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홍 작가님의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을 만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감격해 울기도 하고 울분에 차 울기도 할 작품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이주홍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 읽기
황윤길은 말하기를 "일본의 눈치를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반드시 전쟁을 걸어올 징조가 보인다." 하고,
김성일은 말하기를 "그것은 잘못 본 눈이요, 조금도 그런 징조는 없다." 하였다···
윤길은 서인이요 성일은 동인이기 때문에 당파의 고집을 위해서는
서인인 윤길의 보고를 동인인 성일이가 그대로 찬성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 이주홍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이주홍문학재단 발행, 푸른고래, 2023년) 중에서
2.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 70년 만에 재발간 '눈길'
위 문장은 이주홍 작가님(호: 향파, 1906~1987, 경남 합천)의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에 나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의 해(1591년) 일본의 내부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통신사로 일본에 갔다 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장면입니다.
작가님은 이 장면을 소개한 뒤 이렇게 덧붙입니다.
(성일이는) 속으론 윤길의 말이 뻔히 옳은 줄 알면서도
당파를 위해 일부러 반대를 해본 것에 불과한 일이지만
사물의 판단보다는 싸움질에만 눈이 뒤집힌 패거리들은
다시 좋은 싸움거리 하나를 얻은 셈밖에는 안 되었다.
- 이주홍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 중에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 구절에서 여전히 가슴에 울분이 차오르네요.
이주홍 작가님의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이 2023년 12월 재발간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1954년에 발표했던 이 소설이 70여 년 만에 다시 나온 것입니다. 180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이지만 큰 감동을 품고 있는 책입니다.
작가님은 평생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동시 동화 소년소설 역사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 작가님은 이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에서 일본의 대륙침략 야욕에 맞선 이순신 장군님의 맹활약상을 감동적으로 펼쳐갑니다.
특히 작가님은 이 작품에서 당시 당파싸움에 골몰하여 나라를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고갔던 조정의 무능함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분열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생생히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겠습니다.
작가님은 처음 왜군이 부산을 침략해 하룻만에 동래성이 무너지고 기장 양산, 언양, 김해, 대구, 문경, 경주 상주 고을들이 차례로 적의 수중에 떨어졌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백성이야 죽든 말든 나라야 망하든 말든,
단 하나 당파싸움에만 눈이 밝은 그들 밑에서
무엇 하나로 똑똑히 적을 막아낼 길이 있을 것인가 ···
집은 낱낱이 불타오르고, 길바닥은 피물로 철벅철벅했다.
- 이주홍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 중에서
3. '이 목숨을 받으시고 이 가련한 백성을 건져 줍소서'
이순신 장군님이 적탄에 맞아 돌아가신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 그 치열한 싸움을 앞둔 밤에 장군님은 갑판 위로 올라가 향불을 피우고 꿇어앉아 하늘에 기도합니다.
"황천이여, 이 원수를 무짜르게 해 주소서.
이 목숨을 받으시고 어지러운 바람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해 울고 있는
이 가련한 백성을 건져 줍소서.
이 원수를 모조리 없이한다 할진대 이 몸은 지금 죽어도 아무 한이 없겠소이다."
별 하나가 긴 꼬리를 끌면서 먼바닷속으로 떨어졌다.
충무공의 얼굴에는 두 갈래의 눈물이 타 내리고 있었다.
- 이주홍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 중에서
이 대목에서 작가님도 함께 울고 있었을 것만 같습니다. 이 글을 읽었던 수많은 독자들도 함께 울었을 것만 같습니다.
이 소설의 맨 끝에는 '1952년 9월 5일 밤 세시'라고 적혀있습니다. 작가님이 이날 새벽 3시에 이 작품을 끝냈다는 말입니다. 그때 작가님은 46세였고, 그해는 한국전쟁 중이었네요. 그 혼란기에 방황하던 우리 청소년들에게 충무공의 조국과 백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해 주고, 그 사랑의 길을 가도록 안내해 주려는 작가님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충무공이 죽음으로 지켜낸 조국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주홍 작가님은 작품 후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렇지만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이었으랴.
그 뒤로도 나라 조정에서는 동이니 서이니 당파 싸움에만 날을 보내어
모처럼 건져놓은 나라를 다시 말 못 할 형편으로 기울어지게 했으니
마침내는 지금(1954년)으로부터 44해 전인 경술년부터 삼십 육 년 간
기어코 일본에게 먹힘을 받은 통분하고 치사스러운 역사의 페이지를 남겼다.
- 이주홍 소년소설 「이순신 장군」 작가 후기 중에서
「이순신 장군」을 가슴에 안고 충무공의 뜨거운 사랑을 온몸 온마음으로 느끼면서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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