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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설니홍조(雪泥鴻爪) 뜻 소동파 시

by 빗방울이네 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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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니홍조(雪泥鴻爪)'의 뜻을 알아봅니다. 이 문장이 든 소동파 시인님의 시도 읽어봅니다. 삶의 무상함을 노래한 시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설니홍조(雪泥鴻爪)' 뜻

 
'설니홍조(雪泥鴻爪)'는 눈 '설(雪)', 진흙 '니(泥)', 기러기 '홍(鴻)', 손톱 '조(爪)'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는 '눈밭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이란 뜻인데, 여기서 뜻이 확장되어 '눈이 녹으면 눈 위에 찍힌 기러기 발자국이 없어지듯이 인생의 발자취도 그렇게 사라져 무상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문장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바로 소식(호; 동파) 시인님의 시 '화자유민지회구(和子由澠池懷舊)'에 나오는 말입니다. 어떤 사연이 들어있을까요?
 

2. 소식 시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면지회구)' 읽기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면지회구) 면지에서의 옛날 일을 생각한 자유의 시에 화답하여
 
- 소식(중국 북송, 1036~1101)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 지하사) 정처 없는 우리 인생 무엇 같을까?
應似飛鴻踏雪泥 (응사비홍 답설니) 기러기가 눈밭 위를 배회하는 것  같으리.
泥上偶然留指爪 (니상우연 유지조) 진흙 위에 어쩌다가 발자국을 남기지만
鴻飛那復計東西 (홍비나부 계동서) 기러기 날아간 뒤엔 행방을 어찌 알리?
老僧已死成新塔 (노승이사 성신탑) 늙은 중은 이미 죽어 사리탑이 새로 서고
壞壁無由見舊題 (괴벽무유 견구제) 낡은 벽은 허물어져 글씨가 간데없네.
往日崎嶇還記否 (왕일기구 환기부) 힘들었던 지난날을 아직 기억하는지?
路長人困蹇驢嘶 (노장인곤 건려시) 길이 멀어 사람은 지칠 대로 지치고 나귀는 절뚝대며 울어댔었지.
 

- 「소동파시집1」(류종목 역주,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05년 1쇄, 2012년 개정판 1쇄) 중에서
 

"눈밭위기러기발자국"소동파시중에서.
"눈밭 위 기러기 발자국" - 소동파 시 중에서.

 

 

3. 삶의 흔적이란 기러기가 눈진창에 찍은 발자국

 
위의 책에 나온 시 해석을 염두에 두면서 '독서목욕'의 흥취대로, 빗방울이네가 배우고 익힌 대로 시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우선 제목부터 봅니다.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면지회구)'.
 
자유(子由)는 소식 시인님의 동생입니다. '화(和)는 화답한다는 뜻이네요. '면지(澠池)'는 지명인데, 민지라고도 읽힙니다. '회구(懷舊)'는 '옛 생각을 하다'는 뜻이네요. 그러므로 제목은 '(일전에) 면지에서 있었던 옛일을 생각한 자유의 시에 답하여'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소식 시인님의 동생이 일전에 시를 써 형에게 건낸 모양입니다. 그 시에는 면지에서 있었던 일, 시 본문에서 파악된 바로는 동생의 시는 그 지역의 어떤 절에 머물렀던 추억을 담고 있었습니다.
 
人生到處知何似(인생도처 지하사)
 
- 사람이 살면서 이르는 곳(人生到處), 알겠는가(知), 무엇(何)과 비슷한(似) 지를. 
 
應似飛鴻踏雪泥 (응사비홍 답설니)
 
- 응당(應) 비슷하리(似), 날아가는 기러기(飛鴻)가 눈진창(雪泥; 눈이 녹은 진흙)을 밟는 것(踏)과.
 
햐, 우리가 살아가는 흔적이 날아가는 기러기가 눈진창을 밟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네요. 이를 어찌할까요?
 
泥上偶然留指爪 (니상우연 유지조) 
 
- 진흙 위에(泥上) 우연히(偶) 남기리(留) 발자국(指爪)을.
 
우리는 저마다 삶에서 대단한 족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족적이란 것이 기러기가 눈진창을 밟은 것과 응당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를 또 어찌할까요?
 
鴻飛那復計東西 (홍비나부 계동서) 
 
- 기러기 날아가면(鴻飛) 어찌(那) 다시(復) 헤아릴 수 있으리, 동쪽 서쪽을(東西).
 
기러기가 눈진창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만 날아가면 어디로 갔는지 그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요. 종래엔 기러기가 밟은 눈진창도 다 녹아 없어져 기러기가 여기 왔다는 흔적마저 사라져 버리네요.
 
우리네 삶도 그렇다는 말이네요. 머물다 떠난 우리를 누가 기억이나 해줄까요? 우리의 행방을, 존재를요. 인생무상입니다.
 
老僧已死成新塔 (노승이사 성신탑) 
 
- 늙은 중(老僧)은 이미(已) 돌아가(死) 이루었네(成) 새로운 탑을(新塔).
 
그때 절에 머물 때에 신세 졌던 노승은 돌아가시고 그의 사리를 모신 부도탑만 새로 서 있다고 합니다. 
 
壞壁無由見舊題 (괴벽무유 견구제) 
 
- 무너진 담벼락(壞壁)으로는 볼 방법이 없네(無由見) 옛날에 지은 시(舊題)를.
 
이렇게 세월 속에서 모든 게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변해가는 무상함을 말하고 있네요.
 
往日崎嶇還記否 (왕일기구 환기부) 
 
- 지난날(往日) 기구할 사(崎嶇) 다시(還) 기억하는지 아닌지(記否).
 
'기구(崎嶇)'는 구불할 '기(崎)' 구불할 '구(嶇)'로 이루어져 있네요. 글자만으로도 참으로 구불구불 험난하네요. 그 어느 누구라도 인생사 직선이 어디 있겠는지요? 
 
路長人困蹇驢嘶 (노장인곤 건려시) 
 
- 갈길은 멀고(路長) 사람은 고달프고(人困) 절뚝이는 나귀(蹇驢)는 신음하네(嘶).
 
여전히 우리는 가야 할 길을 멀고 험난합니다. 그 인생길을 가는 사람은 지치고 그 사람과 먼 길을 함께 온 나귀는 다리를 절둑거리며 숨 가쁘게 울어댄다고 하네요. 누구든지 비명소리를 참고 있겠지요.
 
그러나 이 시에 나오는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네 글자를 가슴에 품고 그 길을 간다면, 그 길이 멀고 험난하더라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지겠지요? 욕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부귀와 명예에 집착하지 않고, 다만 즐겁고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면 말입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체지체능'의 뜻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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