화 박인수 이정화 김추자 펄시스터즈 임성훈 장현 바니걸스 등을 슈퍼스타로 만들었고, 히트곡으로는 '아름다운 강산' '미인' '거짓말이야' '커피 한 잔' '꽃잎' '봄비' '미련' 등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 가요대축제 공로상, 골든디스크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 시로 읽는 신중현 '봄비'의 두 가지 매력

 
오늘은 신중현 님의 '봄비'를 시로 읽습니다. '봄비'는 신중현 님이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1967년 1월 1일 발매된 「신중현 작곡집 - 꽃잎·봄비·마음」을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벌써 56년 전의 작품이네요. 이 앨범은 모두 5곡을 담고 있는데 표지에 가장 크게 붉은 글씨로 적혀 있는 '봄비'가 타이틀 곡입니다. 
 
보통 가요 앨범은 노래한 가수의 이름으로 나오지만 이 앨범은 '신중현 작곡집'으로 나온 점이 특이하네요. 이 때 ‘봄비’ 노래를 부른 이는 이정화 가수님입니다. 
 
자, '봄비'로 들어갑니다. 시로 읽는 '봄비'는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매력의 첫 번째는 시의 화자가 봄비를 흠뻑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산도 없이 말입니다.
 
이슬비 나리는 길을 걸으며 / 봄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며

- 신중현 시 '봄비' 중에서

 
이슬비가 나리는 길을 걷는다고 합니다. '나린다'는 '내린다'는 표현보다 빗줄기가 더 가늘고 약간 흩날리는 느낌을 줍니다. 시의 화자는 실내에서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바깥 공간에서 걷고 있습니다. 비를 맞으며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화자의 행동은 우리에게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감각을 전해주며 오감을 자극합니다. 차가운 느낌, 비릿한 냄새,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 곡선으로 흩날리는 빗줄기, 밍밍한 비의 맛까지요. 그런데요, 시의 화자는 왜 비를 맞으며 걷고 있을까요? 우산도 없이 비 내리는 거리로 나서는 것, 예사롭지 않은 일입니다.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 마음을 달래고 //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 신중현 시 '봄비' 읽기

 
쓸쓸함과 외로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떤 외로움인데 그렇게 처연하게 비를 맞으며 걷고 있을까요? 그런데요, 이 시에서는 그 쓸쓸함과 외로움의 원인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 말입니다.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고' 걷지만, 그래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외로움의 원인을 특정하지 않는 것, 이 대목이 시로 읽는 '봄비'의 두 번째 매력입니다.
 
그 쓸쓸함과 외로움의 원인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봄비'는 명곡의 반열에 올라 60년이 다 되도록 시대를 넘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사연을 이 '봄비'에 대입하며 이 노래를 들으며 부르며 각자의 자세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으니까요.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 언제까지 나리려나 /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

- 신중현 시 '봄비' 중에서

 
딱히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어 외롭던가요? 우리는 '봄비'에 스민 이런 종류의 외로움을 수시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요?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 같은 것 말입니다. 봄이 되면, 생명이 약동하는 봄이 되어 비까지 내리면, 그런 원초적인 쓸쓸함은 더욱 선명해지는 지 모릅니다. 이런 고독의 '봄비'는 '언제까지 나리려나'요. 아마 그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우리의 삶이 다 끝나도록요. 그래도 이렇게 실컷 울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 한없이 흐르네

- 신중현 시 '봄비' 중에서

 

신중현시봄비중에서
신중현 시 '봄비' 중에서

 

 

3. 장사익 가수 버전 '봄비'의 느낌은?

 
'봄비'는 이정화 가수님에 이어 박인수 가수님이 불러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김추자, 장사익 등 많은 가수님들이 다시 부른 명곡입니다. 빗방울이네는 이 글을 쓰면서 장사익 가수님의 버전을 듣고 있습니다. 장사익 가수님은 1995년 「하늘 가는 길」이라는 앨범을 통해 신중현 님의 '봄비'를 자신의 스타일로 불렀습니다. 
 
우리는 장사익 가수님의 버전에서 이 노래의 도입부인 '나 혼자 쓸쓸히'라는 부분에 이르면, 장사익 가수님이 아주 고요히 공을 들여 가늘게 부르는 이 대목에 이르면, 누구라도 불현듯 눈가가 뜨거워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의 몸짓도 점점 고조됩니다. 고조된다고 하지만, 한복 차림의 그의 아주 미세한 손짓이나 발짓인데요, 그것을 보는 우리의 심금은 너무나도 쉽게 울어버리네요.
 
그는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로 와서 끝부분에서 '흐흐흐~'라는 소리를 내어 속 깊은 흐느낌을 표현하는데, 방심하고 있던 우리는 그의 울먹이는 숨결 같은 가락에 꼼짝없이 말려들어 눈물샘이 폭발 일보 직전에 이르고 맙니다. 이렇게 우리 가슴 깊은 곳에 '봄비'는 언제라도 내릴 각오가 되어있다는 듯 내재되어 있었군요. 봄비야!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이은하 가수님의 '봄비'를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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