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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조동진 시 제비꽃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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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가수님의 노래 '제비꽃'을 만납니다. 그가 직접 시를 쓰고 가락을 붙인 '제비꽃' 노래를 하염없이 듣고 있으면 온마음에 외로움이 가득 차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제비꽃'이 주는 외로운 향기에 마음을 씻고 독서목욕을 해봅시다.
 

1. 조동진 시 '제비꽃' 읽기

 
제비꽃
 
- 조동진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우 우 우 우 우 우 우
 
- 조동집 3집 「제비꽃」 중에서
 
가수이자 작곡자인 조동진 님(1947~2017)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대부로 불립니다. 1947년 서울 태생으로 1966년 가수로 데뷔했고, 1979년 1집 「행복한 사람」을 필두로 2집 「어느 날 갑자기」(1980), 3집 「제비꽃」(1985), 4집 「일요일 아침」(1990), 5집 「새벽안개」(1995) 6집 「나무가 되어」(2016) 등을 냈습니다. 은관문화훈장(2018),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2017),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2010) 등을 받았습니다.
 

2.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엊그제 산책길에서 올해 첫 제비꽃, 너를 만났지. 너무 반가워서 땅에 바짝 엎드려 널 자세히 들여다 보았단다.
 
어서 와.
아직 추운데 넌 춥지도 않고? 
아직 키 큰 나무의 다른 꽃은 피지 않았는데 왜 땅에 붙은 키 작은 니가 이리 일찍 피었노?
그것도 응달에서 혼자 피었구나.
 
이렇게 속삭이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 돌아보니 아주머니 세 사람이 서너 걸음 뒤에서 보고 있었지. 그 사람들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라니, 다 큰 어른이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얼른 일어나 무릎을 털고 가던 길을 갔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힐끗 돌아보니 그 아주머니들이 너를 가까이 보고 있었어. 무릎을 꿇고 말이야.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 너는 작은 소녀였고 / 머리엔 제비꽃

- 조동진 시 '제비꽃' 중에서

 
이날은 조동진 가수님의 노래 '제비꽃'을 하루 종일 재생해 들었단다. 조동진 가수님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제비꽃'은 그의 3집  「제비꽃」에 실려있어. 1985년에 나왔으니 40년이 다 되어 가는 노래야.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 조동진 시 '제비꽃' 중에서

 
이 '제비꽃'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응달에 홀로 피어있던 제비꽃, 네가 자꾸 떠올랐어.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 조동진 시 '제비꽃' 중에서

 
맞아. 외로우니 그렇더라.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제비꽃, 너의 꽃잎이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것처럼 말이야. 누군가 작은 바늘로 외로움의 풍선을 폭 찌르면 그 속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만 같았지.
 
이 캄캄한 밤에도 피어 있겠구나.
무섭지는 않고?
얘, 너는 나보다 훨씬 낫구나.
나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거든.
 
제비꽃, 이렇게 너를 떠올리며 간신히 봄밤의 외로움을 견뎠단다. 
 

조동진시제비꽃중에서
조동진 시 '제비꽃' 중에서

 

 
 

3.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 너는 아주 평화롭고 / 창너머 먼눈길

- 조동진 시 '제비꽃' 중에서

 
너의 보라색은 왜 이렇게 가슴을 누르며 나를 불안하게 하는지. 제비꽃, 너는 그렇게 나에게 외로움을 대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고 멀리 떠났구나.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 조동진 시 '제비꽃' 중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아주 한밤중에도 혼자 피어 혼자 지는 너. 제비꽃, 나는 네가 고독하다고 생각지 않아. 나는 너의 조용하고 담담한 모습이 정말 좋아.
 
자꾸 외로워하지 않기,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가기. 혼자 있어도 너처럼 충만한 아름다움으로 머물기를! 그리하여 오늘은 이 문장에 밑줄을 긋고 천천히 읽어보는 멋진 봄밤이야.
 
여기 여래에 의해 발견된 머묾이 있다. 보이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안으로 비어있음에 머무는 것을 발견했다. 만일 안으로 비어있는 마음에 머물기를 원한다면 마음을 차분히 안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고요히 하고 골똘히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해야 한다.

- 「빠알리 경전」(일아 편역, 민족사) 중에서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봄을 노래하는 따뜻한 시를 한 편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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