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맛집으로 부산 연제구 중국요리점 「일품향」에서 간짜장면을 먹습니다.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따뜻한 사연을 품으며 몸과 마음을 세워보십시다.
1. 81가지 요리 20년 동안 내는 집
2002년 개업한 「일품향」(부산광역시 연제구 법원북로 3번 길 7)에 다녀왔습니다. 중국식 만두와 깐풍기로 인기가 많은 집입니다. 식당 입구 유리창에 '교자전문'이라고 떡 하니 써붙여놓은 걸 보면서 주인님의 만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자(餃子)가 만두입니다
공간에 들어서니 21년 내력이 훅 느껴지네요. 고풍스러운 공간입니다. 낡은 건 낡은 대로 두어서 식당 내부가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홀이 있고 4개의 별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메뉴판 표지에 '고객의 건강을 위하여 콜레스테롤이 들어있지 않은 식용유를 사용하여 조리한다'라고 적혀 있네요. 이런 문장도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네요. 메뉴판에 요리마다 번호가 붙어있는데요, 그 가짓수가 무려 81가지에 달합니다.
잠깐 메뉴를 볼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찾는 단품 식사류(면류)는 유니짜장, 해물우동, 해물간짜장면, 사천짜장면, 해물 울면, 기스면, 일품쟁반짜장, 하얀 짬뽕, 그리고 특미 계절 보양식으로 중국식 냉면을 내고 있네요.
이와 함께 냉채류, 특선명채요리, 상어지느러미, 전복과 해삼, 왕새우칠리소스 등 새우류, 라조기 등 닭고기류, 양장피잡채 등 잡품류, 소고기탕수육 등 소고기류, 돼지고기류, 식사류(밥, 만두), 수프류, 야채두부류, 후식 등등 메뉴만 일별해도 배가 부를 정도네요.
코스 요리를 볼까요? 점심특선(1인 2만, 2인 이상)으로 유산슬, 깐풍기, 고추잡채, 꽃빵, 짜장면, 후식류가 차례로 나옵니다. 3인 이상 가족상(1인 3만, 3만5천)과 4인 이상 코스요리(1인 7만원, 5만 원, 4만 원)도 있네요. 가족상 메뉴를 보니 가족이 생각나네요.
2. 간짜장면 고집하시는 이유는?
오늘은 빗방울이네가 요즘 스승님으로 모시는 분과 함께 이 집에서 해물간짜장면을 먹었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동료와 함께 스승님께 좀 근사한 음식을 대접해 드리려 했는데, 스승님은 한사코 간짜장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고 고집을 피우시네요. 그 실랑이에서 졌습니다.
「일품향」은 스승님의 단골집이었습니다. 코로나로 한 2~3년 이 식당에 못 오셨다고 했는데,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주인님이 금방 스승님을 알아보시네요.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은 다 기억해요! 주인님의 이 한마디가 오늘 최고의 조미료가 되었습니다. 손님 얼굴을 기억해주는 식당의 음식에는 특별한 정성이 깃들어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간짜장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늘 '몸'에 대해 말씀해주신 스승님의 문장을 속으로 떠올려봅니다. 몸을 내 것이라 생각하면 죽고, 몸을 손님으로 생각하면 산다고 하시네요. 몸을 '나'라고 생각하면서 몸이 시키는 대로 쫓아가면 안 된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나의 몸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몸이 뿜어내는 욕망을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겠지요?
그래서 스승님은 이 간소한 해물간짜장면 한 그릇이면 빈 속을 채우기에 충분하다고 했을까요? 스승님의 '최애' 메뉴, 해물간짜장면이 드디어 식탁에 도착했습니다.
새우가 많이 들었네요. 이 점이 우선 반갑네요. 그 다음 짜장 소스를 조금 먹어보았는데, 간이나 조미가 그다지 세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침샘이 한꺼번에 열리는 느낌은 오지 않았는데(보통 짜장면 먹을 때 오는), 젓가락 횟수가 더할수록 깊은 맛이 느껴졌습니다.
아주 천천히 스승님의 식사법대로 몸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음식을 먹어보았습니다. 먹는 동안 행복하고 소중한 맛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값비싼 요리와 이 간소한 요리의 차이는 무얼까요? 그 음식을 향한 우리 욕망의 차이일까요? 배움도 사랑도 충만한 식사였습니다.
3. 간짜장면 먹는 김에 짜장 심화 학습!
아시디시피 간짜장은 짜장 소스를 미리 만들어두지 않습니다. 손님 주문이 들어오면 기름으로 볶은 춘장에 돼지고기 양파 당근 양배추 등을 넣고 한 번 더 볶아 소스를 만듭니다. 이 소스와 삶은 국수는 따로따로 식탁에 나옵니다.
짜장면은 양파 등 야채를 춘장과 함께 볶다가 물과 전분을 넣고 미리 끓여두었다가 주문을 받으면 삶은 면 위에 얹어 주지요. 간짜장의 '간'은 '乾'에서 나왔는데, 이 한자는 마를 '건' 또는 '간'이라고 읽습니다. 그러니까 짜장면은 물이 들어가고 간짜장면은 물이 들어가지 않네요. 물기 없이 마른 짜장면이 간짜장이네요.
글을 많이 쓰는 편인 빗방울이네도 자장면이냐, 짜장면이냐, 늘 혼돈스럽습니다. 한 때는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했는데, 워낙 짜장면을 많이 쓰니까 2011년 8월부터 짜장면도 자장면도 모두 올바른 표기로 인정되었습니다. 짜장면의 힘! 사실 자장면보다 짜장면이 더 맛있지 않습니까?
글 쓰면서 가끔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몸과 마음을 맑히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부산 맛집 연관 글을 더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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