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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탐진치 삼독 뜻 바가바드 기타 빠알리경전

by 빗방울이네 202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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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독(三毒)은 사람의 착한 마음을 해치는 세 가지 번뇌를 말합니다. 탐(貪; 욕심) 진(瞋;분노) 치(癡; 어리석음), 이 세 가지를 독약에 비유한 것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바가바드 기타」에서 만난 삼독

 
먼저 「바가바드 기타」의 한 문장을 만납니다. 삶의 지혜가 가득한 「바가바드 기타」는 '인도 철학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힙니다. 간디, 헤르만 헤세, 소로, 함석헌 님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선지자를 비롯, 동서고금을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삶의 등대가 되고 있는 세계의 고전입니다.
 
그 속의 한 문장을 읽어봅니다.
 
이 영혼의 멸망으로 이르는 지옥의 문은 세 겹으로 되어 있으니,
애욕과 분노와 탐욕이다.
그러므로 이 셋을 버려야 하느니라.

- 「바가바드 기타」(함석헌 주석, 한길사, 1996년 1쇄, 2021년 16쇄) 중에서

 
그런데 같은 책의 다른 번역본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석해두었습니다. 보시죠.
 
사람을 영원한 파멸로 이끄는 지옥문은 세 겹으로 되어 있으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이 셋은 그러므로 마땅히 멀리해야 하느니라

-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간디가 해설한 바가바드 기타」(간디 해설, 이현주 옮김, 당대, 2003년 1쇄, 2006년 6쇄) 중에서

 
사람을 파괴시키는 세 가지로, 위의 책(함석헌 주석)에서는 '애욕과 분노와 탐욕'이라 했고, 그 아래 책(간디 해설)에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고 했습니다. 
 
3가지 중에서 탐욕과 성냄(분노)은 양쪽 모두 같은데, 나머지 하나는 한쪽에서는 '애욕'이라 했고, 다른 쪽에서는 '어리석음'이라고 했군요. 
 
첫번째 책의 주석(註釋)을 한 함석헌 선생님은 위 문장 아래에 이런 주석을 작은 글씨로 달아두었네요.
 

- 애욕, 분노, 탐욕 : 치(癡), 진(瞋), 탐(貪)의 3독(三毒)
 

그렇네요. 바로 '삼독(三毒)'이었네요. 이렇게 「바가바드 기타」에도 불교에서 말하는 '삼독(三毒)'이 사람들의 영혼을 파멸로 이끄는 지옥문이라고 하네요.
 
'삼독'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 등 세 가지인데, 왜 함석헌 선생님은 자신이 주석한 「바가바드 기타」에서 삼독 중 하나인 '치(癡)'를 '어리석음'으로 번역하지 않고 '애욕'으로 번역해두었을까요? 
 
「바가바드 기타」 범한 대역에는 어떻게 나와 있을까요? 국내 처음으로 범어(산스크리트어) 원문을 직접 번역한 책의 같은 페이지를 살펴봅니다. 
 
자신을 망치는 세 가지 지옥의 문이 이것이니,
욕망과 분노와 탐욕이다.
그런즉 이 셋을 버릴지어다.

- 「바가바드 기타」(길희성 역주,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0년 1쇄, 2020년 8쇄) 중에서

 
위 문장의 '욕망'이라는 단어에 나오는 범어를 보니, 'kamah'(앞 a 글자 위에 '-' 표시)로 되어 있네요. 그러니까 함석헌 선생님은 'kamah'를 '애욕'으로 번역했네요. 그러면서 '애욕, 분노, 탐욕' 이 세 가지를 '치(癡) 진(瞋) 탐(貪)의 3독(三毒)'이라는 주석을 달아두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치(癡)'라는 글자의 뜻을 '어리석음(무지)'으로 알고 있는데요, '애욕' 또는 '욕망'과도 관계가 있을까요?

간디 해설 이현주 님의 번역본에는 'kamah'를 '어리석음'이라 했고, 함석헌 님 주석본에는 '애욕'이라고 하면서 '치(癡)'라고 했으니까, 우리가 '어리석음'이라고 알고 있는 '치(癡)'는 '애욕'과 어떤 관계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2. 애욕과 어리석음은 어떤 관계?

 
'치(癡)'를 한자사전에서 찾아봅니다. 이 글자는 '어리석다', '미련하다', '미치다', '열중하다', '술병', '미치광이' 등의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애욕'과 관련된 뜻을 가진 단어에 이 '치(癡)'라는 글자가 붙습니다. '癡'의 약자는 '痴'입니다.
 
- 치정(癡情) :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 생기는 온갖 어지러운 정(情), 옳지 못한 관계로 맺어진 남녀 간의 애정
- 치한(癡漢) : 여자를 희롱하는 남자
- 정치(情痴) : 색정에 빠져서 이성을 잃음, 또는 그런 사람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애욕에 탐닉하는 상황은 그 바탕이 '어리석은' 데서 비롯된다는 의미로 새깁니다. 그러니까 이런 애욕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모르는 어리석은 상태라는 말이겠네요.

 

세가지독약은? - 탐진치
세 가지 독약은 - 탐진치

 


 

3. 어리석음은 모든 번뇌의 출발점이다

 
'어리석음'은 현상이나 사물의 이치를 헤아릴 수 없는 어두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올바르게 이해하거나 판단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문에 어리석음은 모든 번뇌의 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상태에서 자신에게 좋으면 앞뒤 못가리는 '탐욕'을, 자신에게 싫으면 불같은 '분노'를 일으키게 되니까요.
 
이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붓다의 문장을 만나봅니다.

어리석음에 지배되는 사람은 잘못된 견해가 일어난다.
잘못된 견해에서 잘못된 생각이,
잘못된 생각에서 잘못된 말이,
잘못된 말에서 잘못된 행동이,
잘못된 행동에서 잘못된 생활수단이,
잘못된 생활수단에서 잘못된 노력이,
잘못된 노력에서 잘못된 마음챙김이,
잘못된 마음챙김에서 잘못된 집중이 일어난다.

-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일아 역편, 민족사, 2008년 1쇄, 2020년 증보판 5쇄) 중에서

 
이와함께 '분노(瞋)'가 '3독(三毒)'의 하나로 꼽히는 점은 그만큼 분노가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해롭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노가 습관화된 사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옆사람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 분노가 전염되어 상대의 정서를 해치는 것입니다.
 
위 책에 따르면, '분노에 의해 악한 이들은 무너진다'고 합니다. 마치 '눈사태'처럼 무너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분노를 극복하고 분노에 정복당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애로운 마음을 닦아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사람 안에서 일어나서 해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주고 불편함을 주는 것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입니다.
이 세 가지는 사람 안에서 일어나 그 자신을 해치고 고통을 주고 불편하게 합니다.
마치 갈대에서 나온 열매가 바로 그 갈대를 파괴하듯이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은 사람 안에서 일어나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 스스로를 해칩니다.

- 위 같은 책 중에서

 
탐욕과 증오(분노)와 어리석음, 이 모두 자신이 일으키고 자신이 괴로움을 받는 것이네요.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설니홍조 뜻 소동파 시'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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