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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이장희 시 봄은 고양이로다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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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시인님의 시 '봄은 고양이로다'를 만납니다. 봄과 고양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대라면 금방 눈치채실 텐데 말입니다. 시인이 건축해 놓은 은유의 우물에 마음을 씻고 독서목욕을 해보십시다.
 

1. 이장희 시 '봄은 고양이로다' 읽기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 「이장희 전집 - 봄과 고양이」(제해만 편, 문장) 중에서

 
이장희 시인님(1900~1929)은 대구 출신으로 1924년 5월 동인지 「금성」 3호에 시 '실바람 지나간 뒤' '새 한 마리' '불놀이' '무대' '봄은 고양이로다' 등과, 톨스토이 원작의 번역소설 '장구한 귀양'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대의 감상적인 시와 다른 새롭고 감각적인 시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후 시집 「상화와 고월」, 「봄과 고양이」, 「봄은 고양이로다」 등이 출간됐습니다.
 
이장희 시인님은 시를 통해 우리네 삶과 사물을 섬세하게 포착해 이미지로 표현해 낸 참신한 이미지스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을 시 '봄은 고양이로다'는 이장희 시인님의 등단작이자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2. 탄생 100년을 앞둔 시의 매력은?

 
'봄은 고양이로다'는 1924년에 발표됐으니 탄생 100년이 다 된 시입니다.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반려묘가 흔하던 때가 아닌데 이처럼 고양이의 특징을 정밀하게 묘사해 두신 걸 보니, 이장희 시인님은 정말로 고양이를 좋아하신 분이셨네요.
 
그런데 도대체 고양이와 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요? 봄을 노래하려면 꽃이나 새나 나무나 강을 노래해야지 왜 고양이를 노래하나요?
 
이렇게 물으신다면, 옆의 고양이를 자세히 봐주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지금 당장 고양이를 만나기 어려우면 이 봄을 자세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봄을 느끼면 고양이를 느끼고, 고양이를 느끼면 봄을 느낀다고,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이장희 시인님이 그러셨으니까요.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제목 그대로 이장희 시인님은 '봄 = 고양이'라고 제시합니다. 언뜻 무관하게 보이는 두 가지 사물인데 시인님은 섬세한 관찰력으로 고양이에게서는 봄의 힘을 찾아내고, 봄에게서는 고양이의 형상을 찾아내 우리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네요.
 
그런데 이 시의 용도는 과연 무얼까요? 지금 그대가 읽어내려고 애쓰는 이 시의 메시지는 무얼까요?
 
다시 시를 들여다봅니다. 시에서 나타난 고양이와 봄, 이 둘의 공통점은 부드럽고 고운 향기(1연), 따스한 정열(2연), 포근한 고요(3연), 생동감(4연)이네요. 시를 읽고 나니 부드럽고 조용하며 편안하면서 정열적이며 포근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이 몰려오네요. 
 
바로 그것이 이 시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시인이 느낀 감각을 이미지로 구축해 독자들도 그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 말입니다. 독자들이 부드럽고 조용하며 편안하면서 정열적이며 포근하고 나른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고양이를 끌어안고 봄 햇살이 잘 드는 마루에서 한숨 자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옆에 고양이가 없는데도 가르릉 가르릉 하는 고양이의 숨결이 느껴지네요. 신비한 힘을 가진 시네요.
 
1920년대, 당대의 시들이 비탄과 슬픔, 절망을 이야기할 때 이 시는 삶에 지친 독자들에게 고양이와 봄처럼 부드럽고 조용하며 편안하면서 정열적이며 포근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전해주며 위로해 주었겠네요. 그대에게도 조금 위로가 되었는지요.
 

이장희시봄은고양이로다중에서
이장희 시 '봄은 고양이로다' 중에서

 

 

 

3. 고양이와 봄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대는 고양이와 봄의 또 다른 공통점이 무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빗방울이네는 도도함을 꼽고 싶습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는 달리 사람에게 애정을 갈구하지 않습니다. 자주 먼산을 보고 있지요. 그 모습에 애가 통통 달아 사람은 기꺼이 그의 집사가 되고 맙니다. 봄도 그런 거 같습니다. 봄은 저 혼자 화려하게 피어납니다. 겨울 내내 그리워한 봄인데 사람에게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에 애가 통통 달아 사람은 기꺼이 봄 풍경에 풍덩 빠지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는데 휘익~ 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점도 봄과 고양이의 닮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말 다루기 힘든 것이 이들의 사랑인가 봅니다. 이럴 땐 우리도 못 본 체하는 수밖에요. 그렇게 오래는 못 참고 곧 봄에게, 고양이에게 애걸복걸하고 말겠지만요. 봄에게 고양이에게 자꾸 말려들고 져도 기분은 나쁘지 않네요. 사랑하니까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봄 시를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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