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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백석 가을 시 5편 추야일경 추일산조 월림장 쓸쓸한 길 여우난곬

by 빗방울이네 202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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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인님의 가을 시 5편을 읽으며 지나가는 가을을 가슴 깊이 갈무리해 봅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의 기운에 젖게 되는 시들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백석 시 '추야일경(秋夜一景)' 읽기

 

백석 시인님의 시 '추야일경(秋夜一景)'을 만납니다.

 

인간들은 모두 웅성웅성 깨여 있어서들

오가리며 석박디를 썰고

생강에 파에 청각에 마눌을 다지고

- 백석 시 '추야일경(秋夜一景)' 중에서.

 

생강이니 파니 마늘 같은 김치 양념 냄새가 물씬 풍기네요.

 

김장하는 풍경입니다.

 

식구('인간')들이 힘을 합쳐 이 가을밤을 꼬박 새워서 말입니다.

 

겨울 내내 먹을 김치니 그 종류도 양도 많았겠지요?

 

청각(靑角)을 아시나요?

 

바다에서 나는 녹색 해조류입니다.

 

청각을 넣은 김치는 겨울내내 향긋한 바다를 품고 있겠지요?

 

아, 이날 돼지수육도 삶았겠지요?

 

막 버무린 배추김치에 수육을 둘둘 말아 입속으로 넣어주던 어머니가 생각나는 시입니다. 

 

김장김치가 장독 가득했으니 가을에서 겨울로 건너가는 시간은 덜 쓸쓸했을 것만 같습니다. 

 

시 '추야일경(秋夜一景)'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2. 백석 시 '추일산조(秋日山朝)' 읽기

 

백석 시인님의 시 '추일산조(秋日山朝)'를 만납니다.

 

아츰볓에 섭구슬이 한가로히 익는 곬작에서 꿩은 울어 산울림과 작난을 한다

- 백석 시 '추일산조(秋日山朝)' 중에서.

 

시의 첫 구절입니다.

 

아침 햇볕('아츰볓')에 작은 열매('섭구슬')가 한가로이 익는 골짜기('곬작')라고 합니다.

 

가을 햇볕에 열매가 익어가는 골짜기를 가만히 생각하는 일은 숨을 멎게 하는 일이네요.

 

그 고요한 생각만으로도 내가 익어가는 일이네요.

 

그런 골짜기에서 꿩이 산울림과 장난('작난')을 한다네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꿩이 되어 꿩처럼 울어보게 됩니다.

 

먼 산에서 메아리가 돌아옵니다.

 

우리는 그 산울림을 놀리며 다시 울어보게 됩니다.

 

가을 산골짜기에서 이렇게 산울림과 장난을 하며 섭구슬처럼 한가로이 익어가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시 '추일산조'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그리고_물이라도_들듯이_샛노라티_샛노란_산골_마가을_벼테"-백석_시_'월림장'_중에서.
"그리고 물이라도 들듯이 샛노라티 샛노란 산골 마가을 벼테" - 백석 시 '월림장' 중에서.

 

 

3. 백석 시 '월림장' 읽기

 

백석 시인님의 시 '월림장'을 만납니다.

 

그리고 물이라도 들듯이 샛노라티 샛노란 산골 마가을 벼테 눈이 시울도록 샛노라티 샛노란 햇기장 쌀을 주물으며

- 백석 시 '월림장' 중에서.

 

늦가을('마가을') 시골장에 달려가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늦가을 볕이 물이라도 들듯이 샛노라티 샛노란 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그 볕에 나서면 샛노라티 샛노란 물이 들 거라는 말이네요.

 

참으로 따뜻하고 환하고 정답고 편안한 늦가을 햇볕이네요.

 

그 늦가을 볕에('벼테') '눈이 시울도록 샛노라티 샛노란 햇기장 쌀을' 주무린다고 합니다.

 

이 구절을 읽으니 노란 햇기장 쌀이 노란 가을 햇볕에 반사되어 눈이 시릴 지경이고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햇기장 쌀알들의 감촉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늦가을 시골장에는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얼마나 사물들이 손짓하던지요. 

 

시 '월림장'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4. 백석 시 '쓸쓸한 길' 읽기

 

백석 시인님의 시 '쓸쓸한 길'을 만납니다.

 

뚜물같이 흐린날 동풍(東風)이 설렌다

- 백석 시 '쓸쓸한 길' 중에서

 

이 시는 아무도 울어주는 이 없는 어느 망자(亡者)의 쓸쓸한 장례식 풍경을 보여줍니다.

 

장사 지내는 날은 뜨물('뚜물') 같이 흐린 날이네요.

 

날씨가 쌀을 씻은 뜨물처럼 뿌옇게 흐리다는 말에서 쓸쓸함이 배가되네요.

 

'동풍이 설렌다'에서 '설레다'의 또 다른 뜻을 만나게 됩니다.

 

좋아서 두근거리는 것도 '설레다'이지만, 가만있지 않고 자꾸 움직이는 것도 '설레다'입니다.

 

뜨물처럼 흐린 데다 차가운 늦가을 바람이 이리 불었다 저리 불었다 하는 날입니다.

 

그 '쓸쓸한 길'을 가고 있는 고독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시 '쓸쓸한 길'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5. 백석 시 '여우난곬' 읽기

 

백석 시인님의 시 '여우난곬'을 만납니다.

 

노란 싸리닢이 한불 깔린 토방에 햇츩방석을 깔고

나는 호박떡을 맛있게도 먹었다

- 백석 시 '여우난곬' 중에서.

 

'토방'은 처마 밑의 마당을 말합니다. 거기에 놓인 커다란 돌을 토방돌이라고 하고요.

 

토방돌을 딛고 마루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니 토방은 집안의 '현관' 쯤 될까요?

 

그 토방에 노랗게 단풍 든 싸리잎('싸리닢')을 한 불 깔았네요.

 

그 위에 햇칡방석('햇츩방석')을 깔았다고 합니다.

 

이 구절에서는 싸리잎도 한 겹 깔고 칡방석도, 그것도 햇칡방석을 깔았다는 화자의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진달까요?

 

싸리잎 위에 놓인 햇칡방석에 앉아 '나'는 호박떡을 먹었네요.

 

그것도 그냥 '맛있게'가 아니라 '맛있게도' 말입니다.

 

싸리잎도 햇칡방석도 호박떡도 '나'도 하나로 어우러져 모두 풍요롭고 평화로운 시간이네요.

 

시 속으로 들어가 그 햇칡방석에 앉아 우리도 호박떡을 먹고 싶네요.

 

아, 얼마나 맛있을까요?

 

시 '여우난곬' 해설 전문을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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