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워즈워스 시 '내 가슴은 뛰노니'를 만납니다. 이 시에는 어떤 삶의 비기가 깃들어 있을까요? 우리 함께 시인님이 건네주는 성찰의 자양분에 풍덩 마음을 적시며, 환하게 마음을 맑히며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윌리엄 워즈워스 시 '내 가슴은 뛰노니' 읽기
내 가슴은 뛰노니
- 윌리엄 워즈워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뛰노니,
내 어린 시절에도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내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장석주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 명시 100선」(장석주 엮음, 북오션) 중에서
My heart leaps up
- William Wordsworth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윌리엄 워즈워스 시인님(William Wordsworth, 1770~1850)은 영국 북서부 호수지방의 코커머스 출신으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입니다. 낭만주의 영시의 기폭제가 된 「서정담시집」을 비롯, 대표작으로 「저녁 산책」 「서술적 소묘들」 「변방의 사람들」 「폐허가 된 우두막」 「틴턴 사원」 「루시의 시편들」 등이 있으며, 1843년 영국 왕실이 영국의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는 칭호인 '계관시인'이 되었습니다.
2.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의 뜻은?
그대는 이 시에서 가장 우뚝한 구절이 어디라고 생각하는지요? 이 구절은 어떤지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윌리엄 워즈워스 시 '내 가슴은 뛰노니' 중에서
좀 알 듯 말 듯 한 시구(詩句)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라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라고요. 어린이는 어른보다 성숙하지 못하고 경험이나 지식이나 지혜도 적은데 어찌 어른의 아버지란 말인가?라고요.
그런데 이 구절은 참으로 이 시를 저 높은 곳에 올려놓은 솟대같은 구절입니다. 이 시구에 대해 강남주 시인님은 "어린이는 순수하다. 나이가 들면서 때가 묻어 그 순수를 잃고 사는 어른은 어린이의 그런 청순함을 보며 스스로 일깨우고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른이 많이 가진 듯해도, 어른이 잃어버린 것을 어린이는 가지고 있네요. 그런 어린이에게서 배워야겠네요.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 내 가슴 뛰노니 / 내 어린 시절에도 그러했고 /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 윌리엄 워즈워스 시 '내 가슴은 뛰노니' 중에서
어린이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면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뜁니다. 그런데 시의 화자는 다 자란 오늘에도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하네요. 시의 화자는 여전히 어린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다는 뜻이네요.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 윌리엄 워즈워스 시 '내 가슴은 뛰노니' 중에서
호기심이 없어지면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호기심은 바로 순수함에서 나오겠네요. 무지개를 봐도 가슴이 뛰지 않는 사람은 호기심도 순수함도 다 잃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시의 화자는 그럴 지경이면 차라리 죽겠다고 하네요. let me die!
3. 나날이 무엇에 매어 있기를 원하는가?
바라노니 내 하루하루가 /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윌리엄 워즈워스 시 '내 가슴은 뛰노니' 중에서
이 구절의 원문은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입니다. 아래 6가지 예처럼 매우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 나의 날들이 자연의 경건함으로 뛰어오르기를!
- 내 모든 날들이 자연의 경외 속에서 하루하루 이어지기를!
- 바라기는 내 목숨의 하루하루여, 천성의 자비로써 맺어지거라!
- 나의 모든 날들이 자연의 경외감 속에서 하루하루 이어져 나가기를 소망한다
- 나의 삶의 날들이 나란히 자연의 경건 속에 머무르기를!
- 나의 날들이 자연에 대한 경애에 메이기를!
원문 구절에 나오는 'piety'는 경건함, 독실함, 신의 계율에 순종함 등을 뜻합니다. 직역을 하면, 나의 날들이 자연의 경건함에 매여 머무르기를 바란다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 구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 처음 읽었던 아래의 구절을 다시 읽어보십시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 윌리엄 워즈워스 시 '내 가슴은 뛰노니' 중에서
우리는 이 구절을 통해 어린이가 가진 순수함, 천진난만함, 청순함을 잃지 말자고 했습니다. 'natural piety'는, 바로 어린이가 가진 또는 자연이 가진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청순함과 연결될 것입니다. 그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요? 우리가 원래 간직했던 것인데, 살아가면서 쌓인 때로 인해 저 깊숙이 숨겨져 있는 보물 중의 보물 말입니다.
그래서 시의 화자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 순수함, 청순함에 묶여, 행여나 세속에 물들어 또다시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거기에 딱 들러붙어서 매사 꾸밈없는 자연처럼,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살게 해 주소서!
그것은 세상의 온갖 욕망에 휘둘리는 삶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는 삶이겠네요. 자연에 따라 행하고 인위를 가하지 않는 무위(無爲)! 우리는 그 보석같은 순수로부터, 어린이 마음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멀리 와있는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 목욕'에서 그대의 잠든 동심을 일깨워줄 동시 한 편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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