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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부산 맛집 - 온천장 유선집 서울해장국

by 빗방울이네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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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맛집으로 동래 온천장 「유선집 서울해장국」에 갑니다. 음식에 깃든 기억은 좀처럼 잊히지 않습니다. 음식은 기억은 부르고 기억은 또 그 음식을 부르며 오랫동안 동행하는 것 같습니다. 오래된 해장국과 정다운 기억을 함께 먹으며 몸과 마음을 돋우어 봅시다.

1. 온천장 '유선집 서울해장국' 소개


소뼈 해장국 전문 「유선집 서울해장국」(부산 동래구 금강로 105)은 1968년에 개업한 집입니다. 간판에 50년 전통이라고 적혀 있는데 벌써 55년의 내력이 쌓였습니다. 1968년 개업한 사람의 뒤를 이어 현주인이 20년째 운영 중입니다.

돼지국밥이 인기인 부산에서 소뼈 해장국 전문점을 참 오래도록 이어왔네요. 소머리 곰탕 맛집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해장국과 소머리곰탕을 비롯해서 선지뚝배기, 따로국밥, 해장국술국 등의 메뉴가 있습니다.

온천장은 한때 부산 제일의 유흥가였습니다. 시중드는 이가 옆에 있는 동래별장 같은 고급 요정도 있었고 전국에서 몰려오는 온천 관광객들이 흥성이던 곳이었습니다. 고급 술집도 많아 부산의 내로라하는 주객들의 '사무'로 밤새도록 불이 밝았던 때였습니다. 

그 당시 「유선집 서울해장국」은 그런 주객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던 속풀이 장소였습니다. 24시간 영업을 했는데 새벽까지 북적였다고 합니다. 주인님은 소화가 잘 되어서 오장육부가 편안한 해장국이라고 자랑합니다. 근기도 있고요.

주인님의 말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해장국을 드셨다고 하네요. 식당 벽에는 송해 선생님의 방문 사진이 크게 걸려있네요.

주객들의 숙취를 달래주던 이 집 해장국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2. 먹을수록 점점 더 맛있어지는 맛


주문한 해장국이 식탁 위로 왔습니다. 반찬이 먼저 나왔는데요, 깍두기, 콩나물 무침, 양념장, 대파, 선지가 담겨있네요. 이 선지를 취향에 맞추어 해장국에 넣어 먹습니다. 선지는 이 집에서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먹어보니 잡내 없이 고소하고 탱클 신선한 맛이네요. 

뒤이어 해장국이 나왔네요. 비주얼은 희멀겋습니다. 슴슴한 맛이 날 것 같은 모습입니다. 얼큰한 맛이 나는 붉은 해장국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조금 당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입맛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붉은 양념과 잘게 썬 대파를 넣으면 되니까요. 

한 술 떠 먹어봅니다. 소 머리뼈를 오랫동안 곤 사골 국물에서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네요. 코로는 소고기 특유의 누린 향이 엷게 나는데요, 자꾸 먹을수록 이 냄새가 좋아지는 이상한 힘이 있는 국입니다. 이 뚝배기 속에는 푹 익은 우거지와 부드러운 식감의 양(羘, 소의 위를 고기로 이르는 말)이 넉넉히 들어있습니다. 양은 따로 나온 간장소스에 찍어먹습니다.

빗방울이네가 뚝배기에 머리를 박고 열심히 먹다가 고개를 들었는데요, 맞은편에 앉아 먹던 짝지 풀잎 얼굴이 안 보이고 뚝배기 엉덩이가 눈앞을 가로막네요. 풀잎은 뚝배기 바닥의 마지막 국물을 들이켜는 중이었네요. 풀잎의 이런 모습 처음이에요. 먹을수록 점점 더 맛있어지는 국,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는 국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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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맛집 온천장 '서울해장국 유선집' 해장국.

 

 

3.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 나를 불렀을까요?


짝지 풀잎과 함께 정말 오랜만에 들린 집입니다. 한 10년 만에 찾아온 것 같네요. 어쩌다 이렇게 오랜만에 왔을까요? 활동 영역이 달라져서일 텐데요, 살다 보니 이렇게 까맣게 잊고 있을 수도 있네요. 이렇게 시간의 지층 속에 묻혀 버린 게 얼마나 많을까요?

「유선집 서울해장국」. 허름하지만 아담한 식당 내부 공간도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어서 편안하네요. 짙은 갈색의 작고 두꺼운 12각형 엽찻잔이 아직 있다니! 식탁 배치도 예전 그대로, 주방 창구도 예전 그대로네요.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그 사이, 이 특별한 해장국을 함께 좋아했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영 떠나기도 했고, 그이들과 함께 한 정다운 시간들도 희게 빛이 바랬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이 그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네요.

 

이 슴슴한 해장국은 아스라한 기억의 저편에서 빗방울이네를 자꾸 부르고 있었던 걸까요? 빗방울이네, 어서 와, 여기 너의 시간이 고여 있어! 이건 너의 일부야!

글 읽으며 가끔 맛있고 소박한 음식 먹으며 몸과 마음을 돋우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부산 맛집 글을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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